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view] 야구기인 임찬규

삶의 일부였던 직업을 내려놓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보통 제2의 인생을 응원한다는 격려를 보낸다. 인생을 뒤바꾼다고 할 만큼 우리에겐 무엇을 하며 사는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3~40대가 되기까지 오직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던 선수들에게 끝이 다가오는 게 느껴질 때, 그들이 현장의 지도자로 남을지 혹은 해설위원과 같은 그라운드 밖 관계자가 될지 재 보곤 한다. 야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요즘은 특히나 방송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흐름에 허를 찌른 이가 있다. 현역 야구선수 최초로 OTT TVING과 손을 맞잡고 본인의 이름을 건 단독 예능을 론칭한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다. 제2의 인생이 아닌 풍부한 제1의 인생을 유영하는 그를 ‘야구기인 임찬규’를 통해 엿봤다. (2월 26일 작성)

에디터 이지인 사진 TVING

#콘텐츠 정보

야구기인 임찬규

채널 TVING
최초 공개일 2026.01.12 오후 6시 (이후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회당 순차 공개)
회차 정보 8부작
제작 샌드박스네트워크,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제작진 CP 양공, PD 고경덕, 황예성, 박덕신, 강혜민, 김민형, 김도연, 조민규(이상 연출), 박효란, 최소정, 박세연(이상 작가)
출연진 임찬규


데뷔 당시 타자가 혀를 내두를 강속구로 이름을 떨치더니, KBO리그를 대표하는 ‘피네스 피처(맞혀 잡는 유형의 투수)’가 된 LG 트윈스 임찬규가 야구기인이 됐다. 부상의 여파로 더는 구속을 주무기로 내세울 수 없어진 그로서는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서 새로운 도전이 필수였을 터. 다행인 점은 그가 목표를 가지면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타입이라는 것이다.

티빙 오리지널 ‘야구기인 임찬규’는 그간 품어 왔던 임찬규의 ‘버킷리스트’와 ‘예측 불가한 엉뚱한 매력’을 함께 담아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총 8회차 동안 리얼리티, 토크쇼, 페이크 다큐 등 각기 다른 장르로 시청자를 찾는다. 해당 프로그램은 엔터테인먼트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임찬규의 소속 에이전시 리코스포츠에이전시가 공동 제작을 맡았다. 유튜브 콘텐츠 ‘동네친구 강나미’를 연출한 고경덕 PD가 판을 짜고, 전문 재치꾼으로 소문난 야구선수 임찬규가 말이 돼 비시즌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러 나섰다.

#Editor’s Picks

① 임찬규, 잘 살았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며 공개된 첫 화에서는 임찬규와 한화 이글스 손아섭의 제주도 여행기가 그려졌다. 아름다운 풍경 아래 두 사람은 마주치자마자 옥신각신 다투는 케미스트리로 웃음을 유발했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둘답게 제주에 도착한 순간부터 말싸움이 이어지고, 각종 게임으로 승부욕을 불태우는 등 ‘힐링 투어’라는 설정 아래서 힐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FA 계약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손아섭과 야구를 향한 두 사람의 깊은 진심에 시청자들은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2회에서는 두산 베어스 곽빈, 한화 김서현, LG 김영우까지 리그에서 손꼽히는 젊은 투수 자원들과 방송인 문상훈이 힘을 보탰다. 팀에서 투수조의 비공식 ‘멘탈 코치’로 활동 중이라는 임찬규는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투수 후배들을 불러 모아 그간 쌓아 온 자신만의 마인드 컨트롤 비법을 전수했다. 마운드에서 호흡을 가다듬는 법이나 선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을 아낌없이 나누며 베테랑의 면모를 뽐냈다. 문상훈이 적재적소에 던지는 촌철살인 질문도 웃음 유발 포인트.

이어지는 회차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NC 다이노스 박민우와 팀을 이뤄 휘문고의 자존심을 지키러 나섰다. 상대는 역시나 라이벌 서울고 출신의 NC 박건우,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 한화 강백호. 모교를 향한 자부심이 대단한 걸로 알려진 이들인 만큼 웃음보다 승부에 초점을 맞췄지만, 오히려 그런 ‘진심’이 재미를 자아냈다.

그 밖에도 LG 팬들이 애정하는 조합 ‘CK즈(임찬규&홍창기)’의 만남도 연출됐다. 야구장에서 퇴근하면 육아로 출근하는 팀 동료를 위해 임찬규와 홍창기가 ‘대리 육아’에 나선 것. 박해민과 유영찬,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 중인 고우석의 아들까지 ‘트윈스 주니어’ 3인방을 돌보겠다는 포부였다. 평화도 잠시, 절대 방전되지 않는 3형제의 에너지와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울음은 초보 아빠 두 사람을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여곡절 끝에 점심 식사까지 챙겼지만, 임찬규와 홍창기는 낮잠은커녕 오히려 밥을 먹고 힘을 회복해 버린 아이들에 두 손 두 발 들고 말았다.

② 버킷리스트, 어디까지 가능한가요?

초반 회차에서 야구선수 동료들과의 편안한 얼굴을 선보였다면 후반부에는 ‘인간 임찬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반환점을 지난 5회에서 임찬규는 걸그룹 ‘FIFTY FIFTY(피프티피프티)’의 일일 매니저로 변신했다. 팬미팅 현장으로 이동하는 차에서는 공통 화제로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지만, 멤버별 취향에 맞춰 각각 다른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폴라로이드 촬영까지 낯선 업무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더해 아이돌에게 필수라고 일컫는 댄스 챌린지 영상 촬영까지, 매니저이자 엔터테이너로서 두 가지 매력을 한 번에 선사했다.

6화에서는 FA 체결 당시 LG를 제외한 모든 창구를 닫았던 해바라기 임찬규에 걸맞게 LG U+ 브랜드마케팅팀 인턴이라는 직책이 주어졌다. 면접을 문제없이 통과한 임찬규는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LG 트윈스와의 컬래버 마케팅 전략을 짜 임원들 앞에서 PT를 진행했다. 이때 팀을 향한 애정과 모기업을 향한 충성심으로 질의응답까지 마쳐 임원진의 미소와 박수를 끌어내기도. 특히 모델이 돼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모델료는 초콜릿으로 충분하다’라며 응수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초콜릿을 건네받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든 게 이 에피소드의 하이라이트.

임찬규의 ‘직업 체험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화에서는 일일 사장님으로까지 출격했기 때문. 직접 장을 본 재료를 잔뜩 들고 나타난 임찬규는 팀 동료 이정용과 함께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밥솥에 밥을 안치고 김밥의 속 재료를 준비하며 야심을 드러냈지만 모든 일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주문과 손님들의 돌직구 피드백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했다. 여기에 후반부에는 LG 팬으로 잘 알려진 최강창민과 셰프 정호영이 등장해 긴장감을 더했다. 장사를 마친 뒤 이들은 둘러앉아 뒤풀이 시간을 가졌는데, 임찬규는 호스트로서 대화를 이끌며 자연스럽게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어느덧 최종화 공개만을 앞둔 ‘야구기인 임찬규’. 대망의 마지막 화에서는 유일한 출연진으로 이름을 올린 그를 위한 전격 토크쇼가 마련될 예정이다. 영구결번으로 남은 박용택이 MC를 맡아 임찬규의 야구 인생을 낱낱이 파헤칠 것을 예고했고, 임찬규와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차명석 단장이 대미를 장식한다. 차 단장의 등판으로 한층 기대를 더한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끝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임찬규의 다양한 도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ditor Speaks

본지 179호(25년 3월 호)에선 ‘더그아웃 리뷰’ 코너를 통해 KBS ‘불후의 명곡 2026 프로야구 특집’을 돌아봤다. 당시 언급했듯 그라운드 밖 선수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콘텐츠를 향한 팬들의 수요가 굉장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비시즌을 맞아 각기 다른 스포츠 종목의 레전드 여성 선수 출신들이 ‘야알못(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임에도 야구선수로 활약하는 과정을 담은 채널A ‘야구여왕 시즌2’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야구돼장 이대호’와 같이 은퇴 선수의 유튜브 채널 등에 게스트로 출연해 입담을 떨치는 이들도 적지 않고. 거기에 더해 ‘불후의 명곡’이나 MBC ‘복면가왕’과 같이 야구와 무관한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춰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키는 선수도 잇달아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런 ‘스포테이너(스포츠 선수 출신의 엔터테이너)’ 시대에 ‘야구기인 임찬규’는 현역 야구선수가 최초로 본인의 이름을 걸고 나선 단독 예능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팀에서 고참에 속해도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고, 수려한 말솜씨로 인터뷰를 휘어잡던 그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방송은 시즌 중이라면 야구가 없는 월요일, 평일 경기가 시작되는 6시 언저리에 최초 공개돼 의미를 더했다. 데뷔 16년 차답게 화려한 인맥으로 프로그램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LG 팬뿐만 아니라 전 구단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 부분에 더욱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반대로 LG 팬들이 타 구단 선수에게 더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됐으리라.

그동안 무수한 시행착오를 이겨 내고 믿고 보는 선발투수로 자리 잡은 임찬규인 만큼, 앞으로도 스포츠와 예능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사냥하는 데 성공하길 기원한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80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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