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CORNER

건축주는 칠순을 바라보고 있는 노부부였지만 젊은 사람 못지않은 명민함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름다우신 분들이었다. 대학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로 만나 1남 1녀의 자녀를 두셨지만 이제는 여생을 서로에게 집중하고 배려하는 노후를 계획하시는 듯했다. 아내 분은 결혼 후 병원을 그만두신 반면 남편 분은 대학병원의 정년을 퇴임한 이후에도 타 병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자신의 천직을 이어가셨고 집이 다 지어진 지금에서야 은퇴를 계획했다.
진행 남두진 기자│글 자료 조한준건축사사무소│사진 정우철 작가
DATA
위치 제주 한림읍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매트기초(기초),
경량 목구조(지상)
대지면적 838㎡(253.49평)
건축면적 164.52㎡(49.76평)
연면적 141.15㎡(42.69평)
건폐율 19.63%
용적률 16.84%
설계기간 2021년 1월 ~ 8월
시공기간 2021년 9월 ~ 2022년 2월
설계 조한준건축사사무소
02-733-3824 jun@the-plus.net
시공 화미건축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알루미늄징크
외벽 - 백고벽돌타일
데크 - 합성목재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도장(던에드워드)
내벽 - 친환경도장(던에드워드)
바닥 - 원목마루(Nass)
단열
지붕 - 그라스울
외벽 - 그라스울
도어
현관 - 엔썸케멀링
내부 - 슬라이딩도어(위드지스)
창호 PVC삼중창호(엔썸케멀링)
주방가구 제작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대림바스

제주도에 집을 짓는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넘어야 할 난관들로 인해 걱정을 수반하는 경우도 많다. 지리적으로 먼 거리가 우선 부담이겠거니와 육지에 집을 지을 때보다 예산에서 다양한 변수가 나타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믿을 만한 시공자를 찾기가 수월하지 않다. 특히 원정으로, 그것도 제주섬에서 공사를 하겠다고 섣불리 나서는 육지의 시공자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이 모든 것은 건축가보다 건축주가 가지고 있는 부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종로구 구기동에서 살고 계셨던 건축주는 건강상의 이유와 노후의 전원생활을 위한 주택을 짓기로 마음을 먹고 제주도 협재에 먼저 집을 짓고 살고 계신 언니네 집 바로 옆에 토지를 매수했다고 했다.

가족 형태 변화를 계기로 제주에 집짓기 계획
땅을 처음 가보았을 때 대지 주변으로 수풀이 우거져 있었고 오랜 시간 사람들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없어 마치 작은 원시림 같아 보였다. 대지로 조성되지 않은 임야의 땅에는 넓은 현무암 너럭바위 지반이 두 곳으로 분포해 있었다. 도로의 반대편 쪽으로 원시의 밀림처럼 수풀이 우거져 있었고 국유지와 맞닿아 있는 대지의 경계에는 높이 차가 있어 비가 많이 오는 장마나 우기에는 일시적으로 연못을 이룰 정도여서 어떻게든 땅을 정리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건축주가 집을 짓기 전에 살고 계신 곳은 이제는 너무 큰 집이 돼버렸다. 자녀들이 독립한 후 꽤 오랜 시간을 이곳에서 지내오셨다. 국내 1군의 큰 건설사가 짓고 분양했던 고급 연립주택이었지만 건축주에게는 더 이상 자신들에게는 맞지 않는 옷처럼 돼버린 듯했다. 그래서 새로 짓고자 하는 집은 적당한 크기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건축주는 집을 도로 쪽으로 붙여 집이 넓은 마당을 품고 이를 바라보기를 원했다.

하지만 땅을 같이 둘러보면서 나는 두 곳의 너럭바위를 훼손하지 않고 집을 짓는 배치를 설명했다. 아울러 집 앞과 뒤의 마당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점을 고려해 마당 크기를 줄이는 편이 좋겠다고 제안해 드렸다.

‘쾌적한 환경’ 구현 위해 패시브하우스로
건축주는 단층의 목조주택으로 집을 짓기를 원했지만 대지 용도가 자연녹지지역이었기에 20%라는 건폐율은 꽤 까다로운 제한적 요소로 작용했다. 깔끔한 성격의 아내 분은 집의 규모와 필요한 실들의 크기가 용도별로 딱 맞는 사이즈를 원했다. 우리에게 요구하신 몇 가지의 키워드는 심플, 깔끔, 세련, 비대칭 형태, 무하자, 아름다운 지붕선이었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건축주가 원하는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서울에 살고 계신 집에 방문해 건축주가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성향과 그 느낌을 이해하고자 했다.


아내 분은 지금은 완쾌가 됐지만 몇 년 전 건강이 몹시 좋지 않았던 적이 있어서 기본에 충실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 필요해 보였다. 이에 패시브주택으로 지어 인증까지 받자고 제안해 드렸다. 건축주는 제주도의 기후상 저에너지하우스가 굳이 필요하겠냐고 하셨지만 패시브주택의 목적은 저에너지가 아니라 ‘쾌적한 환경’이라고 설명을 드렸고 쾌적한 환경을 구현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저에너지하우스라고 설명 드렸더니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두 개의 너럭바위 지반 사이에 집을 앉히고 사방에 펼쳐진 풍광을 집안으로 온전히 끌어들이기 위해 집의 벽을 꺾어 가면서 공간을 구성했다. 집에 나 있는 모든 창에서 마주할 수 있는 풍광을 보고 있다 보면 정말 도심과 동떨어진 숲속에 나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주변에 어우러지며 단조로움 더는 질감
이미 지어진 언니 분의 집 옆에 지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배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외부 마감은 분명히 다르지만 어느 정도 텍스처가 일관되길 바랐다. 집의 형태가 선형으로 유지되고 현관 위치에서 좌우로 펼쳐지는 공간들이 개방감을 가지고 구분돼도 그 쓰임에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두 개의 방은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고 사이에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실과 식당·주방이 개방감을 가지고 배치됐다. 집 앞뒤의 큰 창을 통해 펼쳐지는 풍광들과 끊임없이 교감하는 덕에 집의 내부가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았다. 거실의 앞마당 쪽으로는 깊은 처마가 있어 비가 오는 날에도 테라스 바깥의 티타임을 꿈꿔 봤다. 비가 오는 날 지붕 처마 끝에서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떨어지는 낙수는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집의 형태가 만들어내는 지붕 또한 단순하지는 않아서 실내의 천장을 역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는 결국 창의 배열과 외부의 자연 환경을 끌어들인 차경, 천장의 형태, 간접조명과 적절한 조명의 배치가 전부인 셈이 된다. 건축주가 쓰고 계시던 가구나 소품들을 그대로 가져다 두어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배경으로 연출하는 것이 주요한 콘셉트였다.
여건상 실수 없이 이뤄져야 할 세심한 작업
설계를 마치고 패시브주택 예비 인증을 취득한 이후 시공사를 찾는 과정에서 건축주의 예상보다 시간이 흘렀다. 특히 목구조 방식의 패시브주택은 경험치가 중요하기도 했지만 원정 공사의 어려움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시공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착공 후 시공사 작업자들의 장비나 자재들은 배를 통해 들어와야 했기 때문에 한번 작업이 진행되면 실수가 없어야 했고 대지의 성토라던가 기존의 소나무를 제거하기 위한 재선충 방제작업 등이 선행돼야 했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육지보다 공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됐다.

패시브주택으로 집이 지어지기 위한 중요한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단열 효율, 열교 차단, 기밀한 벽체 구성, 일사량 조절을 통한 냉난방 부하 감소, 열회수 환기설비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 네 가지 시공상의 절차는 하나라도 소홀할 수 없는 까다로운 절차이며 여러 성능 시험도 동반하는데 이때 건축주들은 시험의 필요성과 그 과정을 통해 시공에 대해 신뢰하는 것 같다.

건축주 분들이 서울에 있는 집을 처분하고 제주로 이사 온 지 벌써 한 해가 됐다. 처음 설계를 의뢰하러 오실 때의 말처럼 하자 없는 집,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하셨다. 여름 내내 습한 제주도의 외부 환경이 무색할 정도로 집안에서는 가을 날씨 같은 쾌적한 집이었다고 집을 지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시기도 했다.

한편, 조경계획은 집 주변의 환경을 최대한 고려해 세웠다. 현무암 지반을 최대한 살려 도로 경계에는 돌무덤을 쌓아 조경가가 제안한 수종을 식재했다. 새로 심은 나무와 꽂은 다가오는 봄과 여름에 새로운 표정으로 마주할 것 같다. 집의 이름을 ‘봄이 좋은 집’이라 정한 이유는 ‘본다’의 명사형인 ‘봄’에 여기저기 방향마다 실제로 ‘봄’이 좋은 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계절 중 하나인 봄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건축사사무소 고우건축과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1년 스튜디오 더함을 개소한 후 2013년 건축사사무소 더함(ThEPluS Architects)을 설립하였고 2020년 상호를 조한준건축사사무소(JoHanjun Architects)로 변경했다. 클라이언트와의 밀접한 유대관계와 작업을 통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