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로고 철거된 재규어랜드로버 매장..."철수 아닌 숨고르기"
서울 서초구의 재규어랜드로버 매장 외벽에 재규어 로고가 사라진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매장 내부에도 재규어 차량이 모두 빠졌다. 이 일대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브랜드 매장이 몰려있어 국내 수입차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핵심 매장에서조차 재규어 간판이 내려간 것을 두고 재규어 국내 시장 철수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재규어 측은 "'철수가 아니라 전동화 브랜드'로의 전환을 위한 숨고르기 차원"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재규어는 오는 2025년까지 전동화 브랜드로의 전환을 마치고 새로운 재규어 브랜드 매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이유로 재규어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국내 홈페이지에는 판매 차량에 순수 전기차 I-페이스, F-페이스 등 두 종의 SUV와 스포츠카 F-타입만 소개되어 있을 뿐 XE와 XF 등 재규어의 상징과도 같았던 대표 세단들은 드러나지 않았다. 최근 재규어 트위터 피드에도 판매중인 차량에 대한 홍보나 출시 소식 등이 전혀 게재 되지 않고 있는 것을 봤을때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동화를 위해 소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재규어의 국내 입지는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가 지난 4일 발표한 4월 수입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재규어의 등록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8.9% 하락한 4대를 기록했다. 1월부터 4월까지의 누적 등록대수도 10대에 불과하다. 국내에 남아있는 재고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보니 다른 브랜드 대비 현저히 적은 판매대수를 보이고 있다.
흔들리는 국내 재규어 입지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광주광역시, 인천 송도, 서울 서초 등 주요 재규어랜드로버 전시장 외벽에 붙여있던 재규어 로고가 순차적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를 두고 네이커 카페 등에서는 "재규어 간판이 없어졌다. 철수가 아니냐"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나 재규어 측은 "철수가 아니라 전동화 브랜드로의 전환으로 인한 준비 과정"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재규어가 2025년부터 완전 전동화 브랜드로 전환되면 기존 매장 재활용 대신 별도의 매장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재규어 관계자는 "현재 운영중인 재규어랜드로버 국내 일부 매장에서도 재규어 브랜드 차량을 다시 판매하거나 전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