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윤석열 정부, 고령층‧단시간 취업자 이렇게 많다고?
정부는 매달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한 달쯤 전에 기획재정부는 "7월 고용률이 역대 최고, 실업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취업자 수 증가 폭도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달에는 "8월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이 역대 최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주요 고용 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8월과 9월에 발표된 고용동향에 관해 마치 복사한 것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취업자 수, 고용률, 실업률 등의 주요 지표가 좋게 나왔다는 것이다.
요즘은 명절 밥상머리에서 나누는 대화도 줄어들고 있지만, 올 추석에 역대 최고 고용률에 대한 칭찬은 안 나올 것 같다. 지금 고용 상황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지적한 언론 보도의 일부를 소개한다.
청년 고용률 4개월째 뒷걸음… "그냥 쉬었다"도 46만명(24.09.12 동아일보)
고용률 최고라지만 골병들어 가는 일자리 시장(24.09.12 중앙일보)
8월 고용률 역대 최고라는데… 청년층 줄고 60대 이상만 활황(24.09.12 국민일보)
취업자 수 두달 연속 10만명대 늘었지만··'쉬었음'도 역대 최대(24.09.11 경향신문)
<동아일보>는 청년층 고용률과 단시간 노동자 증가를 지적했다. 특히 "청년층 고용률은 올 5월부터 4개월 연속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중앙일보>는 "골병 들어가는 일자리 시장의 모습이 보인다"면서 더 신랄하게 표현했다. 건설업과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자영업자 수도 7개월째 줄어들고, 청년층과 40대 취업자 수가 각각 22개월과 26개월째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연령별, 산업별 '고용 온도 차'와 함께 '쉬었음' 인구가 8월 기준 최대치라는 사실을 전했다. <경향신문>도 세대별 고용 격차, 건설업과 제조업 취업자 수의 감소, '쉬었음' 인구의 증가를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8월 고용동향에 대한 언론 보도는 연령별‧업종별 격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언론이 잘 짚어낸 부분도 있고, 지면의 한계로 다 짚어내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고용동향 조사 결과에 대한 몇 가지 해석을 덧붙이려 한다.
1. 지난달 단시간 취업자가 폭발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가 12만3000명 증가했는데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203만7000명이나 늘었다(전년 동월 대비 14.9% 증가). 반대로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210만 명 줄었다. 또 주당 36시간 미만 신규 취업자 중 24만9000명은 주당 17시간 미만 일했다(전년 동월 대비 9.5% 증가). 물론 해마다 8월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증가한다. 올해는 역대급 폭염에다 조사대상주간에 공휴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단시간 취업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은 우려를 자아낸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모두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대폭 늘었다. 17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취업자도 10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불안정성이 큰 일자리의 비중이 높아지거나, 취업자 1인당 일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서 일자리 쪼개기가 많아서일 수도 있다. 1명을 주 28시간으로 고용하는 대신 2명을 주 14시간으로 고용하는 식으로 일자리가 쪼개질 경우, 고용 통계상으로는 취업자가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다.
2. 고용지표, 60세 이상 취업자에 의존
지난해 2월부터 60세 이상 신규 취업자 수가 전체 신규 취업자 수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도 6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가 23만1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 증가(12만3000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없었다면 고용지표는 마이너스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60세 이상 고용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 크게 의존한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고용 충격을 이유로 직접 일자리 104만8000개를 제공한 적이 있는데, 그중 76만4000개가 노인 일자리였다. 그리고 총선이 있었던 올해, 윤석열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수혜자를 2023년 88만3000명에서 2024년 103만 명으로 늘렸다. 1년은 12개월이니, 103만 명을 기계적으로 12로 나눠보면 매달 약 8만6000명의 신규 취업자가 생겨난다. 당연히 고용률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내년에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0만 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입장도 이해되는 면이 없지 않다. 노인 일자리를 줄이는 순간 취업자 수는 바로 감소할 것이고 고용률도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점도 있다. 현재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 만드는 노인 일자리는 공익활동형(노노케어, 안전지킴이 등), 사회서비스형(보육, 요양, 간병 등), 민간형(실버택배 등)으로 나뉘는데 공익활동형과 민간형은 대부분 월 30시간(주 30시간이 아니다) 이하로 일하고 월 29만 원 정도를 받아 간다. 취업이라기보다 단기 아르바이트에 가깝다. 그래도 ‘수입을 목적으로 일주일 사이에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이라는 기준에 따라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된다. 그래서 노인 일자리가 고용 통계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종종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추경호는 2019년 문재인 정부 시기에 고용지표가 양호하게 나오자 "재정 투입을 통해 만들어 낸 가짜 일자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에 오른 추경호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고용 성적표는 일단 좋게 받아야 하니까!
이해가 안 가는 점은 또 있다. 정부가 만든 노인 일자리는 업종으로는 주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업'과 '공공행정'으로 분류되며 종사상 지위로는 상당수가 임시직에 해당한다. 즉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서 일하는 노인은 고용 통계에서 버젓한 '근로자'로 취급된다. 그러나 임금을 산정할 때는 '고용'이 아닌 '복지' 사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책정한다. 비논리적일 뿐 아니라 일자리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3. 20대 고용률이 높게 나온 이유는?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12만4000명 감소했다. 그런데 20대 고용률은 61.7%로 0.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20대라도 20~24세는 고용률이 0.8%p 하락했지만 25~29세는 고용률은 0.5%p 증가해서 73%에 이르렀다. 지난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바로 이 수치를 거론했다. "우리가 2%로 인플레가 내려가고 올해 2.5% 성장을 하고 770억 불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고용률은 역사상 가장 높은 고용률이다. 특히 25세부터 29세까지 72~3%의 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대정부질문 자리에 오기 전에 가장 유리한 통계 수치를 미리 준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대 고용률 지표가 좋게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 인구가 감소하는 속도가 청년 고용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15~29세 청년 인구는 24만1000명 감소했다. 같은 시기 취업자는 13만7000명 감소했지만, 고용률은 0.3%p밖에 안 줄었고 실업률은 0.4%p만 상승했다.
4. 50대 고용률이 0.6% 감소했다
언론은 20대와 40대 취업자 수 감소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50대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달 50대 고용률은 0.6%p 감소했다. 50대 고용률은 지난 4월부터 5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고 있다. 이 경우는 청년층과 반대로 50대 인구 증가가 50대 취업자 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5. 육아와 취준 대신 '그냥 쉰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쉬었음' 인구가 24만5000명 증가해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육아' 사유는 73만3000명으로 15.1%p 감소했다. 취업준비자도 62만4000명으로 7.7%나 줄어들었다. 취업 준비를 하는 대신 '그냥 쉬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 모든 연령 계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증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육아'가 '취준'으로 대체되었다고 생각한다면 30대의 높은 고용률도 좋게만 해석할 수는 없다. 특히 30대의 경우 여성은 고용률이 증가하고 남성은 고용률이 조금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30대가 출산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7. 자영업자 감소, 해석에 유의해야
지난달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p 감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증가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6만4000명 감소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이를 음식점의 폐업 증가 등 생활업종 소상공인의 어려움으로 해석하고 지난 7월 전기료 지원, 키오스크 보급,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 등의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감소하고 있다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정확히 누구일까?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1인이 운영하는 미용실, 키오스크 놓고 1인이 운영하는 카페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통계상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에는 수많은 가짜 3.3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업종으로 본다면 배달 라이더, 퀵서비스 기사, 택배 기사, 화물차 기사, 학습지 강사, 학원 강사, 보험설계사, 헬스 트레이너 등이다. 참고로 지난해 군포의 어느 빌라 4층에서 쿠팡 물품을 배송하다 숨진 택배 노동자는 쿠팡CLS와 위탁계약한 업체에서 일하는 '개인사업자'였다. 이런 경우 통계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잡힌다.
가짜 3.3인 경우 업종은 더 다양해진다. 예컨대 식당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하는데 3.3% 사업소득세 납부에 동의한다는 계약서를 쓰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들은 실질이 노동자인데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증감 수치만 가지고 과연 누구의 어떤 일자리가 변화한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갖가지 착시를 일으키는 노동자 '오분류'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결론. 일자리의 양적 증가에만 몰두하는 고용정책에는 문제가 있다. 공공이 책임지고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면 질적인 면에도 신경을 써서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간 부문에서는 노동권 보장을 첫 단추로 인식해야 한다. 노동자를 노동자라고 부르고,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을 현실에서 보장할 때 일자리가 늘어나고 고용의 질도 높아진다. 윤석열 정부는 이것을 몰라서 정반대 길로 가고 있다.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livewith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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