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과 만화카페의 변신...사양산업 탈피 위해 셰프까지 고용해 요식업으로 확장
외형 성장 일등공신 ‘식음료’
자체 메뉴 개발도... “수익성에 도움”
만화카페도 식음료 출시 나서

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아이센리그PC방에 들어서자 매캐한 담배 냄새 대신 커피 향과 떡볶이 냄새가 기자를 반겼다. 카운터 뒤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벽에는 음식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의 원산지가 표시된 안내문이 있었다. 수십대의 PC가 아니라면 이곳을 카페나 식당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 PC방이 판매하고 있는 음식은 볶음밥·치즈함박스테이크·돈까스·덮밥 등 식사류는 물론, 떡볶이·튀김·핫도그 등 간식·디저트까지 다양했다. 7000원짜리 미역국을 주문해 보니 한끼를 해결하기엔 충분한 양이었고 일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 중에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과자나 컵라면 정도를 판매했던 PC방이 요식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디지털 기기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시간당 이용요금이 2000~3000원에 그치는 PC방 사업 만으로는 외형 성장은 물론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 PC방 외형 성장 일등공신은 ‘식음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월 2일 발간한 ‘2022 게임백서’에 따르면, 전국 PC방 수는 2019년 1만1871개에서 2020년 9970개, 2021년 9265개로 줄었다. 그런데 평균 매출은 2019년 1억7192만원에서 2021년 1억9800만원으로 15% 늘었다.
PC방 점주들은 전체 매출의 20~30%를 담당하는 식·음료 판매가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고 입을 모은다. PC방 이용요금은 주 고객층인 청소년, 대학생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10년째 2000~3000원에 그치고 있다. 반면 식·음료는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가령 커피는 최소 3000~4000원, 라면 한 그릇을 팔아도 5000~6000원이다.
휴일 친구들과 PC방을 자주 가는 A(29)씨는 “게임하다 보면 출출해져 집어먹기 좋은 닭강정이나 튀김류를 자주 시킨다”며 “일반 식당에서 파는 것과 완성도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동하지 않고 한 장소에서 오락과 식사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게 PC방의 매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점주들은 외형은 늘었지만 각종 비용 상승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일로 여서 부업이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PC방은 내부에 비치한 최소 20~30대의 PC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운영시간 내내 냉방을 가동해야 하고, 전기료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주거 목적 이외의 건축물에서 난방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가스요금(업무난방용 가스 도매요금)은 MJ(메가줄)당 34.69원으로 1년 전 대비 57.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주택용 난방요금 상승률(42.3%)을 웃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전기요금도 1년 전과 비교해 ㎾h(킬로와트시)당 32.4원 올랐다.
이미 완성된 음식을 간단히 조리해 판매하는 대신, 자체 개발한 음식을 내놓으면 조금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일부 PC방 프랜차이즈 회사는 별도의 식품개발팀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요즘에는 PC로는 돈을 벌지 말라고 한다”며 “프랜차이즈는 자신들이 개발한 음식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 음식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공급해야 수익이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 만화카페도 요식업 확장에 동참
웹툰 열풍이 불기 전인 200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에 1~2개씩 있었던 만화카페도 고객을 붙잡기 위해 식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1 기준 콘텐츠 산업조사’에 따르면, 만화방·만화카페 등 만화임대업체는 2017년 744개에서 2021년 287개로 급감했다. 보고서는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비대면화가 유지됨에 따라 만화카페 등 만화서적 임대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일 찾은 서울 마포구의 만화카페 프랜차이즈 벌툰에는 신메뉴 ‘마라마요 시리즈(7000원)’를 출시했다는 팻말이 책장 옆에 붙어 있었다. SNS에서 인기인 마라맛에 마요네즈를 더한 면 요리다. 이곳 만화카페의 식사 메뉴는 13개. 음료 25개, 디저트·간식 11개까지 포함하면 제공하는 먹거리만 49개에 달한다.
연인과 함께 만화카페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A씨는 “데이트를 할 때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면 약 10만원이 드는데 만화카페에서는 2만원만 지불하고 영화, 만화, 식사, 낮잠까지 다 해결할 수 있어 자주 드나든다”고 했다.
볶음밥류 가격은 7500원으로 만화카페 1시간 이용요금 3600원보다 2배 비쌌다. PC방과 마찬가지로 만화카페 역시 식음료 판매가 매출 증대에 쏠쏠한 도움이 되고 있는 것. 벌툰 만화카페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회사 아이센스에프앤비는 10명 규모의 연구개발(R&D)팀을 운영하며 주기적으로 신메뉴를 내놓고 있다.
덕분에 직원들은 만화카페와 음식점 관리를 함께 해야 해 바빠졌다. 마포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이모(23)씨는 “도서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요리에 쓰이는 식재료 유통기한까지 확인해야한다”며 “바쁠 때는 2시간 동안 주방에서 나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만화카페 ‘통툰’을 운영하는 회사 만화속으로의 홍승표 대표는 “전문적인 카페·식당처럼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고, 주방장도 있다”며 “기본적인 먹거리 외에도 여름에는 팥빙수, 겨울에는 군고구마 등 계절 메뉴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가 풀리고 만화카페가 과거 자장면을 시켜먹던 만화방에서 탈피해 복합 멀티공간으로 탈바꿈되면서 다시 손님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이제는 ‘넷플릭스 존’까지 만들어지면서 만화방이 멀티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며 “주말 손님 중 절반 가까이는 가족 단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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