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출신 MVP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끝없이 추락하는 아브레유[슬로우볼]

안형준 2024. 4.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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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아브레유의 내리막길에는 브레이크가 없는 듯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빅리그 최고의 팀으로 손꼽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최악의 모습으로 올시즌을 출발했다. 4월 23일(한국시간)까지 시즌 7승 16패, 승률 0.304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 최약체로 손꼽히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보다도 2경기가 뒤쳐진 성적이다. 아메리칸리그 전체에서도 휴스턴보다 승률이 낮은 팀은 1할 승률에 그치고 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0.136) 뿐이다(이하 기록 4/23 기준).

휴스턴의 부진은 타선보다는 마운드의 지분이 크다. 팀 평균자책점 5.10은 메이저리그 전체 29위의 기록.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는 콜로라도 로키스 외에는 어느 팀도 휴스턴보다 마운드가 부진하지 않다. 심지어 화이트삭스조차도 휴스턴보다 팀 평균자책점이 낮다.

휴스턴의 팀 OPS는 0.741로 전체 5위. 타선은 여전히 탄탄하다. 그래서 티는 잘 나지 않지만 휴스턴 타선에도 심각한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주전 1루수인 호세 아브레유다. 아브레유는 올시즌 18경기에서 .068/.138/.085 1타점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처참한 성적이다. 규정타석에 조금 모자라 순위표에는 이름이 없지만 아브레유의 OPS는 0.223. 현재 규정타석 최저 OPS를 기록 중인 앤드류 베닌텐디(CWS, OPS 0.371)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규정타석 최저 타율인 카를로스 산타나(MIN, 0.141)는 아브레유에 비하면 아주 정교한 타격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과만 처참한 것이 아니다. 기대지표 역시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아브레유의 올시즌 기대 타율은 0.115, 기대 장타율은 0.157, 기대가중출루율은 0.164다. 모두 하위 1%다. 배럴타구는 아직까지 단 하나도 날리지 못했고 평균 타구속도는 시속 86.8마일, 강타비율은 25.6%에 불과하다. 생산하는 타구의 질 조차도 처참하다는 것이다.

아브레유가 이렇게까지 몰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아브레유는 '계산이 서는' 검증된 타자였다. 쿠바 출신으로 201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하며 데뷔한 아브레유는 2022시즌까지 리그 최고의 1루수로 활약했다. 화이트삭스에서 9시즌 동안 1,270경기에 출전해 .292/.354/.506 243홈런 863타점을 기록했고 9시즌 중 7시즌에서 MVP 투표 득표에 성공했다. 2020년 단축시즌에는 아메리칸리그 MVP도 수상했다.

아브레유는 2014-2022시즌 9년 동안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2번째로 많은 타점을 올렸고 세 번째로 많은 안타를 때려냈다. 해당기간 홈런은 전체 10위. 볼넷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타격 능력, 타점을 생산하는 능력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22시즌까지 화이트삭스에 몸담은 아브레유는 2022년 겨울 화이트삭스를 떠나 휴스턴과 FA 계약을 맺었다. 3년 5,850만 달러 계약. 1987년생으로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타자였음에도 휴스턴이 연평균 2,000만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한 것은 아브레유에 대한 기대가 그정도로 컸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은 없었다. 아브레유는 휴스턴 입단 첫 시즌이던 지난해 141경기에 출전했지만 .237/.296/.383 18홈런 90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화이트삭스에서 시즌 OPS가 0.820 미만이었던 시즌이 단 한 번(2018, 0.798) 뿐이었던 아브레유는 휴스턴 입단 첫 해 OPS 0.680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타격 생산성도 리그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정교함, 선구안, 장타력 등 모든 부문이 예년에 비해 나빠졌다. 매년 시속 90마일을 훌쩍 넘던 평균 타구속도도 지난해에는 시속 89마일로 떨어졌다.

반등이 필요했던 아브레유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10경기 .308/.419/.500 1홈런 4타점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이 개막하자 그야말로 최악의 모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2년 연속 기량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아브레유가 이미 37세의 노장이 됐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반등보다는 이대로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휴스턴도 답답하다. 계약 마지막 시즌이라면 올시즌 연봉을 '매몰 비용'으로 처리하고 아브레유를 전력에서 아예 제외할 수도 있겠지만 계약은 내년까지 이어진다. 트레이드 파트너를 찾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선수의 동의 없이는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도 없다. 휴스턴은 울며 겨자먹기로 아브레유를 계속 빅리그 로스터에 두고 기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MLB.com에 따르면 휴스턴 특별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팀의 '전설' 제프 배그웰은 아브레유가 부진한 이유로 봄에 무릎 부상을 겪었다는 점, 팀의 부진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예상했다. 배그웰은 "아브레유 같은 선수에게는 자신이 부진하는 가운데 팀도 부진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정신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배그웰의 추측일 뿐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애물단지'가 됐다. 이런 부진이 계속된다면 휴스턴도 잔여 2년 계약을 포기하는 초강수를 두게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반등 가능성이 높지 않아보인다. 과연 아브레유가 다시 강력함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호세 아브레유)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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