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막힌 통로 지나가려다 신체접촉···성희롱?
지난 9월21일 전북 익산시 사립학교인 A중학교 교무실. 20대 여성 교사인 B씨가 교무실내에 비치된 정수기 앞을 지나가려 하자 50대 남성 부장교사인 C씨가 정수기에서 물을 받기 위해 통로를 가로 막고 서 있었다. B교사는 길을 비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C교사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B교사가 “지나갈게요”라며 틈새를 비집고 빠져 나가는 순간 두 사람간 신체 접촉이 일어났다. 통로를 막고 있었던 C교사는 “B교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성고충 신고를 했다. A중학교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지난 1일 B씨에 대해 ‘성희롱 가해’ 결정을 내렸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30일 낸 성명을 통해 “여교사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나이 많은 남교사가 길을 막고 서 있어서 여교사가 지나갈 수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좁은 틈으로 빠져나가다가 신체적으로 부딪혔는데 성희롱이 맞다는 판정을 했다”면서 “20대 여교사가 성희롱 가해자, 50대 남교사가 피해자가 돼 버린 가당치 않은 결정”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괴롭힘 피해를 당해 오던 여 교사는 졸지에 가해자가 돼 징계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면서 “반복적인 폭력과 위계를 사용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조한 관리자들을 중징계하고, 피해자 보호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약자를 향한 폭력과 묵인 방조한 조직문화가 다수의 여교사 피해자들을 만들었다”면서 “50대 부장교사가 길을 막은 행위 자체만으로도 폭력적이고 위압적 행동이며, 길을 비켜서지 않은 것은 약자에게 힘을 과시하는 권력형 갑질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관리자인 교감이 부장교사의 폭력을 목격하고도 묵인하고 방기한 것은 2차 가해이며 직무유기”라면서 “성고충심의위원회는 피해자 관점에서 처리했다고 설명하겠지만, 조직 내의 상황과 부장교사의 상습적인 폭력 시그널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성폭력 구제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애초 성희롱심의 사안으로 다루어질 문제가 아님에도 부장교사가 성고충신고를 하고 경찰서에‘강제추행’으로 여교사를 신고한 것은 자신의 지속적인 괴롭힘 행위를 감추고 여교사를 압박하기 위한‘의도된 신고’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재조사를 실시하고 이사회와 징계위원회는 전후 상황을 제대로 다시 살펴 징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부장교사가 반복적으로 다수의 여교사들에게 행한 폭력, 폭언, 성차별 발언, 권력을 위시한 괴롭힘 등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엄중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 달라”고 요구했다.
A학교 관계자는 “외부위원 4명과 교내위원 4명 등 8명이 참여해 성고충심의위원회를 개최했고 증언과 질의응답, 현장실사를 거쳐 결정을 내린 사안”이라면서 “당시 현장을 지켜봤는데 남교사가 뜨거운 물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비켜 줄 수 없었고, 여교사가 조금만 기다렸다 갔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두사람의 관계가 이전부터 좋지 않았기 때문에 촉발된 일”이라면서 “남교사가 여교사들을 향해 폭언이나 성차별 하는 발언은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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