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P.2’ 배나라, 원석의 발견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8. 1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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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라가 ‘D.P.2’에 출연한 소감을 전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D.P.2’(감독 한준희)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이하 D.P.) 준호와 호열이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지난 7월, 2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부대 내 총기난사, 성소수자 탈영병, G.P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고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단편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그려지며 시즌2 최종화의 거대 서사를 완성하는데, 그 중에서도 많은 시청자의 마음에 깊이 박힌 회차는 3화 ‘커튼콜’ 편이다.

이 에피소드는 성소수자인 장기 탈영병 ‘니나’ 장성민의 가슴 아픈(이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한) 사연으로 전개된다. 장성민은 입대 전 대학에서도, 군대에서도 성소수자로 고통 받다 탈영을 감행한 뒤 수년간 숨어 지내다 끝내 드래그 퀸(Drag queen, 여장남자) 배우의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쓸쓸한 최후를 맞는다.

연극 ‘갈매기’의 주인공 니나를 꿈꿨으나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니나’는, 아직 많은 이들의 눈엔 낯설지만 향후가 더 기대되는 내공을 지닌 배우 배나라(32)가 빚어낸 ‘D.P.2’의 인상적인 주인공 중 하나다.

“주변에서 연락이 굉장히 많이 왔어요. 너무나 많이 응원하고 격려해주셨죠. 감개무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너무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배나라는 ‘D.P.2’ 공개 후 쏟아진 주변의 뜨거운 반응을 소개하며 미소를 보였다. 그는 특히 한국 대표 드래그퀸 아티스트 나나영롱킴으로부터 ‘캐릭터를 잘 녹여줘서 고맙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며 기분 좋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2013년 군 복무 중 출연한 군뮤지컬 ‘프라미스’로 데뷔한 뒤 공연계에서 주로 활동해 온 배나라. 그는 ‘D.P.2’ 한준희 감독이 수소문 끝에 찾아낸 ‘원석’이었다.

배나라는 3차까지 가는 오디션 끝에 ‘D.P.2’ 호에 승선했다. 시즌1을 워낙 재미있게 봤던 터라 제작부의 오디션 제안에 “얼떨떨했다”는 그는 “연락이 온 것 자체가 너무 큰 영광이었고, 떨어지든 붙든 무조건 본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밝히며 오디션 과정을 설명했다.

지정 대사와 노래, 조감독 미팅 등의 과정을 거쳐 마주한 마지막 관문은 한준희 감독의 압박면접(?)이었다. 장성민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그가 받은 질문은 ‘배나라 씨가 이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라는 아주 원론적이면서도 예리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한 배나라의 답변은 그야말로 ‘A+’였다.

‘남들이 하기 어려운 (드래그퀸) 역할을 과거 공연을 통해 해 본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있게 시청자들께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중은 나를 잘 모르니까 시청자들을 극에 더 집중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감독님께서 잘 만들어주시면 제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당찬 패기까지 보여준 그는 그렇게 오디션장을 빠져나왔고, 그 자리에서 바로 캐스팅됐다.

배나라가 ‘D.P.2’에서 맡은 장성민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무대 위든 카메라 앞이든 어떤 배역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내가 아닌 허구의 인물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것만으로도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새로운 도전을 통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내는 것 역시 배우의 숙명인 것 같아요. 또 감사하게도, 저는 계획적이지만 즉흥적인 걸 좋아하는 편이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설렘지수 200%의 오디션을 거쳐 장성민 역을 꿰찼지만 촬영 강도는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추위만 빼고 모든 계절을 함께 했다”는 그는 긴 시간 장성민의 처절한 여정을 가장 가까이서 함께 하며 “마음을 비우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너무 힘들고 괴로우면 눈물이 난다거나 감정으로 표출될텐데, 그 과정의 끝은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아무 것도 못 하는 거였어요. 장성민의 내면의 끓어오르는 감정을 펼쳐보였지만 그 결과값은 결국 무가 아니었을까. 항상 마침표를 생각하고 살았던 인물이었던 거죠.”

뮤지컬 ‘킹키부츠’를 통해 이미 여장남자 캐릭터를 경험해 본 배나라이기에 ‘D.P.2’ 장성민이 그려낸 드랙퀸 씬 자체에 대해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이걸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하는 설렘이 있었다”고.

그러나 만들어가는 과정은 ‘도전’이었다. “그 장면에 직접적으로 성민의 내면의 과정을 녹여내야 했기 때문에, 마냥 웃으며 즐겁게 촬영할 수만은 없었어요.”

카메라 앞에서 처음 연기해 본 배나라에게, 무대 위 연기와 카메라 앵글 안에서 펼쳐 보이는 연기는 굉장히 달랐다. 그는 “무대에 올라가는 건 결과물을 계속 보여주는 것인 반면, 드라마나 영화는 반복된 촬영을 통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드는 편집예술인 만큼 계속 긴장감을 갖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촬영에 임했다”며 “너무 힘들었지만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모든 게 처음이었는데 너무 새롭고 신선했어요. 열정적으로 임했고, 주변 환경을 의식하지 않고 캐릭터에만 집중하며 즐기면서 했죠. 사실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정말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배나라는 자신의 연기 모니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지만 ‘D.P.2’ 땐 달랐다. 한준희 감독이 ‘의도적으로’ 모니터를 못 보게 했기 때문. 이에 대해 배나라는 “감독님께선 제가 자유롭게 연기하길 바라신 것 같다. 그렇게 연기한 결과물은 나 스스로도 너무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보였다”며 “연기하는 과정이 답답하진 않았고 감독님께 더 의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나라가 ‘D.P.’ 시리즈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다. 사진|강영국 기자
“감독님은 끝까지 저에게 믿음을 주셨어요. ‘조금만 더 보여줄래?’라며 그려가고자 하는 바를 설명해주시니, 납득이 되고 이해가 됐어요. 감독님을 믿고 의심의 여지 없이 갔죠.”

‘D.P.2’ 제작발표회 당시 손석구가 했던 ‘한준희 감독=천재’ 발언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며 어느 때보다 눈을 반짝였다.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너무나 명확하게 표현을 잘 하시고, 중간중간 고무줄을 당겼다가 느슨하게 했다가 다시 탄탄하게 만드는 편집과 연출이 놀라웠어요. 예전부터 제가 좋아했던 작품들이 모두 한준희 감독님의 작품이란 걸 알고선 제가 ‘D.P.’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배나라가 본 한준희 감독은 ‘츤데레’ 그 자체, “묵묵히 있어주고, 필요할 때 툭 건드려준” 인물이었다.

“하루는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과 국밥집에서 소주 한 잔을 했어요. 제가 제 연기에 대한 걱정이 많고 감독님께 많이 의지하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선 단호하게 ‘우리를 믿어라’고 말씀하셨죠. ‘너는 최선을 다 했고, 우리도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가 다 같이 잘 해야 하는 일’이란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씀이 가슴에 남았어요. 모두가 같이 하는 작업임을 잊으면 안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배우 활동을 해나가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정해인, 구교환 등 ‘D.P.’ 조원들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떠올렸다. 그는 “정말 대단한 선배님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현장이 처음인 제가 불편하거나 위축되지 않게 잘 이끌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제 연기에 대해 좋게 말씀해주셔서 너무 큰 힘이 된다. 저는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연기였는데 선배님들이 안정된 연기로 극을 이끌어주시며 밸런스를 맞춰주시고, 오히려 나를 더 돋보이게 해주셨다”고 연신 고마움을 드러냈다.

자신이 출연한 ‘커튼콜’ 편에 대한 감상도 들려줬다.

“연기할 땐 캐릭터의 입장에 몰입하고 집중했는데, 편집된 영상을 다 감상하고 나니 이 또한 어떤 주제나 메시지를 주려 했던 거구나 싶었어요. 준호와 호열이에게, 현 시점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숙제를 남겨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준호가 ‘우리 그냥 잡지 말까요?’라고 하자 호열이 ‘아니, 해보자’라고 얘기한 게, 어떻게 보면 장성민을 고립된 삶 속에서 끄집어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도 싶었어요. 그들만의 숙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또 배나라는 “에피소드 자체가 굉장히 슬프게 마무리되다 보니 여운이 많이 남는 것 같다”며 “감정적으로 굉장히 극적인 표현을 많이 했는데, 이 경험이 배우로서도 공부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배나라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배우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강영국 기자
어린 시절 조금은 소극적인 아이였지만 노래와 무대가 좋아 점차 적극적으로 변화했다는 배나라. 아버지와 형의 영향으로 생활 속에서 음악과 늘 함께 했던 그는 자연스럽게 예술계통으로 진로를 설정하고 학창시절을 보냈다.

실제로 육군 포병 출신인 배나라에게 자신의 군 생활에 대해 묻자 “희로애락의 끝판”이라고 돌아봤다.

대학에서 뮤지컬학을 전공하던 중 입대한 그는 뭇 청년들처럼 복무 기간에 꿈을 잠시 놓칠 법도 했지만 그 스스로 꿈을 붙잡았다. 자대 배치 직후 대대장에게 전입신고를 하면서 당돌하게 뮤지컬 오디션 도전 의지를 피력했던 따끈따끈한(?) 신병은, 그렇게 군뮤지컬 ‘프라미스’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하고 조금은 별난 군 생활을 이어갔다. 9 to 9 일정으로 뮤지컬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오르고, 새벽엔 불침번 근무를 돌아가며 서기도 했던 군 생활은 인간 배나라에게도, 배우 배나라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됐다.

“특별히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한 팬분이 말씀해주셔서 알게 됐어요. 뮤지컬 데뷔를 군대 얘기로 했는데, 카메라 연기 데뷔도 군대 얘기로 하게 됐다고요. 아, 나에게 군대가 큰 의미가 있는 키워드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연기스승이 해 준 ‘정진하라’는 말을 배우 활동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는 배나라. 뮤지컬로 배우의 길에 첫 발을 떼고, ‘D.P.2’로 배우 인생 2막을 연 그는 “끝없이 배우는 게 배우라고, 배움의 길은 끝이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배워가며 배우의 길을 정진하고 싶다”는 담백한 포부를 밝혔다.

‘D.P.2’를 통해 뮤지컬 팬 및 관계자뿐 아닌 다수의 눈에 띈 만큼 아마도 그의 활동 반경은 이전보단 넓어질 게 자명하고, 그 역시 스스로의 정체성을 뮤지컬 배우로 한정짓지 않고 어느 곳에서든 연기하는 ‘배우’임을 강조했다.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고, 뮤지컬로 첫 발을 뗀 것 뿐이지 무대 위 연기와 카메라 앞 연기가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무대도 너무 하고 싶고,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겼죠. 언제든 어떤 작품을 통해서든 많은 분들을 뵙고 싶습니다.”

‘D.P.2’는 지난 7월 28일 공개됐고, 시즌1부터 시즌2까지 넷플릭스에서 전 회차 감상할 수 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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