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여기까지 5시간이나 걸려서 힘들었지만, 아빠 따라오길 정말 잘했어요. 자동차들이 빨리 달리고, 알록달록한 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멋졌어요." 김서연양(10·서울)은 굉음이 울리는 짐카나 경기장 앞에서 아빠 손을 꼭 잡고 설레는 눈빛을 보였다.
보령 해변을 뜨겁게 달군 15번째 모터 페스티벌

지난 4일 충남 보령시 머드엑스포광장은 다시 한번 뜨거운 엔진음과 사람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2025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은 국내 최대 야외 모터스포츠 축제로, 아주자동차대학교와 보령시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토요타자동차가 공식 후원에 나섰다.
특히 올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잠시 주춤했던 대규모 행사 흐름을 완전히 되살린 기세였다. 전날(3일) 오전 폭우로 오프로드 코스 일부가 무너지고, 주차장 일부가 침수되는 등 돌발 변수가 있었지만, 주최 측의 신속한 복구로 이튿날인 4일에는 모든 프로그램이 정상 운영됐다. 행사장엔 역대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드리프트와 짐카나, 속도와 기술이 만난 무대

드리프트(차량의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곡선을 그리는 주행 기술) 대회장은 연신 연기와 박수로 가득 찼다. 흰색, 검정색, 형광색 차체를 두른 차량들이 각각의 고유한 엔진음과 함께 회전하고, 미끄러지고, 고속 직진 후 순간 제동하며 드라이버의 테크닉을 과시했다. 경기 중 일부 차량은 언더스티어 현상으로 실수해 라인을 이탈하기도 했고, 일부는 연기 속에서도 밀리미터 단위로 간격을 유지하며 경쟁 차량을 바짝 따라붙었다.
오후 1시 드리프트 경기 직전에는 토요타의 붉은색과 흰색 GR86 두 대의 특별한 쇼런이 펼쳐졌다. 특히 흰색 GR86은 박상현 아주자동차대학교 교수가 직접 운전했다. 두 차량은 좌우 대칭으로 회전하며 데칼코마니처럼 트랙을 그렸고, 차량이 사선으로 미끄러지며 정확히 라인을 따라가는 모습은 관중석에서 박수와 환호를 불렀다.

이어진 짐카나(콘과 장애물 사이를 빠르게 통과하며 차량 조작 능력을 겨루는 경기) 체험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었다. 정교하게 그려진 코스를 따라 차량들이 회전과 급정지를 반복하자 관중석에서는 "와아!" 하는 함성이 터졌다. 체험에 참여한 이정우 씨(39·경기 안양시)는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탑승한 후 "차가 회전하면서 옆으로 미끄러지는 순간, 정말 영화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오감 자극하는 토요타·렉서스 체험형 부스

행사장 중심부엔 전국에서 모인 튜닝카 동호회 차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컬러풀한 랩핑, 광택나는 스포일러, 눈부신 LED 바디킷을 단 차들이 천천히 퍼레이드를 돌자, 관람객들은 차량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특히 토요타 가주레이싱(GR) 부스는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GR 수프라와 GR86 등 브랜드의 대표 고성능 차량이 전시됐고, 레이싱 시뮬레이터와 RC카 체험, 사진 촬영 구역까지 마련돼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오랜 시간 머물렀다. GR 레이싱 슈트와 굿즈 등 한정판 아이템을 판매하는 공간에는 젊은 팬들이 몰렸다.

렉서스 부스에서는 LX 700h 차량을 타고 진흙과 물웅덩이를 통과하는 오프로드 코스 동승체험도 제공됐다. 헬멧을 쓴 채 탑승한 관람객은 출발과 동시에 덜컥대는 진입로에 비명을 지르고, 연이어 내리막을 내려가는 구간에선 탄성을 터뜨렸다. 온로드 구간에서는 RX 500h, NX 450h+ 등 렉서스 전동화 라인업이 직접 주행 시승용으로 투입됐다. 해안선을 따라 곡선을 그리는 도로에서 부드러운 가속력과 정숙성이 참가자들을 매료시켰다.
아주자동차대 학생들의 꿈에서 시작된 모터문화 혁신

보령·AMC 모터 페스티벌의 출발은 2011년 아주자동차대학교 교내에서 진행된 '캠퍼스 튜닝카 전시 행사'였다.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박상현 교수는 "연예인 초청보다 우리가 만든 자동차를 무대에 올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전국 레이싱팀과 동호회 차량 120여 대를 직접 섭외해 캠퍼스에 전시했다. 이 행사는 단숨에 입소문을 탔고, 이후 행사 규모는 해마다 커졌다.
행사 참가자가 급증하면서 교내 공간의 한계를 넘었고, 2015년 보령시로 무대를 옮긴 뒤부터는 시 차원의 후원과 협력이 더해졌다. 초창기에는 약 2만~5만명의 관람객이 참여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중단됐던 행사는 2022년부터 재개됐다. 행사 재개 후 관람객 수는 눈에 띄게 증가해 2023년에는 10만명, 지난해에는 13만3000명까지 급증하며 전국구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한명석 아주자동차대학교 총장은 "교육, 산업, 관광이 결합된 플랫폼으로 발전해온 모터문화 축제"라며 "초기에는 홍보 인력과 예산 부족, 행사장 정비 등 현실적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학생과 교직원,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요타가 만든 ‘모두의 레이싱’…보령을 세계로

매년 보령·AMC 모터 페스티벌에 참가 중인 한국토요타자동차는 2020년부터 아주자동차대학교와 전동화 교육 협력(T-TEP)을 맺고 실습차량 기증, 부품 지원, 장학금 제공 등 실질적인 후원을 지속해왔다. 또 '프리우스 PHEV 클래스', 'GR 키즈 슈퍼레이스 스쿨', 'GR 레이싱 클래스'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 모터스포츠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해오고 있다.
2025년부터는 슈퍼레이스 최상위 클래스의 명칭을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로 바꾸며, 브랜드 철학과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모터스포츠의 대중화와 교육,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실현하고 있다.

지금 보령은 더 이상 머드 축제만의 도시가 아니다. 아주자동차대학교, 보령시, 그리고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손잡고 만든 '모두의 레이싱 문화'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와 유럽까지 확산을 준비하고 있다. 한 총장은 "이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교육, 산업, 관광이 결합된 새로운 모터문화 플랫폼"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통해 꿈꾸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보령·AMC 모터 페스티벌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이 모터스포츠를 쉽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현장"이라며 "앞으로도 모터스포츠의 대중화와 지역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