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온·오프 판매점 신규가입·번호이동 못 막는 이유는

"급격한 가입자 감소 막으려는 꼼수" 지적...지난 사흘간 총 9만300여명 줄어
직영·대리점은 신규가입 번호이동 중단
별도 신청없이 유심보호서비스…유영상 "해지 위약금 혼자 결정 못 해"

SK텔레콤이 '교체용 유심(USIM) 부족이 해소될 때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과 번호이동을 받지 말라'는 정부 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판매점·온라인의 가입자 모집까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겉으로는 SKT가 당국의 행정지도를 따르면서도 가입자 유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전략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사흘 동안 SK텔레콤의 가입자 수는 모두 9만300여 명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마포구의 SKT 대리점. / 생생비즈

2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서울 중구 SKT 타워에서 일일 브리핑을 열고 자회사 직영이나 본사와 위탁 계약을 맺은 대리점인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에서 늦어도 오는 5일부터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유심과 관련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모든 T월드 매장은 신규 고객 상담을 중단하고, 유심 교체 업무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하루 20만∼25만명의 유심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SKT는 이 기간 발생한 T월드 매장 영업 손실도 보전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전국 수만개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판매점이나 온라인 유통 채널은 직영·위탁계약을 맺지 않아 신규가입자나 번호이동 업부를 중단하가고 요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는 SKT가 판매점, 온라인 유통채널과는 직영·위탁 계약 체결이 안됐다는 이유로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 고객 유치를 계속하려 한다며 이는 유심 정보유출 사고 이후 급증하는 가입자 이탈을 최대한 상쇄하려는 꼼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SKT의 입장에서는 정부 당국과 국회 등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모두 받아 들일 경우 가입자 감소로 인해 이동통신사 1위 자리를 내놓을 수도 있다"며 "고심 끝에 판매점과 유통채널 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핑게를 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영상 대표는 "SK텔레콤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는 판매점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판매점은 대리점보다 더 소상공인이기에 영업 중단을 말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판매점에 대해서는 (신규 가입·번호 이동) 중단을 (요구하지) 못 하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유 대표는 가입자 해지 위약금 면제 요구와 관련해서는 "국회 청문회에서도 밝혔듯 CEO 단독으로 못하고 이사회 논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이사회 논의와 과기정통부 법무 검토 등이 끝나면 판단할 예정인데 시기에 대해 특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