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선거의 계절에

최미화 기자 2026. 5. 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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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경북행복재단 대표
정재훈 경북행복재단 대표

이런 시절이 있었다. "동무는 반동이요! 제가 왜 반동입니까? 그냥 반동이요." 그리고 죽여버렸다. 이런 시절도 있었다. "너는 간첩이다. 자백해라! 저는 아닙니다. 왜 그러십니까? 웃기지 마라. 자백해라!" 자백하든 하지 않든 거짓 증거를 만들거나 조작해냈다. 그리고 간첩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이런 시절에 산다.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서슴지 않는다. 나는 옳고 저쪽은 무조건 틀렸다.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저쪽이 틀렸다, 나쁘다는 분위기만 조성하면 끝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과정과 맥락, 팩트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선동만 하면 된다. "동무는 반동이요, 너는 간첩이다…" 그 틀에서 많이들 배운 모양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삶에 대한 성찰적 태도를 상실한 시대에 한 편의 영화가 울림을 준다. 영화 이다. 치명상을 입은 주인공 맥콜은 자신을 치료해 준 이탈리아의 시골 의사로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요, 나쁜 사람이요?" 질문을 받는다. "잘 모르겠다(Non lo so)."라는 맥콜의 성찰적 답변은 역설적으로 의사에게 그를 선한 존재로 판단하게 만드는 근거가 되었다.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고뇌할 줄 아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성찰적 모습을 보이는 순간, 즉각 낙인을 찍는다. 무언가 켕기는 구석이 있는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므로 피도 눈물도 없는 편가르기 싸움의 한복판에서는 결코 반성하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혐오에 가득 찬 진영 논리 속에서 합리적인 대화와 이해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논리적 모순을 지적해도 우리 편은 나를 맹목적으로 비호하며, 상대편은 어떤 진실을 내보여도 나를 악마화하는 프레임을 만든다. 성찰적 반성과 상호이해를 통한 변화는 외계인의 언어가 되어 버렸다. 내 편이면 천사고, 상대편이면 없애야 할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단순 무식한 이분법의 세계이다.
편 가르기에서 나오는 갈등과 증오를 기반으로 하면 선거운동 뿐 아니라 노동운동, 사회운동, 시민운동에서 주도권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손쉽게 된다. 오직 자기가 속한 진영 내부에서 권력과 자리, 이권을 안정적으로 분점하고, 이를 매개로 사람들을 줄 세우면서 자신들만의 이익을 나눠 갖는 분파적 권력 게임이 한국 사회를 떠돌고 있다.
그 결과 극단적인 도덕적 이중잣대가 상식의 자리를 대체했다. 동일한 부동산 투기나 탈법적 자산 투자, 이른바 '아빠·엄마 찬스'로 대변되는 특권의 대물림, 직권 남용과 저급한 막말, 일 안하고도 받아 가는 임금 등은 내 편이 저지르면 합리적인 재테크이자 자식 사랑, 추진력 있는 업무 집행이나 솔직하고 거침없는 소신,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으로 미화된다.
인간을 그가 가진 고유한 능력과 전체적인 인격적 가치로 판단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풍토는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제 또 선거의 계절이다. 우리의 이런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정치판의 편 가르기 경쟁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치인에게만 손가락질을 해도 될 정도로 우리의 모습은 선한지,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독자 여러분은 좋은 사람이신가, 나쁜 사람이신가?

정재훈 경북행복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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