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집도?" 전세사기 판치는 지역, 이곳이었다
서울 관악구 전세사기 피해
6,001 가구 中 1,334 가구
“전세로 입주할 사람 없어”
최근 전세사기 피해 수 1위를 기록한 서울 관악구에 대해 관악경찰서가 전세사기 대응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시에서 발생한 전세사기의 6건 중 1건은 관악구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2일 기준 국토교통부의 ‘기초지자체별 전세사기 피해 주택 소재지 현황’에 따르면 관악구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일어난 주택은 1,334 가구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전역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일어난 주택이 6,001 가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중 무려 22%에 달하는 높은 비중을 자랑한다.
이에 관악구가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관악경찰서는 서민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전세사기에 대한 엄정한 단속과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전세사기 대응 강화 TF’를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장 오는 22일부터 제1차’ 전세사기 대응 강화 TF 회의’를 개최하고 본격적 활동에 나선다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전세사기를 국민을 고질적·악질적으로 괴롭히는 ‘악성 사기’ 중 하나로 규정, 2022년 7월부터 전국적 특별단속을 추진해 왔고 관악경찰서도 이에 따라 대응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관악구가 서울시 전세사기 1위를 기록하며 관악경찰서는 원룸이나 다가구 등 소형 주택이 밀집한 관악구의 특성상 보다 강화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하에 TF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으로 해석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들의 한숨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전세사기 공포에 청년층의 발길이 뚝 끊겼다”라며 “더 큰 문제는 계약 만료로 나갈 사람은 줄을 잇는데 새로운 세입자는 구해지지 않아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른 중개업자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기 전과 견줘 손님이 최소 절반 이상 떨어져 나갔다고 주장했다. 특히 관악구의 경우 인근에 서울대가 있으며, 대학가인 신촌 등으로 통학하기 좋은 지하철 2호선이 조성되어 있어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실제로 관악구에는 비교적 저렴한 원룸과 오피스텔이 모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전세사기 광풍이 관악구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전세사기로 1,334 가구가 피해를 본 관악구에 ‘전세사기 1위’라는 오명이 씌워진 것이다.
신림동에서 수년째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 씨는 “전세가 안 나가니 경매로 나온 집이 한두 채가 아니다”라며 “어쩌다 전세 손님이 오더라도 대부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이 되는 집을 찾기 때문에 계약 체결로 이어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서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은 전세 계약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를 대신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앞서 높은 수준의 전세금 반환보증이 전세사기에 악용되고 있다고 보고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보증 가입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상당수의 빌라가 보증 가입 요건에서 탈락하며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관악구에서 전세 매물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사기 불안이 커지면서 세입자의 고민이 늘어남과 동시에 임대인의 고민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가구주택 임대인 B 씨는 “나가려는 세입자는 많은데 들어오려는 사람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다”라며 “그런데도 감당이 안 돼서 건물을 팔려고 한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관악경찰서는 전세사기 대응 강화 태스크포스(TF)에 이용희 수사 1 과장을 팀장으로 선임했다. 이어 수사 역량이 뛰어나거나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수사관 등을 해당 부서에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향후 피해자가 다수인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할 경우 ‘경찰서 집중 관리 사건’으로 지정돼 서장의 지휘를 받아 수사토록 하는 등 수사의 책임성 또한 강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인규 관악경찰서장은 “관악구는 전세사기 피해 가구가 많을뿐더러 피해자 대다수가 20~30대 사회 초년생”이라며 “TF를 통해 전세사기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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