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 가능" 6억 원으로 살 수 있는 서울 아파트

보금자리론 가능한 6억 이하 아파트, 서울에도 있나?

9억원 아파트에 보금자리론을 받던 시절이 완전히 지나갔습니다. 지난 30일에 재출시한 보금자리론은 대상주택 가격을 6억원으로 한정했습니다. 특례론 출시 이전으로 다시 돌려놓은 겁니다.

이제 적격대출도 중단되었고, 전세사기 피해나 출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6억원 이하에서 집을 골라야만 정책금융으로 집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아무리 요즘 집값이 좀 내렸다지만, 수도권에서 집을 구하기엔 빠듯한 규모죠.

그래서 좀 찾아봤습니다. 지난 2개월 간 실거래 신고가 있었던 단지 가운데 6억원 이하 거래가 있었던 곳들입니다. 지역적 범위는 서울, 대상은 전용59~84㎡ 아파트로 너무 오래되지 않게 2000년 이후 준공한 단지로 골랐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노도강 단지는 뺐습니다. SK북한산시티나 공릉풍림아이원 등은 유명하죠. 대단지에 전용 59㎡가 6억 원이라 실수요의 관심이 이미 큰 단지들입니다.

녹번동 녹번JR, 전용 59㎡ <5억 7,500만 원>

은평구 녹번동 녹번JR은 지난 12월에 전용 59㎡가 5억7,500만 원으로 거래됐습니다. ’21년 11월에 7억 5천만 원을 찍고 거래가 없었는데, 결국 2020년 말 무렵의 가격으로 돌아왔습니다.

단지는 2002년 입주한 341세대 규모 아파트입니다. 3호선 녹번역 초역세권이고, 은평초등학교도 가깝습니다. 바로 옆에 붙은 힐스테이트 녹번 전용 59㎡가 8억원 후반 수준이니, 노후도를 감수하면 비슷한 입지에 3억원 아끼는 셈이네요.

호가는 1월 말 기준으로 1층 매물이 5억 6천만 원으로 나왔고, 로열층 매물도 딱 6억원 매물이 꽤 있습니다. 올수리 한 깔끔한 매물은 조금 더 호가가 높은 편입니다. 구조는 옛날 복도식 아파트입니다. 세탁기 욕실에 넣어서 써야해요.

이문동 이문현대, 전용 59㎡ <5억 8,800만 원>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현대아파트도 전용 59㎡가 12월에 5억 8,800만 원으로 거래됐습니다. 전고점은 7억 7천만 원으로, 2021년 9월에 거래됐습니다. ’22년 12월에 5억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에 어느 정도 집값을 회복했습니다.

2000년 준공한 601세대 아파트로 정주여건이 상당히 좋습니다. 1호선 신이문역은 초역세권이고, 7호선 중화역도 도보 10분 거리죠. 중랑천, 이문체육문화센터도 코앞입니다. 월계동 이마트, 상봉동 코스트코도 가까워서 생활에 별 아쉬움은 없겠습니다.

서쪽으로 이문휘경뉴타운 재개발 단지들이 하나 둘 완성되고 있는데, 래미안라그란데 전용 59㎡가 8억 7천만~9천만 원 대에 분양했죠. 경쟁도 굉장히 치열했습니다. 여기도 3억 원 아낀 셈입니다.

호가는 최저 5억 6,500만 원까지 내려왔고, 주로 6억 원 이하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구조는 녹번JR을 빼다 박은 것처럼 똑같은데, 녹번JR보다 안방이 작고 거실과 주방이 넓습니다. 여기도 세탁기 욕실에 넣어서 써야합니다.

신림동 관악산휴먼시아, 전용 59㎡ <5억 8천만 원>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휴먼시아는 전용 59㎡가 5억 후반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1월에 전용 59㎡A가 5억 8천만 원으로 거래됐죠. 전고점은’22년 4월에 기록한 7억 2천만 원입니다.

2008년 입주한 2,810세대 규모 대단지입니다. 단지는 1~2단지로 구분하는데, 관리비는 같이 계산하니까 세대수로 고민할 필요는 없는데요. 2단지가 난향초등학교가 가까워서 더 좋습니다. 워낙 산이라서 확실한 숲세권입니다. 신림선 보라매공원에서 분기해서 난향초 앞까지 올라오는 난곡선 계획이 있어 교통망 개선도 기대해 볼만 합니다.

전용 59㎡ 호가는 최저 5억 3천만 원까지 내려왔습니다. 6억 원 안에서 괜찮은 매물을 고를 수 있죠. 여기는 3룸에 2욕실 구조고, 무엇보다도 양면 발코니로 맞통풍이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2천년대 후반에 공급된 단지라 구조가 낫습니다.

참고로 이웃해서 비슷한 시기 입주한 신림푸르지오2차는 전용 59㎡ 호가가 6억 중후반인데요. 관악산 휴먼시아와 입주시기는 비슷하고, 세대수는 현저하게 낮습니다만 상대적으로 평지에, 브랜드 단지라 호가가 높은 편입니다. 물론 거래는 안되고 있습니다.

정릉동 정릉풍림아이원, 전용 84㎡ <5억 5천만 원>

성북구 정릉동에서는 최근에 전용 84㎡가 6억 원 이하로 거래됐습니다. 1월에 정릉풍림아이원 전용 84㎡가 5억 5천만 원으로 거래됐죠. 지난해 11월에 최고 7억 1천만 원을 기록하기도 했었는데, 올해 들어 6억 마지노선이 깨졌습니다.

2005년 입주한 1,971세대 아파트입니다. 정릉초등학교와 북한산 생태숲이 굉장히 가깝고, 단지내 상가도 잘 돼 있어서 지내기는 좋다는 평가입니다. 3룸 2욕실 구조입니다.

다만 워낙 언덕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좀 힘들고, 정릉 일대가 상습정체구간이라 차량이용도 좀 답답할 겁니다. 최근 GTX-E ‘신정릉’역 계획이 발표되면서 재평가 여지가 생겼는데요. 우이신설선에서 돌아오는 길이 워낙 험해서 아직 큰 영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 호가는 5억 9,500만 원에서 6억원 수준인데요. 더 낮춰서 나온 급매 위주로만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게 솔샘역에 더 가까운 미아동 벽산라이브파크 같은 면적이 6억, SK북한산시티도 6억 초반 수준이니 경쟁력이 없죠.

31,857→3,411… 6억 이하 아파트 거래량, 5년만에 1/10로 줄어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6억원 이하의 중형(전용 59~84㎡)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에 비해1/4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에는 시장에서 거래된 중형아파트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 64.3%가 6억 원 이하로 거래됐지만, 5년이 흐른 2023년에는15.6% 수준에 그쳤죠. 거래량 역시 3만 1,857건에서 3,411건으로 줄었습니다.

최근 들어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별로 체감은 안됩니다. 1월 거래가 다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30일까지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이 비중은 아직 22%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실제 거래량은 158건 밖에 안 되고, 노원구, 도봉구, 성북구 등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강남·서초야 진작 6억원을 한참 넘었다지만, 은평·양천·동대문·강서 등 지역에서도 제법 거래가 있었던 2018년과 달리 지역적 범위도 크게 줄었죠.

정부는 재출시한 보금자리론을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이제 서울은 웬만해선 서민이 둥지를 틀 수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