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대구·경북 준비는 초라했다…독립운동 중심지 위상 무색
단발성 행사 위주, 예산·기획·참여 모두 부족…중앙정부는 지난해부터 전방위 준비

2025년 8월15일, 대한민국은 광복 80주년을 맞는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달라진 지금, 이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역사와 미래를 잇는 국가적 이정표다. 중앙정부는 이를 '국민 통합과 국제 교류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1년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해 왔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의 발걸음은 여전히 더디고 초라하다. 독립운동사의 핵심무대였던 지역임에도 지역 지자체는 기존 행사에 '80주년'이라는 이름만 얹는 수준에 머물러, 역사성과 교육효과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한 '광복 8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 출범했다. 교육부·외교부·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함께하는 이 조직은 전국 순회 기념식, 독립운동 유적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국내외 청년 역사교류 프로그램, 국제 공동전시·세미나,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 지원 등 다양한 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념식은 서울·호남·영남·강원 등 전국 권역별로 나눠 개최하는 방식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피하고, 전 국민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일본·중국·미국 등 독립운동 연계 국가들과 공동학술대회 및 전시를 진행해 국제적 공감대를 넓힌다. 예산은 수백억 원대에 달하며, 기획단계부터 전국 지자체와 연계하는 구조다.
반면, 대구·경북의 경우 규모와 기획력에서 모두 차이가 크게 난다. 대구시는 8월15일 도심 광장에서 기념식을 열고 태극기 게양식, 시민합창단 공연, 광복절 퍼레이드, 소규모 역사전시회 개최 정도만 계획하고 있다. 경북도는 안동·의성·영주 등 독립운동 유적지를 중심으로 기념식과 사진전, 학술강연이 고작이다.
장기 사업이나 전국적 파급력을 가진 프로젝트는 전무하다. 청년과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역사교육 프로그램, 독립운동 유적을 활용한 관광·문화 연계사업, 해외교류 프로그램도 찾아보기 어렵다. 예산은 수억 원 수준에 불과해 사업 범위 자체가 제한적이다.
대구와 경북은 독립운동사의 굵직한 사건과 인물을 다수 배출한 지역이다.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은 전국적 민족운동의 도화선이 됐고, 경북 북부의 의병활동과 안동 임청각 출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독립운동은 일제강점기 내내 지역의 정신을 지탱했다. 구미 출신 장진홍 의사, 포항 장기항일운동, 청송·봉화의 항일 무장투쟁 등은 독립운동사 교과서에 반드시 등장하는 장면들이다. 그러나 이번 광복 80주년 기획에서 이런 역사성을 종합적으로 연결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없다. 유적지 보존 및 활용계획도 단기 전시나 단발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준비 미흡의 원인으로 △예산 한계 △의례적 인식 △조직 및 네트워크 부족 등을 꼽는다. 대구·경북은 광역단체 예산 중 상당 부분이 사회복지와 SOC 사업에 배정되면서 기념사업 예산은 후순위로 밀린다. 광복절 기념식도 매년 하는 일회성 행사로만 인식해 80주년의 특별함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그리고 구·군과의 협업구조가 부족한 지역에서 다수의 지자체-시민단체-학계 간의 긴밀한 연계가 어려운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구의 한 독립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중앙정부는 1년 전부터 준비했지만, 지역에서는 구체적인 일정과 기획이 미흡하다"며 "주민이 주도하고, 청소년이 참여하며, 지역 기업이 후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대구·경북 전역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연결하는 '80주년 역사로드' 조성, 청소년 역사캠프, 지역 예술인의 독립운동 주제 창작 지원 등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와의 협업구조가 미비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정인열 광복회 대구시지부 사무국장은 "대구·경북에서 광복 80주년 기념행사도 단발성으로 끝난다면 독립운동정신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라며 "지역의 역사적 자원을 교육·관광·문화산업과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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