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vs 정유경" 계열분리 1년 만에 '역전 드라마' 신세계 남매에게 무슨 일이

▮▮ 계열분리 1년, 판이 완전히 달라졌다

신세계그룹은 2024년 10월 정기 인사를 통해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하며 남매 각자의 독립 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고, 그룹의 두 축인 이마트와 백화점이 각기 다른 사업 포트폴리오와 재무 구조를 갖춘 별개의 축으로 재편됐다.

계열분리 방침은 이미 2024년 10월부터 대외적으로 예고된 사안으로, 이후 그룹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지배구조와 조직을 재정비해 왔다. 이제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점, 편의점, 이커머스를 묶은 대중 유통 부문을,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백화점과 아울렛, 면세 등 프리미엄 오프라인 리테일 부문을 책임지는 구조가 굳어졌다.

남매가 사실상 각자도생을 택한 만큼, 시장의 관심은 "누가 더 빠르게 수익성을 끌어올리느냐"로 옮겨갔다.

▮▮ '선택과 집중' 이마트, 흑자 전환 성공

계열분리의 첫 해, 숫자로만 보면 반전의 드라마는 이마트 쪽에서 먼저 나왔다. 이마트는 2023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469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에 빠졌지만, 2024년에는 471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체질 개선의 신호를 보였다.

다만 2024년 영업이익 471억 원에는 통상임금 소급 적용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있으며, 이를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2,603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는 가격 정책 조정, 점포 리뉴얼, 트레이더스 성장 등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의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2025년 들어서도 실적 개선세는 지속됐다. 이마트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32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7.6% 증가했고, 3분기 단독으로는 1,514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1분기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흑자 흐름이 이어지며 본업 경쟁력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이마트는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고, 핵심 상권 점포 리뉴얼에 투자를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속해 왔다. 2024년 실적에서도 스타필드 마켓 죽전 등 공간 리뉴얼과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성장세가 이익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됐다.

창고형 중심의 트레이더스는 고물가 국면에서 대용량·가성비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편의점 이마트24 역시 점포 수 확대보다 점포당 매출과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이마트는 온라인 부문에서 알리바바와의 합작 구조를 활용해 지마켓의 글로벌 소싱과 해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지마켓은 알리바바의 유통망과 조달 시스템을 활용해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해외 브랜드까지 약 100만 개 SKU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합작법인 구조 개편을 통해 G마켓을 연결 실적에서 분리하면서 이마트 본체의 재무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신세계백화점

반면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은 계열분리 초기부터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내세우며 외형과 브랜드력을 우선 강화하는 길을 택했다. 실제로 신세계는 2024년 기준 연결 총매출 11조 4,974억 원을 기록해 매출은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통상임금 소급 적용 등 일회성 비용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약 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화점 부문만 놓고 보면 2024년 매출은 역대 최대를 경신했으나, 통상임금 부담 등 일회성 비용 탓에 영업이익은 4,055억 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에도 신세계백화점은 외형 성장에 주력했다. 2025년 신세계백화점 13개 점포 합산 매출은 13조 1,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 성장하며 업계 내 입지를 강화했다.

특히 강남점은 전년 대비 10.8% 증가한 3조 5,800억 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했고, 센텀시티는 8.2% 신장한 2조 2,300억 원을 달성했다. 대전 아트앤사이언스도 1조 300억 원(8.3% 신장)으로 1조 클럽에 안착하며 핵심 점포 중심의 성장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신세계는 실제로 백화점 사업을 단순 유통 채널이 아닌 '머무는 경험'을 제공하는 체류형 리테일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강남점에서 성공을 거둔 '하우스오브신세계' 콘셉트를 청담 상권으로 확장해, 식품·패션·리빙·다이닝을 결합한 초프리미엄 체류형 공간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장보기형' 식품관을 벗어나, 패션 편집숍 같은 인테리어와 쇼케이스형 진열, 100석 규모의 광장과 중정까지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2025년 론칭한 프리미엄 여행 브랜드 '비아신세계(VIA SHINSEGAE)' 역시 백화점 밖으로 확장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상징이다. 비아신세계는 아부다비 모터스포츠 관람, 웰니스·북극 탐사 등 기존 여행사에서 보기 어려운 고급 큐레이션 상품을 앞세워 "배움과 철학이 있는 여정"을 표방한다.

백화점이 직접 기획·운영하는 여행 상품 플랫폼으로, VIP 실적과도 연동해 '명품 가방을 사듯 백화점에서 명품 여행을 산다'는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 남매 실적 격차와 향후 전망

이러한 전략 차이는 계열분리 1년 차 실적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이마트는 2023년 469억 원 적자에서 2024년 흑자 전환(실질 이익 기준 2,603억 원)에 성공했고, 2025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324억 원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됐다.

과거 대형마트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점포 효율화와 트레이더스 성장, 온라인 부담 완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빠르게 끌어올린 셈이다.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2022년 6,454억 원을 정점으로 2024년 약 4,055억 원까지 영업이익이 조정되는 국면을 겪었다.

다만 2025년 들어 매출은 13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경신했고, 핵심 점포 중심의 고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이익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양사 간 영업이익 격차는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좁혀진 상태다.

향후 실적 추이는 각자의 전략 실행력에 달려 있다. 이마트는 구조조정과 비용 효율화로 확보한 이익을 얼마나 빠르게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신규 성장 동력에 재투자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지마켓을 알리바바와의 합작 구조로 전환해 연결 재무 부담을 줄였지만, 동시에 온라인에서의 존재감을 키우지 못하면 쿠팡·네이버 등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건설 편입에 따른 재무 부담이 장기적으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전략 특성상 외형 성장 대비 이익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VIP 고객 비중이 높은 만큼 경기 둔화에 대한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규모 공간 투자와 체류형 리테일 실험이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브랜드 프리미엄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압박받을 수 있다.

비아신세계와 같은 고가 여행·라이프스타일 상품이 어느 정도의 반복 구매와 브랜드 락인을 만들어낼지도 아직은 검증 단계다.

▮▮ 각자도생 시대, 진짜 승자는 누구인가

계열분리 1년은 시작에 불과하다. 숫자만 보면 이마트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외과 수술로 빠른 체질 개선과 이익 회복을 노리는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플랫폼'이라는 장기 비전을 위해 당장의 이익 일부를 투자로 돌리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단기 실적 회복 속도에서는 이마트가 앞서 보이지만, 브랜드 파워와 고객 경험의 축적이라는 무형 자산 측면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의 실험도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승부는 각자가 택한 전략이 얼마나 일관되게, 또 얼마나 빠르게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계열분리 1년 차의 숫자는 남매의 다른 선택을 선명하게 보여줬을 뿐이며, 유통 시장의 진짜 '승자'는 경기 사이클과 소비 트렌드의 파고를 몇 번 더 넘은 뒤에야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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