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방문’ 한동훈 “5000만 문법 쓰겠다”···유세 현장 방불
“여의도 문법 아닌 5천만명 문법 쓰겠다”
인구 위기 대안으로 ‘이민정책’ 다시 강조
정치적 자산과 브랜드로 내세울지 ‘촉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대전을 찾았다.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두고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공개 일정을 진행하자 일부 지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한 장관은 이날도 출마 여부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을 피했지만 “여의도 문법이 아닌 5000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며 정치에 뜻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 장관은 이날 대전 중구 외국인 사회통합프로그램 평가를 위한 ‘컴퓨터기반평가(CBT)’ 대전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전이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상징과 희망이 되는 1970년대 초반 제가 태어났다”며 “그때 우리 부모님들은 우리가 훌륭한 과학자가 돼서 대덕이나 카이스트가 있는 대전에 살길 바랐다. 대전은 그런 곳”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또 “대전이 인구절벽 2단계로 넘어가고 있는데 법무부가 그 부분을 법적·제도적으로 파격 지원해준다고 말씀드리러 왔다”며 “우수과학인재 파격 특혜로 외국 인재를 잡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 장관의 대전 방문에 지지자 20여명은 꽃다발을 전하고 “한동훈”을 연호했다. 일부는 ‘한동훈 화이팅’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지원을 약속하고 호응을 얻는 정치인 유세 현장을 방불케 했다.
그는 총선 출마설에는 여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자신의 문법이 여의도 문법과 다르다는 질문에 대해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는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라며 “나는 나머지 5000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지난 17일 대구를 방문했고, 오는 24일에는 울산을 찾는다.
한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날을 세웠다. 그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 추진에 대해 “얼마 전 이재명 대표가 탄핵 남발에 대한 언론 질문에 국토 균형발전이라고 답하는 것을 봤다”며 “민주당과 이 대표가 이 질문을 그런 식으로 퉁치지 말고 제대로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겨냥하듯 “만약에 어떤 고위 공직자가 공직 생활 내내 세금 빼돌려서 일제 샴푸를 사고 가족이 초밥과 소고기를 먹었다면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한 장관은 이날도 인구위기 대안으로 이민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우수과학 인재를 파격 특혜로 잡겠다”며 “중요한 건 한국어 능력이다. 소통과 적응이 되는 분들만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시험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 간담회에서도 “외국인 출입국이민 정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며 외국인 학생들을 향해 “여러분 같은 우수인재들이 비자 따위는 걱정하지 않게 해드리겠다. 12월 안에 공식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부터 강조한 이민청 설립 계획에 대해서는 “이민을 무분별하게 받겠다는 게 아니다. 불법체류는 강력히 단속하고 외국인들의 생활을 관리하는 등 모든 정책적인 것을 관장할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다국적 파견 연합군 방식의 출입관리청 법안을 준비 중이고 적절한 시기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임기 동안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 장관이 이민정책을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워 총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정치적 자산이자 브랜드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 ‘이준석 대항마’로 치켜세우는 한 장관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주장해 일부 2030대 남성의 지지를 받는 이준석 전 대표에 비해 정책적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에 대한 3040세대의 평가를 들어보면 시들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장관으로서 1년이 넘는 동안 싸운 거 말고 한 게 뭐 있냐는 얘기도 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동훈표 이민정책 방향을 두고는 제노포비아(이방인에 대한 혐오)에 기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한 장관이 지난해 12월 상호주의에 입각한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권 부여를 주장했다. 당시 반중정서에 기댄 주장이란 비판이 나왔다.
검사 출신인 한 장관이 범죄 단죄, 피해자 보호, 마약 척결 등을 브랜드로 내세울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마약 등은 법무부 차원에서야 이슈로 삼을 수가 있겠지만 전체 선거에서 마약범죄를 때려잡자고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이민문제도 관심도도 낮다”며 “정치·경제적인 이슈를 갖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장관이 전통 지지층에만 강한 지지가 있고, 확장력에는 오히려 의문이 있는 상황은 숙제”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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