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쪼아댄 길거리 음식⋯모르고 한 입 먹었다면?

골목길 음식물 쓰레기 봉투 헤집고, 노점상 판매대 위 올라가 어묵과 소시지 쪼아먹고⋯.
도심 비둘기의 위생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비둘기들이 길거리 판매대에 놓인 계란빵과 닭꼬치, 소시지 등을 쪼아 먹는 영상이 확산되면서 길거리 음식의 위생 상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음식이 오염되지 않도록 위생적으로 보관·진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조리된 음식은 덮개 등을 사용해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할 것을 권고한다.
문제는 길거리 음식이 이런 오염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판매 환경 특성상 비둘기나 곤충이 음식에 접근하거나, 먼지와 이물질이 묻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둘기가 부리나 발로 접촉한 음식은 잘못 섭취하면 몸에 탈이 날 수 있다. 비둘기는 쓰레기 더미와 공원 바닥, 하수구 주변을 오가면서 먹이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세균이나 곰팡이 포자가 부리와 발에 묻을 수 있다. 이후 음식 위에 내려앉거나 부리로 쪼는 순간 음식이 오염될 수 있다.
도심 비둘기는 폐렴을 유발하는 클라미디아 시타시균, 식중독 원인균인 캠필로박터 제쥬니균 등 다양한 병원체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캠필로박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세균성 식중독 원인 중 하나다. 소량만 체내에 들어가도 설사와 복통, 발열을 일으킨다. 어린이나 고령층에서는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비둘기 분변 역시 문제다. 2023년 국내 연구진이 서울 시내 공공장소 19곳에서 채취한 비둘기 분변을 분석한 결과, 식중독과 급성 위장염을 일으킬 수 있는 캠필로박터를 비롯해 리스테리아, 클라미디아 등 여러 잠재적 병원균이 검출됐다.
다만 비둘기가 접촉한 음식을 먹고 감염된 사례가 명확하게 확인된 경우는 드물다. 실제 인체 감염은 음식 섭취보다 분변이나 분변 먼지, 깃털 등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전문가들은 비둘기가 접촉한 것으로 의심되는 음식은 먹지 말 것을 권고한다.
오염은 눈에 보이는 범위보다 넓게 퍼질 수 있다. 비둘기가 쪼은 부분만 떼어내기보다 음식 전체를 버리는 편이 안전하다.
만약 모르고 먹은 뒤 수일 내 설사·복통·구토·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식중독 가능성을 고려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 임산부, 면역저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한편 서울시는 현재 주요 공원과 광장 등 38곳을 집비둘기 먹이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해당 구역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줄 경우 1회 20만 원, 2회 50만 원, 3회 이상 적발 시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지연 기자 (medlima@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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