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희생으로 남성이 구원받는다'?…"너무 편한 설명…저는 화가 나요!"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19. 09:03
[더 골라듣는 뉴스룸]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이 들려주는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이야기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은 음악회에서 단골로 연주되는 인기곡입니다. 이 서곡은 오페라의 대략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흔히 여성의 희생적인 사랑으로 남성이 구원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죠. 사실 이건 괴테의 '파우스트' 등 수많은 예술작품에서 반복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바그너의 젊은 시절 오페라 '탄호이저' 역시 베누스와 엘리자베트 사이에서 방황하던 탄호이저가 엘리자베트의 희생으로 구원받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주목받는 한국인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탄호이저가 과연 구원받은 것일까, 의문을 제기하는데요, 국립오페라단의 '탄호이저' 연출을 맡은 요나 김과 함께 바그너가 '탄호이저'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김수현 기자 : 사실 서곡을 들으면 이야기의 구조가 보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요나 김 연출가 : 굉장히 거친 구조, 러프한 게 보이죠. 정반합. 첫 부분은 정신적이고 종교적이고 성스러운 초월적인 세계에 대한 느낌이 강하고, 한 3분의 1이 지나면 음악이 빨라지면서 감각적이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나요. 그게 굉장히 오래 가다가 점점 잦아들면서 다시 합이 되는 것처럼 다른 성스러움에 초월되는 느낌이 나요. 그래서 이 서곡이 세 부분으로 나눠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페라 스토리의 큰 구조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가면 너무나 많은 디테일도 숨어 있죠. 그걸 찾아보는 재미가 오페라인 것 같아요. 답을 정해놓고 생각하면 서곡만 들으면 되지, 나머지를 뭐 하러 듣겠어요?
김수현 기자 : 그렇죠. 서곡만 듣지는 않죠.
요나 김 연출가 : 서곡을 들으면 내용이 비슷하게 나오니까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면 또 다르죠. 신기한 게 3막을 시작하기 전에 전주가 나와요. 서곡 정도는 아니고, 전주가 기악으로만 나오는데 그 부분이 저한테는 작품과 더 상관이 있는 것 같고 재밌었어요. 개인적으로. 매우 현대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음악이 거기에 있습니다. 그걸 더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유명한 서곡은 다 아시니까 3막 시작 전에 나오는 그 곡을요.
김수현 기자 : 공연을 보신다면 그거를 꼭.
요나 김 연출가 :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거기서 많은 질문이 생기거든요. 탄호이저가 죄를 탕감받기 위해 로마의 순례자들을 따라가잖아요. 로마에 가는 길을 묘사하는 거거든요. 3막에서는 교황을 만나서 죄를 용서해 달라는 신이 안 나와요. 탄호이저가 로마에서 돌아오는 것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3막 시작 전에 그의 로마행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거죠. 우리 상상의 영역인데, '가서 어떤 일을 당했을까?'를 정말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읽은 탄호이저는 위선적이고 편협한 사회의 도그마에 저항하는 한 개인이자 남자이자 천재적인 예술가인데요. 자기 내면에는 인간인 이상 모순이 있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베누스와 엘리자베트라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잖아요. 그 여자들이 대표하는 바는 한 명은 감각의 세계. 또 한 명은 정신의 세계. 갈등하면서 자기가 부닥친 사회의 부조리와 위선성.
제가 이걸 읽으면서 많이 느낀 게 중세가 됐든 바그너가 살던 19세기가 됐든 지금의 21세기가 됐든 사람이 모여서 만든 사회의 이데올로기, 사회의 질서는 참 편협한 거라는 것을 느꼈어요. 거기서 뛰쳐나가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고, 그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거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너무 잘 표현돼 있어요. 탄호이저는 그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겪어내는 거죠.
그런데 여성들은 또 그 남자의 자기모순 속 양극단에 서 있는 여성 캐릭터들이고. 볼프람 폰 에센바흐가 저녁별의 노래라는 걸 부르는 바리톤 역할인데 그분은 모든 걸 보면서 친구도 이해하고, 사회에 이상한 면도 보고, 엘리자베트의 고통도 이해하고, 베누스의 열정도 이해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죠. 우리와 같은 리얼한 세계가 그렇잖아요. 강렬하게 어떤 걸 원하거나 어떤 색채가 있지 않잖아요. 우리는 모든 면이 동시에 있고 항상 좀 비겁하잖아요. 항상 회색지대에 살고 있잖아요. 그걸 표현하는 캐릭터가 볼프람 폰 에센바흐입니다.
제가 스포일러 싫어해서 결말을 말씀 안 드리는데 너무나 기가 막히게 우리들의 얘기인 거예요. '아직도 이게 유효하구나' 이게 무서운 거죠. 왜 이렇게 안 변하지? '역사는 가르치나 학생이 없다' 이런 말이 있죠. 역사가는 늘 똑같이 가르치고 있고 항상 지적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걸 배우지 못하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내용을 보면 '대부분 남성이 여성의 희생에 의해서, 사랑에 의해서 구원받는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얘기들이 많거든요.
요나 김 연출가 : 그 설명을 읽을 때마다 저는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이거는 너무 편한 설명인 거잖아요. 이게 바그너 9번째 작품이에요. 대부분 거기에 나온 여성들이 알다시피 엘자, 브륀힐드 다들 남자를 위해서 힘들어하다가 죽어가는데, 그 여자가 죽어야 그 남자가 구원받아요.
김수현 기자 : 맞아요. 다 그런 식이에요.
요나 김 연출가 : 그거는 해석의 문제도 있지만 바그너가 엄청난 에고이스트이긴 했었던 것 같아요. 다 가지고 싶어 했던 거죠. 정신적으로 자기를 감싸주고 희생해 줄 여자도 필요했고 한편으로는 쾌락도 필요했어요. 그것도 인간적이죠. 대놓고 그렇게 했던 사람도 용기도 있는 거죠. 우리는 중간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데 이 사람은 다 풀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이걸 작품으로 녹여냈는데 제가 여러 바그너를 하면서 느낀 거는 대척점에 있는 여자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항상 희생녀 아니면 쾌락녀. 그런데 사실 그런 사람들이 실제 존재하지 않잖아요.
김수현 기자 : 너무 극단적이에요.
요나 김 연출가 : 저는 그래서 이 사람이 자기 얘기를 하기 위해서 극단화를 시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일종의 테제, 이론, 일종의 실험실처럼. 우리 생각과 감정을 실험해 보기 위해서.
김수현 기자 : 모든 작품에 그런 구도를.
요나 김 연출가 : 구도를 만드는 거죠. 구도라는 말이 좋네요. 그 구도를 만들어서 우리에게 생각의 재료를 준 것 같아요. 물론 그의 인간성과 전기를 보면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어요.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그 작품을 우리 식으로 읽어낼 필요가 또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또 재미있고요.
예를 들면 베누스 같은 경우에는 2막에서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이 나옵니다. '사랑은 정신적인 거다. 완전히 플라토닉해야 진정한 사랑이고 영원하다. 아니다. 사랑은 만지고 느끼고 체화해야 사랑이다.' 그러면서 주거니 받거니 싸움을 합니다. 그 토론에서 신기한 게 탄호이저가 편협하고 위선적인 사람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듯이 사랑은 그런 게 아니라고 하면서 신랄하게 비웃거든요. 그럴 때 엘리자베트가 그걸 보고 있다가 너무 좋아하면서 일어나서 막 흥분하는 거예요.
김수현 기자 : 그렇게 돼 있나요?
요나 김 연출가 : 그런 지문이 나옵니다. 그런 지문들을 제발 자세히 읽어주세요. 그러면 바그너가 그 여자를 정말 클리셰처럼 정신적이고, 기도만 하고, 희생하고 울기만 하는 여자는 아니었다는 거를 찾아볼 수 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런 욕망이 있었다는 거군요.
요나 김 연출가 : 그럼요. 저는 그 여자가 욕망에 너무 시달리는데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 때문에 표현하지 못했던 거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주장하는 게 아니라 바그너의 텍스트에 숨어 있어요. 숨은 그림처럼 숨겨놓은 것 같아요. 그거를 안 읽고 지나가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그거를 발견했을 때 '역시 내 추측이 옳았어.'
정석문 아나운서 : 그게 무대에 표현돼야 하잖아요.
요나 김 연출가 : 그럼요. 표현해야죠. 그게 제 역할이죠. 제가 찾아낸 원석들을 다듬어서, 그림으로 만들어서, 숨기지 않고 관객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큰 그림을 그려야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은 음악회에서 단골로 연주되는 인기곡입니다. 이 서곡은 오페라의 대략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흔히 여성의 희생적인 사랑으로 남성이 구원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죠. 사실 이건 괴테의 '파우스트' 등 수많은 예술작품에서 반복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바그너의 젊은 시절 오페라 '탄호이저' 역시 베누스와 엘리자베트 사이에서 방황하던 탄호이저가 엘리자베트의 희생으로 구원받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주목받는 한국인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탄호이저가 과연 구원받은 것일까, 의문을 제기하는데요, 국립오페라단의 '탄호이저' 연출을 맡은 요나 김과 함께 바그너가 '탄호이저'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김수현 기자 : 사실 서곡을 들으면 이야기의 구조가 보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요나 김 연출가 : 굉장히 거친 구조, 러프한 게 보이죠. 정반합. 첫 부분은 정신적이고 종교적이고 성스러운 초월적인 세계에 대한 느낌이 강하고, 한 3분의 1이 지나면 음악이 빨라지면서 감각적이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나요. 그게 굉장히 오래 가다가 점점 잦아들면서 다시 합이 되는 것처럼 다른 성스러움에 초월되는 느낌이 나요. 그래서 이 서곡이 세 부분으로 나눠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페라 스토리의 큰 구조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가면 너무나 많은 디테일도 숨어 있죠. 그걸 찾아보는 재미가 오페라인 것 같아요. 답을 정해놓고 생각하면 서곡만 들으면 되지, 나머지를 뭐 하러 듣겠어요?
김수현 기자 : 그렇죠. 서곡만 듣지는 않죠.
요나 김 연출가 : 서곡을 들으면 내용이 비슷하게 나오니까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면 또 다르죠. 신기한 게 3막을 시작하기 전에 전주가 나와요. 서곡 정도는 아니고, 전주가 기악으로만 나오는데 그 부분이 저한테는 작품과 더 상관이 있는 것 같고 재밌었어요. 개인적으로. 매우 현대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음악이 거기에 있습니다. 그걸 더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유명한 서곡은 다 아시니까 3막 시작 전에 나오는 그 곡을요.
김수현 기자 : 공연을 보신다면 그거를 꼭.
요나 김 연출가 :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거기서 많은 질문이 생기거든요. 탄호이저가 죄를 탕감받기 위해 로마의 순례자들을 따라가잖아요. 로마에 가는 길을 묘사하는 거거든요. 3막에서는 교황을 만나서 죄를 용서해 달라는 신이 안 나와요. 탄호이저가 로마에서 돌아오는 것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3막 시작 전에 그의 로마행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거죠. 우리 상상의 영역인데, '가서 어떤 일을 당했을까?'를 정말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읽은 탄호이저는 위선적이고 편협한 사회의 도그마에 저항하는 한 개인이자 남자이자 천재적인 예술가인데요. 자기 내면에는 인간인 이상 모순이 있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베누스와 엘리자베트라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잖아요. 그 여자들이 대표하는 바는 한 명은 감각의 세계. 또 한 명은 정신의 세계. 갈등하면서 자기가 부닥친 사회의 부조리와 위선성.
제가 이걸 읽으면서 많이 느낀 게 중세가 됐든 바그너가 살던 19세기가 됐든 지금의 21세기가 됐든 사람이 모여서 만든 사회의 이데올로기, 사회의 질서는 참 편협한 거라는 것을 느꼈어요. 거기서 뛰쳐나가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고, 그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거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너무 잘 표현돼 있어요. 탄호이저는 그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겪어내는 거죠.
그런데 여성들은 또 그 남자의 자기모순 속 양극단에 서 있는 여성 캐릭터들이고. 볼프람 폰 에센바흐가 저녁별의 노래라는 걸 부르는 바리톤 역할인데 그분은 모든 걸 보면서 친구도 이해하고, 사회에 이상한 면도 보고, 엘리자베트의 고통도 이해하고, 베누스의 열정도 이해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죠. 우리와 같은 리얼한 세계가 그렇잖아요. 강렬하게 어떤 걸 원하거나 어떤 색채가 있지 않잖아요. 우리는 모든 면이 동시에 있고 항상 좀 비겁하잖아요. 항상 회색지대에 살고 있잖아요. 그걸 표현하는 캐릭터가 볼프람 폰 에센바흐입니다.
제가 스포일러 싫어해서 결말을 말씀 안 드리는데 너무나 기가 막히게 우리들의 얘기인 거예요. '아직도 이게 유효하구나' 이게 무서운 거죠. 왜 이렇게 안 변하지? '역사는 가르치나 학생이 없다' 이런 말이 있죠. 역사가는 늘 똑같이 가르치고 있고 항상 지적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걸 배우지 못하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내용을 보면 '대부분 남성이 여성의 희생에 의해서, 사랑에 의해서 구원받는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얘기들이 많거든요.
요나 김 연출가 : 그 설명을 읽을 때마다 저는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이거는 너무 편한 설명인 거잖아요. 이게 바그너 9번째 작품이에요. 대부분 거기에 나온 여성들이 알다시피 엘자, 브륀힐드 다들 남자를 위해서 힘들어하다가 죽어가는데, 그 여자가 죽어야 그 남자가 구원받아요.
김수현 기자 : 맞아요. 다 그런 식이에요.
요나 김 연출가 : 그거는 해석의 문제도 있지만 바그너가 엄청난 에고이스트이긴 했었던 것 같아요. 다 가지고 싶어 했던 거죠. 정신적으로 자기를 감싸주고 희생해 줄 여자도 필요했고 한편으로는 쾌락도 필요했어요. 그것도 인간적이죠. 대놓고 그렇게 했던 사람도 용기도 있는 거죠. 우리는 중간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데 이 사람은 다 풀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이걸 작품으로 녹여냈는데 제가 여러 바그너를 하면서 느낀 거는 대척점에 있는 여자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항상 희생녀 아니면 쾌락녀. 그런데 사실 그런 사람들이 실제 존재하지 않잖아요.
김수현 기자 : 너무 극단적이에요.
요나 김 연출가 : 저는 그래서 이 사람이 자기 얘기를 하기 위해서 극단화를 시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일종의 테제, 이론, 일종의 실험실처럼. 우리 생각과 감정을 실험해 보기 위해서.
김수현 기자 : 모든 작품에 그런 구도를.
요나 김 연출가 : 구도를 만드는 거죠. 구도라는 말이 좋네요. 그 구도를 만들어서 우리에게 생각의 재료를 준 것 같아요. 물론 그의 인간성과 전기를 보면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어요.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그 작품을 우리 식으로 읽어낼 필요가 또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또 재미있고요.
예를 들면 베누스 같은 경우에는 2막에서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이 나옵니다. '사랑은 정신적인 거다. 완전히 플라토닉해야 진정한 사랑이고 영원하다. 아니다. 사랑은 만지고 느끼고 체화해야 사랑이다.' 그러면서 주거니 받거니 싸움을 합니다. 그 토론에서 신기한 게 탄호이저가 편협하고 위선적인 사람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듯이 사랑은 그런 게 아니라고 하면서 신랄하게 비웃거든요. 그럴 때 엘리자베트가 그걸 보고 있다가 너무 좋아하면서 일어나서 막 흥분하는 거예요.
김수현 기자 : 그렇게 돼 있나요?
요나 김 연출가 : 그런 지문이 나옵니다. 그런 지문들을 제발 자세히 읽어주세요. 그러면 바그너가 그 여자를 정말 클리셰처럼 정신적이고, 기도만 하고, 희생하고 울기만 하는 여자는 아니었다는 거를 찾아볼 수 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런 욕망이 있었다는 거군요.
요나 김 연출가 : 그럼요. 저는 그 여자가 욕망에 너무 시달리는데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 때문에 표현하지 못했던 거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주장하는 게 아니라 바그너의 텍스트에 숨어 있어요. 숨은 그림처럼 숨겨놓은 것 같아요. 그거를 안 읽고 지나가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그거를 발견했을 때 '역시 내 추측이 옳았어.'
정석문 아나운서 : 그게 무대에 표현돼야 하잖아요.
요나 김 연출가 : 그럼요. 표현해야죠. 그게 제 역할이죠. 제가 찾아낸 원석들을 다듬어서, 그림으로 만들어서, 숨기지 않고 관객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큰 그림을 그려야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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