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가 없는 도약, 2024년 NEW KTM 듀크 시리즈 시승기


KTM의 새로운 듀크 시리즈를 테스트하기 위해 스페인 알메리아로 향했다.
최신 390 듀크, 990 듀크, 1390 슈퍼 듀크 R까지 새로운 라인업 모두를 시승했다.
듀크의 30주년을 기념하는 만큼 어떤 모델 하나도 평범하지 않다.
시작부터 자극적이고 끝까지 맛있다.


The Duke

KTM의 듀크 시리즈가 30주년을 맞이했다. 그 시작은 1994년, 620 듀크로 시작됐다. KTM의 첫 번째 4행정 온로드 모델이자, 브랜드 특유의 슈퍼모토 스타일이 진하게 녹아든 모델이었다. ‘터미네이터’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탄생한 만큼 타원형 듀얼 헤드라이트, 길게 늘어진 포크, 거대한 단기통 엔진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최고출력 50마력을 발휘하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단기통 모델로 꼽혔다. 물론, 워낙 강력한 출력 때문인지 최고출력 42마력의 400 듀크가 같은 해에 출시했다. ‘듀크’라는 이름은 왕실의 공작, 군주를 의미하는 뜻으로 지어졌는데 1950년대 전설적인 레이서였던 제프 듀크의 별명인 ‘The Duke’와 연결고리가 이어지며 빠르고 강력한 인상을 덤으로 얻었다.

R의 등장

이어서 11년 뒤, 999cc V-트윈 DOHC 엔진을 탑재한 990 슈퍼 듀크를 출시했다. 이전까지는 오프로드, 슈퍼모토 스타일이 강했다면 최근의 네이키드 모델과 흡사한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또한, 엔진은 9,000rpm에서 120마력, 최고속도 230km/h라는 강력한 출력을 발휘했다. 지금은 그리 대단한 수치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현재보다 현저히 부족했던 전자장비, 타이어 성능을 고려하면 무자비한 성능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 1인승으로 개발된 990 슈퍼 듀크 R이 출시했다. 더 강력한 브레이크, 타이어, 흡기 성능, 1인승 시트, 전후 액슬 슬라이더, 오렌지 프레임 등을 갖춰 차별화되었다. 바로 이때부터 KTM은 특별한 모델에 오렌지 컬러 프레임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690 듀크를 출시하며 미들급 레인지도 함께 다져갔다. 2010년에는 690 듀크 R을 선보이며 KTM이 가진 ‘R’의 의미가 무엇인지 라이더에게 더욱 강렬하게 인식시켰다.

영역 확장

2011년, KTM은 인도의 바자즈오토와 협업하여 최초의 원동기 네이키드 모델 125 듀크를 출시했다. 명확한 엔트리 모델을 선보임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KTM의 인지도를 높이고 큰 인기를 끌게 된다. 2012년에는 200 듀크, 2013년에는 390 듀크를 이어서 선보이며 원동기부터 리터급까지 다양한 듀크 시리즈를 갖추게 되었다. 출시 초반, 국내에서 내구성 이슈가 있었지만 잘 해결되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완성도 높고 다루기 쉬운 펀 바이크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Beast!

2014년, 듀크 시리즈의 20주년을 기념하여 1290 슈퍼 듀크 R이 등장한다. KTM의 슈퍼바이크였던 RC8R의 1,195cc 엔진을 베이스로 보어의 크기를 키워 1,301cc V-트윈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144Nm의 엄청난 출력을 발휘하는 만큼 그 별명은 ‘Beast’ 즉, 짐승을 의미했다. 2,500rpm부터 100Nm 이상의 토크를 뿜어낼 정도로 네이키드 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줬다. 출시 초반에는 1년 전에 공개했던 ‘The beast escapes’ 영상 속 프로토타입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다들 직접 몰아보곤 입을 다물었다. 0-200km/h 공식 기록이 7.2초였다지?

2세대 듀크 시리즈

2017년, 1290 슈퍼 듀크 R을 비롯하여 390 듀크, 250 듀크, 125 듀크가 완전히 새로운 헤드라이트 디자인을 적용하고 더 세련되고 진보한 전자장비를 탑재했다. 기함급 모델 기준으로 할로겐램프에서 LED 헤드라이트로 차츰차츰 넘어가던 시기였는데 가장 엔트리 모델인 125 듀크까지 풀 LED 등화류, 스마트폰 연동 시스템, 트랙션 컨트롤 등을 적용하면서 타브랜드와 차별화했다. 이때가 바로 지금의 우리에게 익숙한 사마귀(?) DRL이 탑재된 시기다. 높아지는 환경 규제에도 불구하고 KTM 특유의 즐거운 라이딩, 다루기 쉬운 특성을 살려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018년, 미들급 병렬 트윈 엔진을 탑재한 790 듀크를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THE BEAST 3.0

2020년, 1290 슈퍼 듀크 R이 완전히 새로운 차체를 탑재하고 등장했다. 기존 모델 대비 비틀림 강성을 3배 올려 더 높은 고속 안정성과 직관적인 움직임을 제공했고 완전히 새로운 페어링, 휠, 시트, 경량 휠, 배기 라인 등을 갖췄다. 지금까지 갖고 놀기 좋은 짐승이었다면, 더 진지한 분위기로 사냥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전자장비 수준도 한껏 높아지면서 본격적인 트랙 라이더에게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같은 해에 790 듀크를 기반으로 배기량을 키우고 고성능 파츠를 더한 890 듀크 R도 출시했다. 121마력, 166kg의 건조중량으로 790 듀크보다 16마력 강력하고 3kg 가벼웠다. 그리고 수술용 칼이라는 기존의 별명에 ‘슈퍼’를 붙여 ‘슈퍼 스캘펄’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그동안 KTM이 ‘갖고 놀기 좋은 장난감’이었다면 이 시기 이후로 ‘본격적인 달리기 머신’으로 노선을 바꿨다.


30년

2024년, 새로운 390 듀크, 990 듀크, 1390 슈퍼 듀크 R을 통해 30년이라는 역사가 가진 힘을 체감할 수 있다. 더 크고 강력한 엔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수준 높은 전자장비 등이 다가 아니다. KTM은 새로운 듀크를 통해 라이더를 더 흥분시키고 즐겁게 만든다. 원래 잘하던 요리를 더 잘 만들었다. 질리지 않을 맛으로.


90% NEW
390 DUKE

눈에 보이는 것 대부분이 새롭다.
새로운 휠, 계기반, 엔진, 서스펜션까지 군침이 싹 돈다.
그런데 새로운 390 듀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과 같은 거라곤 이름뿐이다.

사실상 KTM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모델이다. 2013년에 처음 출시했을 당시, KTM 특유의 토크풀한 엔진과 경쾌한 차체를 그대로 갖췄다고 호평을 받았다. 특히 2세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2017년 풀체인지 모델은 강렬한 디자인과 고성능 전자장비를 모두 갖추며 쿼터 클래스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했다. 수치상으로는 373cc 단기통 엔진이 그대로 이어져 왔지만, 실제로는 각 세대마다 각기 다른 세팅으로 그 시대의 유행에 맞게 변화되어왔다. 토크 위주의 세팅이 되기도 하고, 최고속 위주의 세팅이 되기도 하며 듀크만의 매력을 어필했다.

NEW ENGINE

새로운 390 듀크는 기존의 엔진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배기량을 399cc로 키웠다. LC4c(콤팩트)라는 네이밍과 함께 스트로크를 64mm로 늘렸고 실린더 헤드, 기어 박스 등의 내부 파츠를 재설계했다. 배기량이 늘어난 만큼 최고출력 45마력, 최대토크는 39Nm를 발휘한다. PASC 클러치와 전자식 스로틀을 적용해 더 안정적이고 고급스러운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무게 당 마력 비율도 상승했다.

완전히 새로운 이유

많은 소비자가 390 듀크를 고민하는 이유로 시트고를 꼽았다. 기존 모델은 835mm의 시트고로 엔트리 시장에 꽤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390 듀크는 차체 전체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여 비틀림 강성을 높였고, 리어쇽의 구조와 위치를 바꿔 시트고를 820mm로 낮췄다. 이는 초심자에게 엄청난 수치 변화로 발착지성이 훨씬 개선됐다. 동시에, 새롭게 설계된 경량 스윙암, 오프셋이 조정된 트리플 클램프, 경량 서브 프레임 등으로 기존의 듀크가 가진 날렵하고 경쾌한 움직임은 그대로 지켜냈다. 디자인은 기존의 무드는 가져가되, 과격해진 형제 모델을 따라 함께 강렬해졌다. DRL과 메인 헤드라이트가 분리된 디자인으로 더 또렷한 인상을 준다. 특히 이전 모델 대비 면발광 DRL의 성능이 향상되어 대낮에도 듀크 시리즈의 패밀리룩을 감상할 수 있다. 사이드 페어링은 990 듀크와 1390 슈퍼 듀크 R을 따라서 적용됐다. 더 커진 연료 탱크를 중심으로 전방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디자인이 역동적인 분위기를 낸다. 시트와 서브 프레임에서도 곡선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직선이 강조됐다. 바이크를 세웠을 때 훤히 드러난 리어 쇽, 언더 슬렁 머플러, 320mm 경량 디스크가 고성능 패키징을 어필한다.

TECH

새로운 5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면서 시인성이 개선되었고 한 단계 더 높은 고급 모델이라는 느낌을 준다. 기존의 슈퍼모토 ABS, 코너링 MTC가 그대로 적용되었고 론치 컨트롤이 추가되었다. 쿼터 클래스에서는 난생처음 보는 구성이다. 여기에 주행모드를 비롯하여 다양한 차량 세팅이 가능하고 옵션으로 양방향 퀵시프터를 추가할 수 있다. 이후 KTM 커넥티드 앱을 통해 휴대폰을 연동하여 음악과 전화 통화 컨트롤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아쉽게도 내비게이션 연동 기능은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한 체급 위

낮아진 시트고는 단번에 체감된다. 두 발이 쉽게 닿고 핸들 바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서 쿼터 클래스임을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크의 인테리어라고 할 수 있는 계기반, 핸들 스위치 뭉치, 레버류, 서스펜션, 연료 탱크를 바라보면 한 체급 위 모델처럼 완성도가 높다.시동을 걸었을 때의 진동과 소리는 여전하다. 단기통 특유의 툭툭 치는 진동과 고동감이 있는 사운드가 라이더의 오른 손목을 자극한다. 트랙 모드가 새로 추가됐고 상위 모델에서 얻은 노하우가 적절하게 녹아들었다. 동급에서 보지 못했던 런치 컨트롤, 랩 타이머 기능이 탑재되어 본격적인 트랙 라이딩까지 커버한다. 론치 컨트롤을 활성화한 뒤, 완전 정지 상태에서 1단 기어로 풀 스로틀을 하면 7,000rpm에 고정되고 클러치를 놓는 순간 빠르게 돌진한다. 전자장비가 모두 켜져 있는 상태에서는 약간의 슬립도 허용하지 않고 빠르게 안정적인 자세를 잡는다. 초반 펀치감에서 배기량이 증대되었음을 느꼈다. rpm을 레드존까지 꽉꽉 채워서 변속하면 프런트 휠이 들썩거린다. 특히, 2단 기어로 와인딩 로드를 달리다 보면 빈번하게 허공을 가르고 3단 기어에서도 출력이 넉넉하기 때문에 웬만한 오르막도 거뜬하다.

여유 마진

새로운 미쉐린 파워 6 타이어와 경량 휠의 조화도 일품이다. 현가하질량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핸들링이 가볍고 서스펜션도 더욱 원활하게 반응한다. 이전부터 RC390에 적용되었던 휠과 디스크 조합이 고스란히 적용된 것인데 비교적 핸들 바가 높은 만큼 프런트 휠의 무게 변화가 더 크게 체감된다. 추가로 전후 서스펜션 모두 조절식으로 개선되었다. 포크의 경우, 압축과 신장을 별도로 5클리크로 조절할 수 있고 리어 쇽은 별도 공구를 이용해 프리로드와 리바운드(5클리크)를 조절할 수 있다. 조금 더 고성능 타이어를 장착하거나 라이더의 실력, 라이더의 체중에 따라서 서스펜션 세팅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KTM은 390 듀크의 풀체인지를 감행할 때마다 남들보다 두 발짝 앞서나갔다. 그들이 듀크를 따라서 무엇인가 개선하고 발전하면서 따라오면, 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며 도망친다. 이번에도 충분한 여유 마진을 두고 성큼 미래로 나아갔다. 클래스는 사이즈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다.

390 DUKE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보어×스트로크 89 × 64(mm)
배기량 398.7cc
압축비 미발표
최고출력 45hp / 8,500rpm
최대토크 39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 (R)싱글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10/70 R17 (R)150/60 R17
브레이크 (F)320mm싱글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357mm
시트높이 820mm
차량중량 165kg(연료포함)
판매가격 가격미정


만만함의 기쁨
990 DUKE

여전히 미들 클래스라고 불러도 되는지 의문이었다.
배기량은 어느덧 1리터에 가까워졌고,
확연히 커진 덩치가 여느 기함급 네이키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유의 가벼운 몸놀림, 만만함, 자유로움까지.
본래 갖고 있던 특성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게 이렇게나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던가. 새로운 990 듀크를 타고 이것저것을 테스트하다가 와인딩 로드를 제대로 달리기 직전부터 폭우가 내렸다. 계기반에는 노면이 얼었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덕분에 반나절 동안 진행된 로드 테스트에서 높은 한계를 테스트하진 못했다. 하지만, 앞선 인스트럭터를 따라가며 내가 정한 한계는 계속해서 갱신되었다.

완성형 엔진

새로운 990 듀크는 기존의 890 듀크 위치를 대신하는 모델이다. LC8c 엔진을 기반으로 배기량을 키워 947cc를 만들었고 더욱 공격적인 캠샤프트 프로파일과 더 길어진 밸브 개방 시간을 적용했다. 엔진 속 회전 질량을 더 높여서 날카로운 반응 속도보다 강력한 힘으로 무게추를 돌리는 토크풀한 특성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890 듀크 대비 8마력 높은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03Nm를 마크한다. 1단 기어로 스로틀을 훅 넘기면 프런트 휠이 아스팔트를 두드리며 빠르게 가속한다. 툭툭 아스팔트에 닿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와중에 발목을 꺾어 변속하면 펑! 소리와 함께 아주 빠르게 바통을 받아 달려나간다. 마치 잘 훈련된 국가대표 이어달리기 선수들이 가장 효율적인 순간에 바통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기록을 향해 달리는 느낌이랄까. 2단에서 3단, 3단에서 4단 기어에 도달할 때까지 상체의 긴장을 풀 여유가 없다. 그만큼 타이트하고 건조하게 기계적으로 작동한다.

더 공격적인 차체

아마도 다양한 시승기를 많이 봐온 독자라면 ‘또 차체 얘기야?’라는 듯이 지겨울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990 듀크의 차체 변화는 꽤 흥미롭다. 가장 먼저, KTM은 더 직관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측면 강성을 8%, 비틀림 강성은 5% 상승시켰다.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윙암의 강성은 35% 감소시키고 1.5kg을 경량화했다. ‘엥?’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름과 동시에 프레젠테이션 영상 속 스윙암 체결 위치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990 듀크의 스윙암은 기존의 프레임 바깥쪽이 아닌 안쪽으로 체결 위치가 변경되었다. 그리고 피벗 볼트가 강성이 높은 단조 부품으로 대체되어 상하 운동은 더욱 원활하면서도 측면 비틀림 강성은 대폭 상향된 것이다. 여기에 전후 조절식 WP APEX 서스펜션이 탑재되었고 포크는 압축과 신장을 각각 5클리크, 리어 쇽은 프리로드와 리바운드(5클리크)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바뀐 차체는 개선된 코너링 안정성과 빠른 조작성을 제공하고 동시에 타이어와 노면의 상태를 이해하기 좋다. 1,476mm의 긴 휠베이스가 재빠른 코너링을 방해할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핸들 조향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니 더 과감한 코너 공략이 가능하다. 불안감도 없다. 차체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미끄러운 노면에서 더 빛을 발휘한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고, 정직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라이더의 기량에 따라 그 한계가 높아진다. 비와 눈이 섞인 노면에서도 3단, 4단 기어를 쭉쭉 쥐어짜며 달릴 수 있었다. 미끄러운 노면에 대응한다는 생각에 포크의 댐핑을 풀었는데 평소에 웬만한 일반 라이더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변화다. 수십 단계로 조절할 수 있더라도, 조절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5클리크로 명확하게 바뀌는 세팅이 일반 라이더에게 친절한 설정 같다.

큰 형을 따르다

990 듀크는 기함 모델인 1390 슈퍼 듀크 R에게 많은 것을 얻었다. 5인치 풀 컬러 TFT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트랙 모드와 퍼포먼스 모드(옵션)가 추가됐다. 해외에서는 옵션 사항이지만, 국내 출시한다면 당연히 추가될 옵션이기 기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론치 컨트롤, 조절식 트랙션 컨트롤, 안티 윌리 등을 비롯해서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윌리 컨트롤이 새로 추가됐다. 크루즈 컨트롤이나 KTM 커넥티드 기능도 기본이다.슈퍼 듀크 R과 동일한 경량 휠이 리어 더블 스윙암 구조에만 맞게 장착되었고 완전히 동일한 LED 헤드라이트를 탑재했다. 더 또렷한 DRL은 대낮에도 존재감을 자랑하고 어두운 곳에서는 주간 주행등이 점등되며 포지션 라이트 기능으로 전환된다.

To be continued

지금도 너무 속상하다. 사진을 봐도 알겠지만, 비와 눈, 노면에 슬러시가 생길 정도로 추웠다. 990 듀크의 시승 테스트는 이후 한국에서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억울해서 해야만 한다.) 한정적인 테스트의 결과만 갖고 또렷한 기억만 해석하자면, 만만함의 기쁨이다. 123마력은 절대 만만한 출력이 아니다. 하지만, 높은 완성도의 차체에 수준 높은 전자장비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이 사라졌다. 뭔가 매콤한 맛은 부족할지언정 언제나 부담 없이 나를 기쁘게 해줄 모델임에 틀림이 없다. 매콤한 건 미래의 R이 채워주지 않을까?

990 DUKE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92.5 × 70.4(mm)
배기량 947cc
압축비 13.5:1
최고출력 123hp / 9,500rpm
최대토크 103Nm / 6,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4.8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 (R)싱글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300mm더블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476mm
시트높이 825mm
차량중량 179kg
판매가격 가격미정


If you DARE
1390 SUPER DUKE R/EVO

190마력의 최고출력, 145Nm의 최대토크.
지금껏 갖고 있던 상식이나 기억은 내려놓는 게 좋다.
한계나 불가능이란 단어는 1390 슈퍼 듀크 R에게 없다.

1290 슈퍼 듀크 R이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동급 대비 우월한 출력으로 시대를 압도했다. Beast라는 말 그대로 짐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대중화될수록 ‘강한 만큼 재밌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야들야들한 차체와 매끄러운 토크 곡선 덕분에 대부분의 라이더가 쉽게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고출력을 끝까지 뽑아 쓰며 한계를 넘나들었던 라이더는 손에 꼽을 테지만 말이다. 그리고 페이스리프트라고 할 수 있는 2세대를 거쳐 3세대 풀체인지를 진행하면서 차대 강성을 3배 높이고 램 에어 시스템, 진보된 전자장비, 경량 파츠 등으로 더 강력해졌다. 오랫동안 업데이트되면서 과연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기대했는데 1390 슈퍼 듀크 R이라는 이름을 듣곤 조금 실망했다. 그리고 첫 공개 영상을 보고 ‘배기량을 키워서 조금 더 강력해졌을 뿐이겠구나.’라고 예상했다.

KTM 방식의 홍보

새로운 1390 슈퍼 듀크 R은 온라인 숏폼 영상으로 공개됐다. 이탈리아 아이크마 쇼에서 990 듀크를 공개한 것에 비하면 꽤 조촐하게 대중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12초 남짓의 영상에는 KTM의 모토홀 앞에 전시된 1290 슈퍼 듀크 R을 치우고 새로운 1390 슈퍼 듀크 R을 세워두는 모습이 CCTV 시점으로 담겨 있다. 990 듀크와 헤드라이트 디자인이 동일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했다가 슈퍼 듀크 R의 시그니처 프레임 디자인을 보고 깨달았다. 제목이나 해시태그에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도대체 KTM 홍보팀은 무슨 생각인 거지? 이어서 결론을 말하자면, KTM은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홍보한 뒤, 대중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얼마나 달라졌는지,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스스로 깨닫고 충격을 받게 하고 싶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걸 즐기는 것 같다.(웃음)

Shift-Cam

1390 슈퍼 듀크 R은 기존의 엔진을 베이스로 보어를 108mm에서 110mm로 키우고 스로틀 바디의 직경을 키웠다. 그 결과, 1,350cc V-트윈 엔진을 완성했고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145Nm라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새로운 캠시프트를 탑재하여 rpm 영역에 따라 밸브의 리프트와 타이밍을 조절한다. 즉, 높은 rpm에서는 헤드 안의 솔레노이드 액추에이터가 이를 인지하고 캠의 위치를 옮겨 밸브를 누르는 깊이와 시간을 늘려준다. BMW의 R 1250 GS 박서 엔진에 적용되었던 시프트캠 기술과 비슷하다. 도대체 이렇게 멋진 기술을 왜 제대로 홍보하지 않는 것인지 참 신기한 브랜드다.

무르익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과정에는 별다를 게 없다. 5인치 계기반과 스위치 뭉치 디자인은 이전과 동일하다. 다만, 워머도 없이 구름 낀 영상 5℃의 날씨에 트랙 주행이라서 조금 긴장됐다. 앞선 인스트럭터를 따라 서킷에 들어갔다. 낮은 페이스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바이크를 예열했다. 새로운 미쉐린 파워 GP 타이어는 꽤 높은 수준의 스포츠 타이어로 트랙 주행까지 문제없도록 설계됐고 날카로운 핸들링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 특성을 갖고 있다. 알메리아 서킷은 고저차가 크고 타이트한 코너와 고속 코너가 연속되는 까다로운 서킷인데 자연스러운 핸들링 덕분에 라인을 익히며 페이스를 서서히 올리기 수월하다. 제대로 달려보기도 전에 1390 슈퍼 듀크 R의 완성도가 느껴진다. 스로틀을 절반도 사용하지 않아도 다음 코너까지 순식간에 도달하고 320mm 더블디스크와 스티레마 캘리퍼의 제동력은 명불허전이다. 차체의 안정감도 상당하다. 고속 코너를 가속하며 빠져나가는 순간에도 차체가 단단하게 버티며 좌우로 울렁거림이 없다. 가속 성능은 스로틀을 끝까지 쥐어짜지 않으면 이전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아차, 지금까지의 주행모드는 ‘스트리트’ 였다.

Break through the limit

한계 돌파! 스로틀 반응을 트랙으로 올리고 새롭게 추가된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윌리 컨트롤을 테스트했다. 엔진 브레이크 양을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약하게 세팅하고 윌리 컨트롤은 5단계 중 가장 높음 단계로 설정했다. 스로틀 반응이 훨씬 날카롭고 배기음은 악랄해진다. 1번 코너를 돌아 가속하고 2번 코너를 진입함과 동시에 줄어든 엔진 브레이크가 체감된다. 느긋하게 생각하고 제동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코너를 돌지 못할 정도다. 반대로 얘기하면 훨씬 디테일하게 트랙을 공략할 수 있게 되었다. 코너에 따라서 스로틀을 완전히 닫기에는 제동이 심하고 기어를 올리기엔 탈출 가속력이 부족한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을 비롯해서 다양한 코스나 라이더의 스킬에 따라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다. 윌리 컨트롤은 단계에 따라 각도가 0.36°, 2.0°, 11.1°, 15.5°, 22.25°로 달라지는데 1,491 mm의 휠베이스로 계산하면 최대 56.5cm(22.25°로 설정 시)까지 프런트 휠을 들 수 있단 뜻이다. 즉, 그 이하까지는 프런트 휠이 자유분방하게 들썩이는데 바이크가 기울면 트랙션 컨트롤 개입 정도(9단계)에 따라서 개입 정도가 달라진다.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계산하고 대응하며 그 이질감이 현저히 줄었다. 개인적으로 윌리 컨트롤은 1290 슈퍼 듀크 R에 아예 없는 기능인만큼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차이이자 진화라고 생각한다.

독보적인 심장

새로운 1,350cc 엔진은 배기량만 커진 게 아니다. 시프트캠 시스템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클래스의 성능을 발휘한다.

미래 기술의 향연

1390 슈퍼 듀크 R EVO는 일반 모델에 비해 더 많은 진화를 거쳤다. 3세대 WP APEX 세미 액티브 서스펜션이 탑재되면서 프리로드는 물론이고 전후방 서스펜션의 댐핑을 더욱 디테일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전방의 콤프와 리바운드, 리어의 고속 콤프, 저속 콤프, 리바운드를 수십 단계로 설정하고 저장하여 라이더가 원할 때 프리셋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서스펜션 프로 모드에는 새로운 팩토리 스타트 기능이 추가됐다. 기존처럼 런치 스타트를 실행시키면, 리어 쇽이 가라앉으면서 타이어에 하중을 더욱 증가시켜주고 더 빠르게 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치 모토 GP 머신처럼. 사실 팩토리 스타트의 경우, 실제로 테스트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후 국내 출시와 동시에 바로 테스트해 볼 예정이다.

‘슈퍼’ 듀크

KTM의 슈퍼 듀크는 비교 대상이 없다. 물론, 4기통 엔진을 탑재한 두카티 스트리트 파이터나 BMW M 1000 R과 같은 모델이 있지만, 그 모델과 가진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즉, 슈퍼 듀크는 다른 누군가를 보고 모방하거나 흉내 내면서 성장할 수 없다. 출시 이후부터 줄곧 그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도전, 새로운 기술력을 도입하며 ‘슈퍼’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모델로 진화했다. 이제야 KTM 홍보팀의 의도가 이해된다. 실제 성능에 경험하고 나면 그 속이 궁금하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 더 진한 감동이 남는다.


KTM 1390 SUPER DUKE R/EVO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형 2기통
보어×스트로크 110 × 71(mm)
배기량 1,350cc
압축비 13.2:1
최고출력 190hp / 10,000rpm
최대토크 145Nm / 8,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7.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8mm 도립 (R)링크 쇽 모노 스윙암
((F)세미 액티브 48mm 도립 (R)세미 액티브 링크 쇽 모노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R17 (R)200/55 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491mm
시트높이 834mm
차량중량 200kg(201kg)
판매가격
가격미정 ( )는 1390 SUPER DUKE R EVO


윤연수 사진 KTM
취재협조 KTM코리아 kt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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