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한국 게임업계 최고 IP인 던전앤파이터를 보유해온 네오플이 지난 3월 출시한 신작 카잔으로 또다시 ‘세계 제패’를 노린다.

네오플이 개발한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는 지난 20년간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IP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 첫 출시 이후 글로벌 누적 이용자 8억5000만 명, 글로벌 누적 매출 220억 달러(한화 약 29조4000억원)를 달성했다.
2008년 네오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윤명진 대표는 던파개발실 국내 던파PM팀 팀장, 던파개발실 실장, 액션스튜디오 실장, 액션스튜디오 본부장(이사)에 이어 2021년 DNF 개발본부와 액션스튜디오 본부장을 역임하며 PC던파 총괄디렉터를 맡았다. 그리고 2022년 네오플 대표이사에 올랐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네오플에서 개발한 던파의 ‘찐 마니아’였다.
어릴 때부터 게임과 코딩을 즐겼던 윤 대표는 스스로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될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던파만 하며 지냈던 시절도 있었다.
네오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래 데이터 분석, 마케팅, 사업, 게임 기획, 개발 등 다양한 직군을 경험한 윤 대표는 던파 콘텐트 개발과 라이브 서비스 운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제가 분석한 결과나 아이디어가 던파에 반영되니 게임 기획과 개발 등 회사 업무는 모든 게 즐거웠습니다.
휴일이 끝나고 평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에 겪는다는 월요병이란 단어조차 몰랐고 입사 3년 차까지는 매일 회사에 빨리 가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한때는 일요일 저녁에 출근해 밤새 던파를 하고 월요일 아침 해가 밝기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게임하려고 입사했느냐’고 타박 아닌 타박을 받기 일쑤였죠.”
장수 IP 던파에서 확장된 카잔과 글로벌 확장성
윤 대표가 가장 좋아했던 던파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혁신을 통해 던파는 장수 IP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 IP가 됐다.
던파의 성공은 네오플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줬다.
지난해 네오플은 매출 1조3783억원, 영업이익 9824억원, 당기순이익 79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93%인 1조2833억6300만원은 던파, 던파 모바일 중국 서비스 로열티를 통해 벌어들였다.
게임산업에서 IP 융합은 단순히 콘텐트 확장을 넘어 전략적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네오플에서 출시한 게임은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콘텐트로 확장되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는 던파 세계관 기반의 웹소설을 다시 웹툰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지난 3월 네오플은 던파 유니버스를 확장하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을 출시했다. 게임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윤 대표는 “던파는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세계”라고 소개한다. 카잔은 원작 세계관인 다중 우주를 기반으로 한 던파의 스토리 위에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던파와 마찬가지로 카잔이 펠 로스 제국에 배신당한 뒤 양 힘줄이 끊어지는 형벌을 받은 채 어디론가 이송되며 시작된다.
캐릭터마다 다양한 전직 시스템이 있었던 던파와 달리 카잔은 던파 속 주요 인물이자 대장군인 ‘카잔이 살았다면?’이란 가정에서 시작한다.
원작인 던파에서는 카잔이 죽음을 맞이하지만, 신작인 카잔에서는 블레이드 팬텀을 만나 기적적으로 생환한다. 플레이어가 카잔이 돼 제국에 복수를 펼치는 동시에 도전적인 난도의 전투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스토리다.

윤 대표는 “PC와 콘솔용 싱글 패키지 게임인 카잔은 ‘소울라이크가 아닌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라고 강조했다.
“카잔 초반에는 플레이어의 스킬 부족으로 소울 시리즈처럼 느낄 수 있지만 회차를 진행할수록 콘솔 플레이어에 맞게 조작권과 타격감을 극대화해 충분한 스킬과 장비를 얻게 되면 하드코어 액션을 넘어 핵앤 슬래시 같은 느낌까지도 받을 수 있는 폭넓은 플레이 체감을 제공합니다.”
윤 대표의 설명은 초반부 전투는 진지하고 신중하지만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점점 강력하고 호쾌한 전투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윤 대표가 카잔의 성공을 전망하는 이유는 호쾌한 액션성과 스킬·장비의 커스터마이징 때문이다.
카잔에는 화려하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기 위해 도부쌍수, 대검, 창 등 세 종류의 무기를 뒀다. 도부쌍수는 빠른 속도와 균형 잡힌 물리, 기력 공격 능력을 기반으로 끊임없는 공격을 이어가는 플레이에 특화돼 있다.
창은 전장을 누비며 지속적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다.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긴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는데 이를 회피하려는 플레이나 탈진 상태의 적을 압박하는 데 강점이 있다.
대검은 방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 방 한 방 집중형 빌드가 가능하다. 무기마다 속도, 범위, 충격량 등의 특성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고 다른 타격감과 전투 리듬을 가지고 있다. 공격과 회피, 방어에는 기력이 사용된다. 적의 공격을 쳐내는 ‘패링’ 시스템도 갖췄다.
동일한 무기를 들고 있어도 유저에 맞게 아이템별로 커스터마이징돼 캐릭터의 조작감, 일체감에 많은 신경을 썼고 전혀 다른 액션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카잔의 특징이다.
카잔의 커스터마이징은 무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능력치를 올려주는 팬텀과 유저가 선택하는 장비 설정도 전투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장 많이 사용한 무기군, 발견된 항아리 개수,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쓰러트린 보스나 무기군 등을 공개해 플레이어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온라인이나 패키지 중 어떤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재미있게 할 게임인가를 윤 대표에게 묻자 ‘패키지 게임을 경험했던 이들이 더 재미있게 할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또 전작인 “던파의 스토리를 몰라도, 얼마든지 카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드코어 액션 RPG 장르의 핵심은 보스전에 있다. 16종의 보스는 모두 각기 다른 패턴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유저가 끊임없는 움직임을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 전투 진행 과정에서 새로운 패턴을 구사해야 한다.
최근 개발자 노트에서 향후 업데이트 로드맵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5일에는 카잔만의 하드코어한 보스전을 집중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콘텐트인 ‘극한의 도전’을 출시했다.
‘대장군의 격전’과 ‘광전사의 혈투’ 2종으로 구성된다. ‘팬텀’ 능력, ‘브루탈 어택’ 등 전투를 돕는 일부 요소를 사용할 수 없어 더욱 고난도의 전투를 경험할 수 있으며 카잔의 엔딩을 완료한 유저라면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다.
카잔은 3D 셀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으로 특유의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구현해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게 한다.
실제로 올해 1월에 공개한 체험판에서는 액션의 재미에 힘입어 다운로드 100만 회를 돌파했다. 카잔은 출시 후 완성도 높은 액션성에 대해 글로벌 유저에게 호평을 받으며, 먼저 체험해본 스팀 유저 평가에서 90% 이상 ‘매우 긍정적’, 메타크리틱 최고 평점 83점을 기록한 바 있다.
윤 대표는 카잔은 중국보다 더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카잔은 네오플의 올해 최대 기대작일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를 타깃으로 합니다. 카잔이 출시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았지만 한국, 중국 등 아시아뿐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서도 이보다 몇 배가 많은 피드백이 올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입니다.”
카잔 출시 이후에도 유저의 의견에 꾸준히 귀 기울이며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준호 크레이티브 디렉터가 스팀에 게재된 유저 피드백에 직접 댓글을 남기는 등 카잔은 유저와 신뢰를 쌓고 있다.
또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될 다양한 팁을 전해주기도 한다. 유저들은 각종 커뮤니티에 “초반에 대검의 공격 속도가 느렸는데 네오플이 알려준 스킬 조합을 변경하니 전투 템포가 완전히 달라졌다”, “무기를 바꿔 보스를 상대하니 색다른 경험이었다” 등 다양한 반응을 올리고 있다.

플레이어와 함께 성장한 네오플
게임 기획이나 개발 등의 업무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네오플은 꿈의 직장이다.
윤 대표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게임만 많이 한다고 해서는 게임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아요.
게임 제작을 총괄하는 게임 디렉팅을 할 때는 다양한 경험과 넓은 세상을 볼 것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저는 경제 뉴스를 보면 좋은 소스가 떠올랐어요.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이들이 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윤 대표는 또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 게임 외에도 다양한 게임을 리뷰해볼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해외 여러 게임쇼를 다니면서 보니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전반적인 게임시장이 커져 전체 유저가 많아지는 것이 네오플에 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회사가 함께 경쟁해야만 게임시장도 커지고 그만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22조9642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수출액은 83억9400만 달러(한화 약 10조9785억원)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2023년 국내 게임시장의 성장률 자체는 다소 둔화한 모양새다.
윤 대표는 “대한민국 게임시장이 확대돼야 세계적인 e스포츠 선수들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문득 윤 대표가 신입사원 시절처럼 게임을 많이 하는지 궁금했다.
“지금은 입사 초처럼 게임을 많이 하지 못한다”며 “대표가 된 이후에는 게임 디렉터로서만 일할 때보다는 직접 게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경우가 줄어 아쉽다”며 웃는다.
『어떻게 일을 사랑할 것인가』(청림출판)에 따르면 “어떤 일을 원하든 어떤 삶을 꿈꾸든 사랑할 대상부터 찾는다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강조한다.
한 인류학자는 ‘일하는 존재인 호모 파베르(Homo Faber)’로만 머물 수 없고 놀이하고 창조하는 존재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좋아하는 것을 일로 승화한 덕업일치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윤 대표는 일을 사랑한 이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회사 대표가 된 후에도 직원들 역시 자신이 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단다.
“재미있게 했던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하고 플레이어들도 제가 만든 게임을 즐겨주는 지금, 덕업일치를 이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경미 기자 yeo.kyeong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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