손흥민 부상 복귀! '6년 전 케인 악몽'은 없다

사진출처=토트넘 SNS

손흥민이 투입되는 순간 6만여 관중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기대감과 안도감이 공존했다. 손흥민이 복귀했다. 이것으로 6년 전 해리 케인발 악몽 재현 가능성은 사라졌다.

결승전 당시 선발 라인업

#6년 전 해리 케인

2019년 6월 1일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토트넘과 리버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선발 명단이 발표됐다.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해리 케인의 이름이 선발 명단에 올라있었다.

52일만의 복귀였다. 2019년 4월 3일 크리스탈팰리스전을 뛰고 난 후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인대를 다쳤다. 좀처럼 복귀하지 못했다. 그 사이 토트넘은 승승장구했다. 맨시티를 상대로 한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손흥민이 맹활약했다. 아약스와의 4강전에서는 루카스 모우라가 펄펄 날았다. 토트넘은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케인의 복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영국 정확히 잉글랜드 언론들은 케인이 돌아오길 바랐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케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최고의 골잡이이자 대표팀 주장이었다. 앨런 시어러를 뛰어넘을 '현역 올타임 레전드'였다. 이런 그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뛰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특히 이권도 걸려 있었다. 케인의 출전 여부에 시청률과 광고료 등이 요동칠 수 밖에 없었다. 언론들은 케인의 출전을 압박했다.

당시 토트넘을 지도하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부담스러웠다. 케인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케인의 몸상태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52일동안 재활만 했다. 프리미어리그 종료 후 팀 자체 연습 경기를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경기에 선발로 나설 몸상태는 분명 아니었다.

그럼에도 포체티노 감독은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다. 경기 외적인 부분이 컸다. 포체티노 감독은 아르헨티나 출신이었다. 유럽인도 아니었다. 잉글랜드에서 활동하는 아르헨티나 출신 감독으로서 '콧대높은' 잉글랜드 언론과 팬들의 분노를 마주할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잉글랜드인이었다면 소신대로 결정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포체티노 감독의 베이스는 남미의 아르헨티나였다. 어쩔 수 없이 케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결과는 참혹했다. 케인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90분 내내 무기력했다. 부상 전 케인이 아니었다. 몸상태는 올라오지 않았고, 상대 수비수의 집중 견제에 허덕이는 불쌍한 축구 선수일 뿐이었다. 토트넘은 0대2로 완패했다. 케인은 빅이어를 들어올리지 못하고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손흥민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손흥민도

불안감이 들었다. 손흥민의 부상이 길어지고, 한 경기씩 결장이 쌓일 때마다 '6년 전 해리 케인 케이스'가 머릿 속에 떠올랐다. 이러다가 '그 때 그 케인'처럼 결승전에 갑자기 나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는 걱정이 계속 머릿 속을 맴돌았다.

시작은 4월 13일이었다. 울버햄턴 원정에 나서지 못했다. 아예 원정에 동행하지도 않았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부상 예방 차원"이라고만 설명했다. 3일 전에 열렸던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 도중 뭔가 좋지 않아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가벼운 타박상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결장이 한 경기씩 쌓여만 갔다. 부상 상태에 대한 질문들도 나왔다. 그 때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애매모호'하게 혹은 '두루뭉술'하게만 이야기했다. "몸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로 일관했다. 때문에 수많은 한국팬들이 계속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출전을 기대했다가 출전 명단을 보고 아쉬워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것이 7경기, 26일간 지속됐다.

'시즌 아웃'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케인 케이스'였다. 계속 재활하고, 훈련만 하다가 바로 결승전에 나오는 시나리오였다. 이렇게 된다면 손흥민이 나오더라도 졸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았다. 경기 체력, 경기 감각 등이 평소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손흥민이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토트넘이 패배한다면 모든 비난의 표적은 손흥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걱정스러운 지점이었다.

#몇 분이라도 뛰길 바라고 있다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기자회견에 나섰다. 손흥민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손흥민은 이틀 전 열렸던 보되와의 유로파리그 4강 2차전 원정에 따라가지 않았다. 크리스탈 팰리스전 출전 여부가 중요했다. 만약 출전하지 못한다면 루머로 떠돌던 '시즌 아웃'이 현실화될 수 있었다.

"손흥민이 몇 분이라도 뛰기를 반 쯤 바라고 있어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 한 마디를 남겼다. 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출전 시간은 경기 양상을 보며 결정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24시간 후 손흥민은 크리스탈팰리스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후반 13분 손흥민은 피치를 밟았다.
손흥민은 원톱에 배치됐다. 24일만의 출전이었기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스프린트가 많은 측면 날개보다 원톱이 컨디션 조절하기가 좋았다. 어차피 토트넘 입장에서는 승패가 중요한 경기가 아니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잔류를 확정했다. 남은 경기를 다 지더라도 강등을 되지 않는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손흥민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또 다른 부상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원톱은 딱 어울리는 자리였다. 손흥민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스프린트도 안정적이었다. 슈팅 타이밍도 빠르게 가져갔다.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애지중지 아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라스트 미닛'까지 재활에 전념하도록 했다. 올 시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미키 판 더 벤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부상에서 조기 복귀시켰다가 바로 부상이 재발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때문에 손흥민의 복귀에 대해서는 더욱 보수적으로 나섰다. 보되 원정을 데리고 가지 않은 것도 부상 재발 방지를 위해서였다. 보되는 인조잔디였다. 부상 부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기온도 크게 떨어져 있었다. 부상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 번 더 쉬게 했고 더욱 빠르게 부상에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12일 열린 유로파리그 결승 미디어 데이에서도 그랬다. 훈련을 전면 공개했다. 손흥민은 팀 훈련을 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마지막 세션은 참가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마지막 세션 시작 전 메디컬 관계자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부상 재발 방지 차원이었다.

훈련 후 이어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기자회견.

"손흥민의 결승전 출전 결정과 관련해, 그가 몸 상태만 괜찮으면 기용 여부가 명확하게 갈리는 건가요? 아니면 그가 클럽에 의미하는 바, 오랜 시간 헌신해온 점, 팀에서의 상징성 등 감정적인 요소도 고려되나요?"

뼈가 있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6년전 포체티노 감독처럼 팀의 상징성을 고려해 손흥민을 선발 출전시키겠느냐는 질문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단호했다.

"아니요, 그를 출전 가능하게 준비시키고 그다음 결정을 내리는 문제일 뿐입니다. 그 이상은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여지를 남겼다.

"제가 결승전에서 확실히 아는 건, 항상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순간들과 선수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라는 것을 믿고 있는 듯 했다.

손흥민은 6년 전 케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