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근식 서울교육감 당선..."고교 무상교육·역사인식" 강조

유효송 기자 2024. 10.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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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정근식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밝게 웃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양 진영이 12년 만에 사실상 단일 후보로 맞붙은 결과 진보측 대표 정근식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 정 신임 교육감 당선인은 조희연 전 교육감표 혁신교육을 계승하되 역사교육 강화와 교육 양극화 해소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당선인은 16일 저녁 11시쯤 당선이 확실시 된 이후 마포구 선거사무소에 방문해 "서울시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여러분의 선택이 서울교육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준다"며 "그의 작품처럼 치열한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야말로 서울의 미래를 밝힐 열쇠"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창의력과 협력, 그리고 자율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교육행정을 이끌어갈 때 무엇을 중점을 두겠냐'는 기자단의 질문에는 "서울 시민들의 많은 열망, 소망, 희망을 경청하면서 서울교육을 이끌어가겠다"고 포부를 먼저 밝혔다.

이어 "이번 선거 과정에서 학부모님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이 고등학교 무상교육 비용 예산 삭감이었다"며 "잘못된 정책을 어느정도 수정할 가능성이 생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장 먼저 관심 갖고 있는 고교 무상교육 비용 반드시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또 "왜곡된 역사 의식이 교육 현장에 발붙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다만 저를 지지한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서울시민이 서울교육의 주인이라고 하는 것을 명심하고 보수와 진보 갈등 없이 긴 방향에서 우리 교육이 꼭 나가야 할 방향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당선인은 오늘(17일) 교육감 선거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공정택, 곽노현, 문용린, 조희연에 이어 민선 교육감으로 취임하게 된다.

정 당선인은 임기 시작과 함께 공약에서 밝힌 교육 양극화 해소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학력 보장과 미래 역량 강화로 교육 격차를 줄이겠다는 포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시교육청과 대학 간 협업으로 '학습진단치유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시험 없이도 학생의 학습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자치구별 자기주도형 학습나침반' 설계에 나선다. 기초학력과 논·서술형 자기생각 글쓰기 등 종합 문항을 개발해 학교에서 학생의 성장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지역 간·계층 간 교육격차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교육 양극화 지수(가칭)'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역사 교육 강화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을 거친 만큼, 교실 수업에서 학생의 사고 역량을 제고하고 역사적 자기 정체성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시교육청 역사위원회와 역사 자료센터 건립 등이다.

전문가 집단이 합의한 정확한 역사 자료를 제공해 교사와 학생들이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물리적 공간까지 꾸릴 계획이다. 또 '팩트체크 교실'을 운영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양쪽의 주장을 학생의 입장에서 팩트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의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학교교육공동체와의 대화 정례화 △생태전환 실천학교 △에듀테크 기반 교육 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공약에는 담지 않았지만 조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만큼 진보 진영의 대표 교육정책인 혁신학교와 생태교육, 노동과 인권 교육 등의 명맥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 교권 침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서울시의회가 폐지를 추진 중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공약을 통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침해의 상관관계는 증명된 게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례를 둘러싸고 시의회와의 대치 상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교육감협의회 내 진보 교육감 수도 유지된다. 17명의 교육감 중 진보 성향인 곳은 서울을 포함해 9곳으로 유지되게 됐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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