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다음 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첫 성과가 공개된다. 이미 '사상 최대' 실적이 예고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성적표가 기대치를 얼마나 웃돌지에 쏠린다.
31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약 36조~40조원, SK하이닉스는 31조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의 최대 전망치가 실현된다면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70조원에 육박하는 '초호황' 국면에 들어섰음을 입증하게 된다.
그 중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영업이익 40조원을 넘어설 경우 '국내 기업 최초' 기록을 세우게 된다는 점도 이번 실적발표에 관전 포인트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11억원)에 근접하는 역대급 기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1분기 3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게 되면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셈이다.
HBM이 끌고 D램이 밀고…실적 폭발 중심엔 'AI'

실적이 급증한 데는 AI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확대된 효과가 주효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중심으로 한 AI 서버 투자가 급증하면서 D램과 낸드 가격이 동반 상승했고 여기에 공급까지 제한되면서 가격 상승이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됐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비중 확대를 통해 고수익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줄고 가격 상승이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고객사 수요 충족률이 60% 수준에 머물고 있어 당분간 공급자 우위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 회복에 더해 사업 다변화 효과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모바일과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기여도가 높아지며 전사 실적 안정성이 강화된 모습이다. 특히 6세대 HBM4 시장에서 경쟁사 보다 먼저 양산, 출하에 나서면서 주도권 회복에 나선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은 양사 실적이 단순한 사이클 회복을 넘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HBM을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객사 수요 충족률이 60% 수준에 머무는 등 공급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수익성 높은 HBM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하고, 범용 D램 공급이 축소되면서 가격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급 환경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적 상승이 단순한 업황 반등이 아닌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고 본다.
터보퀀트 우려 넘을까…"오히려 수요 더 늘어난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중동 분쟁과 구글의 메모리 효율화 기술인 '터보퀀트'가 공개되며 메모리 수요 둔화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를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가 아니라는데 무게를 실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오히려 메모리 효율 개선이 AI 활용 범위를 확대해 총수요를 늘리는 '제번스의 역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추론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은 AI 모델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는 다시 메모리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들은 향후 수년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공급계약(LTA)을 요구하고 있고 메모리 수급 타이트 현상이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AI 추론 시장 확대에 따라 파운드리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AI 기술 고도화 과정에서 HBM뿐 아니라 S램 기반 추론용 반도체 수요가 함께 증가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터보퀀트와 같은 압축 기술이 서버용 D램 및 기업용 SSD 수요에 일부 변동성을 줄 가능성은 향후 주시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장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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