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다 '셋로그' 한다

김호정 기자 2026. 4. 29.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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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간 2초씩, Z세대 소통 니즈 제대로 저격한 셋로그

[우먼센스] Z세대는 즉각적인 방식으로 일상을 기록한다. 라부부, 두쫀쿠, 버터떡이 SNS에서 순식간에 유행했다 사그라들듯이 일상을 기록하는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25세 직장인 정 씨는 오늘도 반쯤 감긴 눈으로 '지옥철'에 올라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사람들 가운데서 '셋로그' 어플을 킨다. 눈앞의 풍경을 담아 "출근 중" 멘트와 함께 영상을 올리면 잠시 뒤 영국 런던에서 찍힌 영상이 올라온다. 몰아치는 과제로 잠 못 드는 유학생 친구의 것이다.

사진 셋로그 앱스토어 캡처

셋로그는 2030 세대의 새로운 아지트로 떠올랐다. 이 앱은 2~12명의 소수 인원이 매 시간마다 2초 가량 영상을 찍어 올리면 하루치 영상이 자동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브이로그로 완성되는 기록형 SNS다. 앱 내 채팅방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셋로그는 지난 24일 앱스토어 무료 앱 1위로 올라섰다.

Z세대는 왜 셋로그에 빠졌을까? 정 씨는 동시성을 꼽았다. 그는 "바다를 건너 해외에서 살고 있는 친구도 셋로그에서는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라며 "다른 공간에 있어도 모두 열심히 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길게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는 느낌이고요"라고 말했다.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폐쇄형 플랫폼

셋로그를 하는 방법은 이렇다. 1시간에 한 번 앱을 열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자동으로 2초간 촬영되고, 영상을 전송할 방을 선택하면 된다. 모든 방에 같은 영상을 보낼 수도, 방마다 다른 영상을 찍어 올릴 수도 있다. 매 시간마다 셋로그에서 푸쉬 알림이 오지만 강제성은 없다.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영상을 찍고 싶을 때만 찍으면 된다. 

여기에 셋로그의 매력이 있다. 2030 세대에게 가장 익숙한 SNS인 인스타그램은 '보여주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어서 사진 한 장을 올릴 때도 고려할 게 많다.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고르고, 보정하고, 함께 게시할 코멘트도 다듬어야 한다. 많은 유저들이 이 과정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친한 친구들만 볼 수 있는 비공개 계정을 만들었으나, 공개 범위만 좁혔을 뿐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부담은 여전했다.

사진 셋로그 공식 노션 계정

셋로그는 폐쇄형 플랫폼을 택하면서 날것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극대화했다. 소수의 친밀한 이들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잘 나온 사진을 고르거나 적절한 멘트를 고심할 필요가 없다. 눈앞에 놓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으면 충분하다. 반응도 마찬가지다. 친구가 올린 영상에 긴 댓글 대신 이모티콘 하나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간단하고 즉각적인 반응은 오히려 정서적 연결감을 한층 더 깊게 만든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동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넓은 관계 유지에 대한 부담은 덜고 유대감의 밀도는 높인 것이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지내는 중학교 동창들과 셋로그를 하는 김 씨(24/여)는 "인스타그램에는 정제된 사진을 올려야해서 부담스러웠어요. 반면 셋로그는 꾸밈 없이 있는 그대로 영상을 찍으면 되니까 부담이 적어요"라며 "멀리 사는 친구들과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어서 연결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모티콘으로 반응을 남기는 것도  재미있고요"라고 말했다.

사진 독자 제공

최근 셋로그에서는 매 시간 무지개 색의 순서대로 색을 찾아 촬영한 영상을 올리는 '컬러 헌팅(color hunting)'이 인기다. 혹은 매 시간 알파벳 순서에 따라 해당 글자로 시작하는 것을 찍어 올리는 릴레이 방식이나 누군가가 인형을 촬영해 올리면 나머지  인원들도 각자의 인형을 보여주는 방식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해진 규칙 없이 사용자들이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셋로그의 또 다른 매력이다. 

셋로그가 2초로 증명한 것 

비리얼 구도로 촬영한 에스파 'Dirty Work' 티저 이미지 / 사진 에스파 인스타그램

이전에도 셋로그와 유사한 포맷의 SNS가 있었다. 하루 한 번 전ㆍ후면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해 보정 없이 업로드 하는 '비리얼'부터 위젯을 누르면 카메라가 실행되어 실시간으로 사진이 전송되는 '로켓 위젯(이하 로켓)'까지. 이들은 모두 공개 범위를 제한해 가까운 이들에게 일상을 빠르게 공유한다는 점에서 셋로그와 맞닿아 있다.

X(구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었던 '1초 브이로그'로, 남다른 속도를 자랑하며 떠오른 영상 포맷이다. '미니 브이로그'로도 불리며 포착하고 싶은 순간들을 짧게 찍어 이어 붙인 것이 특징이다. 유명 아이돌들이 휴일이나 해외 투어 중 직접 찍고 편집한 1초 브이로그를 공유하며 화제가 됐다.

셋로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매 시간 2초씩 찍기만 하면 편집 없이 하루 브이로그가 자동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꾸미지 않은 일상을 가까운 이들과 나누는 비리얼, 로켓의 감성에 숏폼 시대의 문법을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셋로그 안에서 중요한 건 팔로워 수, 좋아요 수가 아닌 연결감이다.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짜' 내 모습을 공유하며, 유대 관계를 더 밀도 있게 만든다. SNS 유저들의 갈망을 제대로 저격한 것이다.

셋로그가 지속 가능한 SNS가 될지는 미지수지만 Z세대의 새로운 관계 문법을 건드린 것만큼은 틀림없다. 매일 의무적으로 연락하거나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아도, 같은 시간을 각자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마음을 다해 응원하는 것. 셋로그는 그 방식을 단 2초로 증명했다.

김호정 기자 hz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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