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예보 믿어야 할까.."숨은 확률까지 보고 대비해야"

이재영 2022. 7. 24. 08: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 예보 60% 맞는다는데 문제는 '숨겨진 범위와 확률'
기후변화로 더 어려워진 예보..장마철 패턴도 바뀌어
갑자기 쏟아지는 비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네거리에 비가 쏟아지고 있다. 2022.7.11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에 내일 오후 비가 내립니다."

숫자 하나 없는 이 짧은 날씨예보엔 사실 수많은 '확률'이 숨어있다.

장마철을 지나면서 기상청 예보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는' 수준이라는 볼멘소리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나왔다. 예보가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오보였다'라는 비판 상당수는 예보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다.

강수정확도 90.9%…비 예보 10번에 6~7번은 '성공'

예보 정확도를 보이는 대표지표는 '강수유무정확도'(ACC)와 '기온(최저·최고) 평균절대오차'다.

강수정확도는 '비가 온다고 예보한 뒤 비가 내린 경우'와 '비가 안 온다고 예보한 뒤 비가 안 내린 경우'를 분자로 하고 예보가 틀린 경우를 포함해 전체 경우를 분모로 놓고 계산한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수유무정확도는 90.9%다.

올해 월별 정확도는 최저 86.3%(6월), 최고 97.1%(5월)이다.

사실 강수정확도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비가 오는 날보다 2배 이상 많은 우리나라에서 85% 이상으로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연간 강수일이 평균 105.6일이니 매일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해도 70%는 들어맞는다.

이에 활용되는 지표가 '강수맞힘률'(POD)이다. '비가 오는 것을 예보한 비율'로 작년 값이 0.65였다. 지난해 내린 비 65%는 사전에 예보됐다는 의미다. 올핸 3월에 0.78로 최고였고 5월에 0.34로 최저였다.

강수맞힘률이 강수정확도보다는 낮지만 '10번에 6~7번은 예보에 성공하는 수준'이어서 '기상청 예보를 믿을 수 없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평가 기준이 달라 단순비교에 큰 의미는 없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지난해 강수정확도는 한국이 일본(86.2%)보다 높고 강수맞힘률은 일본(0.77)이 나았다.

지난해 기상청 최고기온과 최저기온 평균 절대오차는 각각 1.2도였다.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을 ±1도 안팎 범위에서 예측해냈다는 의미다.

[연합뉴스TV 제공]

예보 속 '범위와 확률'…예보 믿지 않는 까닭은

수치로 나타난 예보정확도에 견줘 "예보와 반대로 행동하겠다"라고 할 정도로 예보를 믿지 않는 사람이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예보에 '범위와 확률'이 담겼다는 점을 모르는 이가 많다.

'서울에 내일 오후 비가 내린다'라는 예보문 첫 단어인 '서울'부터 아주 넓은 공간이다. 기상청이 수도권에 소나기를 예보한 16일 서울 성북구는 종일 비가 40.5㎜ 내린 것으로 기록됐지만 강서구나 마포구는 '강수량 0㎜'였다. 성북구 주민한텐 예보가 정확했지만 강서구나 마포구 주민한텐 오보였다.

예보에서 오후는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를 말한다. 비가 오후 1시부터 두 시간 내렸다면 오후 4시에 외출한 사람에게 '오후 소나기' 예보는 틀렸다고 여겨진다.

'비가 내린다'도 반드시 비가 온다는 뜻이 아니다.

통상 강수확률이 60% 이상이면 '비가 내린다'고 예보된다.

강수확률 60%는 '과거 기상이 비슷했을 때 100번 가운데 60번은 비가 내렸다'라는 뜻이다. 요즘에는 수치예보모델 예측치 가운데 비를 전망한 비율을 강수확률로 보기도 한다.

강수확률 60%는 반대로 말하면 '비가 오지 않을 확률이 40%'이란 뜻이다.

[연합뉴스TV 제공]

오보 원인은…기후변화에 어려워진 예보

날씨예보가 100% 맞을 수는 없다.

지난 7일에도 기상청 예보가 엇나간 적 있다.

기상청은 7일 오후부터 밤까지 경기북부와 강원영서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봤으나 실제 강수량은 매우 적었다.

대기 상층에 찬 공기가 자리해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구름대가 발달해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상층에 온난한 공기가 유입됐다. 제3호 태풍 차바가 약화한 온대저기압이 일반 저기압과 다른 특성을 보이면서 예측이 빗나갔다.

다양한 오보 원인 중 하나는 기상현상 '근본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북반구 기압계가 정체하면서 대기 동서흐름이 약해지고 마치 뱀이 이동하듯 꼬불꼬불하게 흐르면서 유럽에 기록적 폭염 등 기상이변이 나타났다. 기압계가 정체한 원인으로 기후변화 등이 거론되는데 지금 이때 정체한 원인을 알려면 장기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장마철 강수패턴이 바뀌었는데 그 원인도 정확히 모른다.

기존에는 일직선에 가까운 정체전선이 우리나라를 오랜 기간 오르내리면서 '중부→남부' 또는 '남부→중부' 순으로 순차적으로 비를 뿌렸다면 최근에는 물결처럼 휜 정체전선에 저기압이 동반되면서 전국에 한꺼번에 비가 쏟아진 뒤 전선이 지나가면 며칠 맑았다가 다시 새 정체전선에 의해 폭우가 내리는 형태다.

북태평양고기압 확장 양상이 달라진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양상이 달라진 이유를 명확히 알지는 못한다.

근소한 초기조건 차이가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든다는 '나비효과'도 오보를 만들어내는 요인이다. 예보 초기조건은 현재 기상 관측값인데 빈틈이 없지 않다.

최근 장맛비는 중국 내륙지역에서 발달한 정체전선을 동반한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나면서 내렸다. 저기압이 서해를 지날 때 성질이 바뀔 가능성이 큰다. 그러나 바다 한가운데엔 관측장비가 설치돼있지 않으므로 '깜깜이'로 있어야 한다.

관측값은 '찰나의 기록'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현상 앞에선 언제나 '과거 자료'일 수밖에 없는 점도 문제다.

기후변화는 예보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여름철 날씨 주요 변수가 '대기 중 수증기량'이다. 수증기가 비(물)로 변하거나 비가 증발해 수증기가 될 때 열을 내뿜고 흡수하면서 날씨에 영향을 준다.

김성묵 기상청 예보분석팀장은 "기온이 올라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어나면서 비가 내릴 수 있는 잠재력도 늘었다"라면서 "대기가 가벼워지면서 산과 같은 지형에 부딪혀 치솟아 국지적으로 비를 뿌릴 때가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국가기상슈퍼컴퓨터 5호기 국가기상슈퍼컴퓨터 5호기(마루). [촬영 이재영]

오보가 '국내 슈퍼컴퓨터 성능 때문이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어불성설이다.

슈퍼컴퓨터는 유체역학으로 미래 기상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인 수치예보모델을 작동시키기 위한 '성능이 좋은 컴퓨터'에 그친다.

기상청은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과 영국서 도입한 '영국 기상청 통합모델'(UM)을 운용하고 있으며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수치모델 예측치도 받아 예보에 반영한다.

수치예보모델은 액체와 기체 등 유체의 움직임을 기술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기반이다. 이 방정식은 '일반 해가 존재하는지'도 증명되지 않은 상태로 실생활에 활용할 땐 '해의 근삿값'을 찾아내 적용한다.

수치예보모델이 날씨예보에 큰 도움을 주지만 '일반 해 존재도 확실하지 않은 방정식'에 토대를 뒀기에 예측치가 100% 정확하다고 할 순 없다.

한강 범람한 세빛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밤사이 장맛비가 지속되며 한강 홍수 조절 기능을 하는 팔당댐 수문이 개방된 3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일대가 한강 범람으로 물에 잠겨 있다. 2022.6.30 hihong@yna.co.kr

예보 목적은 '기상재해 대비'…"맞냐 틀리냐에 집착 말아야"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것만큼 예보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보 제1목적은 '기상재해와 기후변화로부터 생명과 재산 보호'로 '출근할 때 우산을 들고 갈지' 결정을 돕는 '기상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부차적일 수밖에 없다.

예보가 '맞았는지 틀렸는지'에 집착하면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예보정확도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예보를 최대한 소극적으로 내는 것이다.

가령 A와 B라는 지역이 있고 'A의 경우 전역에 비가 올 확률이 80%이고 B의 경우 A와 접한 3분의 1 정도에 비가 올 확률이 60%'라면 A에 비 온다는 예보는 안 하는 것이 정확도 면에선 나을 수 있다. 하지만 'B의 3분의 1에 비가 내려 생기는 피해'는 사전에 대비할 수 없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기상청과 국민이) 서로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라면서 "기상청은 전국을 보고 예보하는데 상당히 정확하다. 다만 국민은 '자신이 일상에서 경험할 날씨를 예보해달라'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예보정확도가 100%일 수는 없으니 정확도를 높이는데 '무한투자'하지 말고 어느 정도 정확도를 요구할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예보를 평가할 때 '맞았는지 틀렸는지'에 집착하기보다는 관측이 제대로 이뤄졌고 여기에 과학법칙을 잘 적용했는지 따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경제성장률 전망도 매년 틀리지만 이를 비판하기보다는 전망을 토대로 재정지출을 확대한다든가 축소한다든가 하는 계획을 세우는 데 더 집중하지 않느냐"라면서 "불확실성이 있어도 날씨를 예보하는 까닭은 이를 토대로 대비했을 때 사회적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jylee24@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