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곡우에 마시는 '곡우물'을 아시나요? 곡우물에 대한 모든 것
올해 4월 19일은 24절기 곡우였어요. 6번째 절기 곡우(穀雨)는 비를 바라는 절기에요. 곡우가 다가오면 청명에 심은 씨앗이 봄비를 맞고 무럭무럭 자라야 하거든요.
이런 곡우의 풍습을 찾아보면 곡우물을 마시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제공하는 향토문화전자대전에는 곡우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해요.
‘곡우물은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부터 채취한 수액을 말하는데 통상 곡우(穀雨)를 전후한 시기에 가장 많이 생산된다. 이를 ‘곡우물’, ‘고로쇠물’이라고도 한다. 1년 24절기 중 청명 다음이 곡우다. (중략) 곡우물을 마시면 몸에 좋다고 하여 약수로도 쓰인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분명 더 이른 봄에 고로쇠 수액을 채집한다는 소식을 봤는데 말이죠. 맞아요! 경칩과 곡우에 채취하는 수액은 나무의 종류가 달라요. 이름은 고로쇠 물이라고 퉁치지만 이른 경칩에는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곡우에는 박달나무, 거제수나무 같은 자작나무과 나무의 수액을 채취해서 마신다고 해요. 지금은 자작나무가 국내에 꽤 있어서 자작나무 수액을 채취하는 농가도 있고요. (자작나무는 우리나라 자생종은 아니에요)
찾아보니 자작나무 수액은 고로쇠 수액보다 투명하고, 산뜻한 맛이 난다고 해요. 채취하는 기간도 보다 짧고 농가가 적은 편이라 고로쇠보다 구하기 어렵다고 하고요. 처방하는 약물처럼 엄청난 효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로부터 골리수라고 해서 뼈에 좋다, 화병에 좋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있어서 어르신들은 이맘 때 챙기는 별미죠.
그럼, 언제부터 나무 수액을 마셨을까요?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그 기원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요. 신라의 한 화랑이 수련 중에 갈증이 났는데, 물을 마시러 가는 도중에 나무에 걸려 넘어지면서 부러진 나무에서 수액이 흘러나왔다고 해요. 이 수액을 마시면서 갈증을 달랜 이후에 고로쇠나무, 박달나무처럼 수액의 흐름이 많은 나무의 수액을 마시는 풍습이 유래했다고 해요. 믿을 수 있는 근거는 아니지만 그만큼 오래된 풍습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수액은 언제든 나무에서 얻을 수 있지 않나요? 왜 경칩과 곡우에 마시는 걸까요?
사실 나무 수액은 그냥 나무에 구멍을 낸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밤낮의 온도 차가 커지는 시기에 얼었던 수액이 녹으면서 내부 압력이 높아져 구멍을 내면 수액이 기압 차로 흘러나오는 원리이기 때문에 짧은 곳은 10일, 길게는 20일 정도만 채집할 수 있어요. 그래서 특정 절기에만 마실 수 있는 별미인 거죠.
그런데 더 이상은 이 수액을 곡우물이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아요. 이전 알림장에서도 다뤘지만, 경칩에 마시는 고로쇠 수액 역시 기후변화로 3월이 아니라 1월에 채집하는 곳도 생겼거든요. 곡우물 역시 4월 중순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2~3월에 채취하고 있고요. 이 정도면 곡우물이 아니라 춘분물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곡우물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빨라지는 춘분의 고로쇠 수액 채취에 대해서는 기사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관심이 있다면 아래 영상을 보시길 바라요.
오늘의 식물알림장은 여기까지예요.
다음에는 더 알찬 내용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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