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18 여자배구 대표팀이 7일 태국 나콘 랏차시마 터미널 21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중국에 0-3(23-25, 16-25, 16-25)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2007년 이후 19년 만에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사상 첫 우승 트로피는 끝내 들어올리지 못했다.
승부를 가른 핵심은 높이였다. 중국은 선발 라인업 전원이 190cm를 넘는 신장을 앞세워 세트 내내 블로킹 벽을 세웠고, 한국은 이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한 두 자릿수 득점자는 아웃사이드 히터 김보람으로, 10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19년 만의 결승행이라는 성과와 정상 문턱에서 좌절한 아쉬움이 공존하는 이번 대회 결과를, 배경과 세트별 흐름을 통해 짚어본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과거 1997년, 2005년, 2007년 세 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매번 우승 문턱에서 멈춰선 바 있다.
2007년 준우승 이후로는 결승 무대 자체를 밟지 못한 채 오랜 기간 대회 정상권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의 결승 진출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였다.
한국은 결승 진출 전날 개최국 태국을 제압하며 4강 관문을 통과했고, 이 승리를 통해 19년 만에 결승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결승에서 만난 중국은 이번 대회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팀이었다. 중국은 결승전에서 아포짓 장 이지아, 아웃사이드 히터 런 스첸, 미들블로커 천 샤오후이가 나란히 190cm 신장으로 라인업을 꾸렸고, 팀 내 최장신인 미들블로커 스 징위는 192cm에 달했다.
이는 한국 대표팀 선수단 내 최장신인 박서윤의 193cm와 비교해도 팀 전체 평균 신장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구성이었다.
한국은 세터 이윤서, 아포짓 신은안, 아웃사이드 히터 김보람과 송민지, 미들블로커 김태경과 박서윤, 리베로 조리빈을 선발로 내세웠고, 김기중 감독은 경기 중 윤호정, 이주하, 박강빈, 하은결 등을 교체 투입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역대 6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이 종목에서의 전통 강호 지위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점도 이번 결승의 배경으로 짚어볼 대목이다.

1세트는 한국이 먼저 흐름을 쥐었다. 신은안의 서브 득점으로 6-3 앞서갔고, 김보람의 공격 득점을 더해 8-5, 이어 상대 범실이 겹치며 12-9까지 격차를 벌렸다.
그러나 공격 호흡이 흔들리며 12-11로 좁혀졌고, 송민지의 빠른 공격으로 재차 점수를 냈지만 14-14 동점을 허용했다. 신은안과 김태경의 공격이 연속으로 불발되며 16-18까지 끌려갔고, 교체 투입된 윤호정의 공격도 통하지 않아 16-20까지 벌어지자 김기중 감독이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이후 박서윤의 블로킹과 비디오 판독을 통한 득점으로 19-20까지 좁혔고, 김태경의 연속 서브 득점으로 21-20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23-22 상황에서 김보람의 공격이 아웃되고 연속 실점이 이어지며 23-25로 1세트를 내줬다.
2세트는 시작부터 고전했다. 스 징위와 런 스첸의 높이에 막혀 1-7까지 끌려갔고, 송민지 대신 투입된 윤호정이 공격과 서브 득점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4-10까지 추격했지만, 박서윤의 속공과 김보람의 공격이 스 징위의 블로킹에 막히며 5-13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8-14 상황에서 이윤서 대신 이주하가 세터로 들어갔고, 9-15에서는 김보람 대신 박강빈이 기용됐다. 10-17에서 이윤서가 재투입됐고, 윤호정의 서브 타임에 12-18까지 추격했지만 15-20 이후 다시 블로킹에 막히며 세트 스코어 0-2로 몰렸다.
3세트에서도 윤호정이 먼저 나섰고, 김태경의 블로킹으로 2-0 앞서갔으나 박서윤 공격이 막히며 3-5로 역전을 허용했다. 6-8에서 네트터치로 1점을 내줬고, 신은안의 공격도 블로킹에 막히며 6-11까지 벌어졌다. 런 스첸의 백어택 득점으로 7-13까지 격차가 커졌다.
한국은 김보람의 서브 득점으로 11-13까지 따라붙었지만, 윤호정의 공격이 아웃되며 흐름을 잇지 못했고 결국 12-20까지 끌려간 끝에 16-25로 3세트를 내주며 경기를 마쳤다.

이번 결승에서 세트별 스코어 흐름을 보면, 한국이 완전히 밀린 경기는 아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1세트는 21-20까지 앞서기도 했고, 2세트와 3세트에서도 중반 이후 추격 국면을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세 세트 모두 패배로 마무리된 근본 원인은 결정적 국면에서의 높이 차이였다. 190cm 이상 4인이 포진한 중국의 블로킹 라인은 한국이 추격전을 벌일 때마다 마지막 한두 점을 허용하지 않는 형태로 작동했다.
김보람이 유일한 두 자릿수 득점자였다는 사실은, 공격 옵션이 특정 선수에게 쏠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공격 자원들이 블로킹 벽 앞에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반대로 이번 대회가 갖는 의미도 분명하다. 19년이라는 공백 이후 결승 무대를 다시 밟았다는 사실 자체가, 세대 교체를 거친 한국 유소년 배구가 다시 상위권 경쟁력을 갖췄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과거 세 차례 결승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쳤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결과 역시 같은 궤적을 반복한 셈이지만, 최근 세대에서 국제대회 결승 경험 자체를 쌓았다는 점은 다음 연령대 대표팀으로 이어질 자산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이번 우승으로 이 대회 역대 6번째 정상에 올랐다는 점은, 아시아 유소년 여자배구에서 높이를 앞세운 중국의 지배력이 여전히 공고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킨다.
한국 배구가 다음 도전에서 이 벽을 넘기 위해서는 신장 열세를 상쇄할 조직력과 다변화된 공격 루트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U18 여자배구는 19년 만의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와 함께, 사상 첫 우승이라는 목표는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190cm대 선수들이 즐비한 중국의 높이를 상대로 한국이 어떤 전력 보완을 통해 다음 국제대회에 나설지,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성인 무대에서도 이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독자 여러분은 한국 여자배구가 이 높이의 벽을 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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