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분석]에이프로젠, 제약·바이오 자회사 합병..경영권 매각 초읽기?

(사진=에이프로젠 홈페이지)

공시요약

에이프로젠이 지난 4일 총 4건의 공시를 냈습니다. 두 건은 계열사 에이프로젠제약이 또 다른 계열사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를 흡수합병한다는 내용입니다. 나머지 공시는 에이프로젠제약이 최대주주 에이프로젠에 5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것과 오는 11월 5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김재섭 사내이사를 신규선임한다는 내용입니다.

에이프로젠은 지난 1년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왔습니다. 지난 8월에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매각한단 소식도 나왔는데요. 이번 계열사 합병과 유상증자, 사내이사 선임 등으로 인해 경영권 매각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자회사 합병 통해 사업 시너지·경영 효율성 강화

에이프로젠은 이번 합병 목적이 “경영자원의 통합으로 시너지효과 창출, 사업 경쟁력 강화, 경영 효율성 제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 가치 극대화”라고 설명했습니다.

에이프로젠제약은 의약품 등의 제조, 판매를 담당하며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을 연구, 개발합니다. 유사한 두 계열사를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또 경영권을 통합해 효율적인 관리도 가능해집니다.

합병 후 에이프로젠은 통합법인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됩니다. 에이프로젠은 에이프로젠제약의 지분 45%,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에이프로젠제약과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합병비율은 1:1.2287449인데, 에이프로젠은 합병비율에 따라 에이프로젠제약의 신주를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에이프로젠은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주식 1억5233만3333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합병비율을 곱하면, 에이프로젠은 총 1억8717만8806주를 신규로 취득하게 됩니다.

같은 날 에이프로젠제약은 최대주주 에이프로젠에 대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한다는 공시를 올렸습니다. 1주당 500원에 1억주를 발행하며, 에이프로젠은 그 대가로 500억원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에이프로젠은 에이프로젠제약의 주식 1억7934만3916(45.0%)를 보유하고 있는데, 합병신주와 유상증자를 더하면 총 보유주식은 4억6652만2722주로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에이프로젠제약에 대한 에이프로젠의 지분율은 기존 45.0%에서 68.0%로 늘어나게 됩니다.

지난 1년간 지배구조 정리의 연장선

에이프로젠그룹은 지난 1년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왔습니다. 이번 합병으로 그간 에이프로젠그룹 내에서 분할돼있던 제약·바이오 사업의 개발, 생산, 유통을 한 곳에 통합하는 과정이 마무리됐습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성을 꾀하고 사업 시너지를 내겠다는 에이프로젠의 의도대로 말입니다. 또 이 과정에서 유가증권 상장사의 지위도 획득했습니다.

당초 에이프로젠은 김재섭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지베이스를 모기업으로,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KIC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각각 산하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와 에이프로젠제약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에이프로젠KIC는 지난 2017년 지베이스가 인수한 중화학 플랜트 업체입니다. 지난해 에이프로젠KIC는 보유하고 있던 단열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에이프로젠I&C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제약 사업만 남은 기존 에이프로젠KIC는 에이프로젠메디신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이후 사명을 변경한 에이프로젠메디신이 에이프로젠을 흡수합병하면서 현재의 에이프로젠이 탄생했습니다. 합병은 지난 7월 완료됐으며 산하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와 에이프로젠제약이 있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합병 당시 에이프로젠메디신은 상장기업, 에이프로젠은 비상장 기업이었습니다. 에이프로젠메디신이 에이프로젠을 흡수합병하면서, 에이프로젠은 유가증권시장에 우회상장하게 됐습니다. 그룹의 신사업동력 바이오를 담당하는 에이프로젠을 상장사 위치에 올리기 위해 에이프로젠KIC를 활용한 셈입니다.

경영권 매각을 위한 포석?

에이프로젠은 지난 8월 17일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의 신속한 글로벌 임상 및 품목허가 진행과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의 보다 공격적인 개발을 위해 투자유치 규모에 따라 경영권 변동도 수반할 수 있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아직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규모나 참여자 등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장에선 에이프로젠이 국내외 유통 대기업 및 제약사들과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에이프로젠의 시가총액은 7400억원 수준입니다. 최대주주로는 지베이스가 지분 31.26%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재섭 전 대표(5.25%) 등 특수관계인 8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52.47%입니다. 이들의 지분 가액은 약 3880억원 수준입니다.

가령 에이프로젠이 단일투자자와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면, 최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에이프로젠이 공시에서 ‘경영권 변동도 수반할 수 있는 유상증자’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이유입니다.

지난 1년간의 지배구조 개편은 경영권 매각을 포함한 투자자를 찾기 위한 행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룹의 바이오사업을 한 데 통합하면서 경영권을 효율적으로 정리했고 상장사에 올라섰으며, 이제는 추가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에이프로젠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김재섭 전 대표가 내달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복귀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구(舊) 에이프로젠 대표이사를 사임했으며, 에이프로젠메디신의 대표만 역임해왔습니다. 에이프로젠메디신을 중심으로 한 통합법인 에이프로젠이 출범한 뒤 김 대표는 지난 7월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으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임기가 남았는데도 말이죠.

그러나 오는 11월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김 전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이 올라왔습니다. 사임을 표명한 지 4달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하게 된 셈입니다. 향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경영권 변동이 나타날 수 있고, 이에 최대주주의 지배력은 내려놓게 되더라도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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