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6만원인데, 불타기?"…파란불 뜨자 추가매수 나선 개미들 "결국 오르더라" [개미의 세계]

[파이낸셜뉴스] "혹시라도 이러다 더 빠지면 어쩌지. 뭐라도 더 사야 하나?"
류인호씨(46·가명)는 8일 아침, 증권사 앱을 하염없이 켰다 끄기를 반복했다. '살까, 말까'를 고민하느라 금쪽같은 점심시간에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다. 코스피가 7000선을 돌파하며 무섭게 치솟을 때는 오히려 주식을 더 살 엄두가 나지 았았는데, 이날 하루 파란 불이 켜지자 '사야 하나' 싶은 마음에 초조해졌기 때문이다.
평소 주식에 큰 관심이 없던 류씨는 지난달 코스피 상승 분위기 속에서 수익률이 좋은 여러 종목을 매수했다. 그동안 류씨가 주식을 멀리했던 건 예전에 삼성전자를 한 번 샀다가 9층에서 한참 물려있던 경험이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9층 구조대'가 왔을 때 진저리를 치며 주식을 다 팔아버린 뒤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결국 FOMO(Fear of Missing Out)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주식을 시작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안 살 이유가 없었다. 그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진 상황이었고, 반도체 대장주를 중심으로 코스피는 끝없이 치솟을 분위기였다. 류씨는 "더 늦으면 진짜 못 산다"는 친구의 말에 홀린 듯이 매수 버튼을 눌렀다.
4월 한 달 코스피가 30% 넘게 오르는 동안 계좌도 덩달아 불었다. 류씨는 매일 아침 수익률을 확인하며 주식을 다시 시작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좌를 열자 수익폭이 줄어 있었다. 종목마다 -1~3% 수준. 손실은 아닌데 파란 불이 뜬 종목들을 보니 묘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삼전 9층'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다. 하지만 류씨는 망설이다 오히려 추가매수에 나섰다. 그리고 이날 장 마감을 앞두고 코스피는 양전에 성공했다.
물타기와 불타기는 내 평균 매입단가 대비 현재 주가로 결정된다. 물타기는 주가가 내려갈 때 추가로 사는 전략으로, 더 낮은 가격에 사는 만큼 평균 매입단가가 내려간다. 불타기는 반대로, 주가가 오를 때 추가로 사는 전략이다.
류씨의 경우, 4월 매수한 평균 단가보다 높은 가격에 추가 매수를 했기 때문에 불타기에 해당한다. 내가 샀을 때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수하는 만큼 평균 단가는 올라가지만, 대신 보유 수량이 늘어나 상승이 이어질 경우 수익 금액 자체가 커지는 구조다. 반대로 주가가 조금만 더 내려도 수익이 급격히 줄거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위험요소도 존재한다.
불타기의 근본적인 문제는 심리에 있다. 불장에서 불타기는 감정적 베팅 규모를 키우게 만든다. "오르고 있으니까 더 사도 된다"는 과신이 계좌 전체의 특정 종목 비중을 과도하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불타기 기법을 제시한 20세기 초 전설적인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 역시 "판단이 틀렸을 때 즉각 손절"을 강조했지만, 개미가 실전에서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물타기든 불타기든, 중요한 건 '명확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의 경우, 하락 종목에서는 본전 심리에 기대 추가 매수에 나서고 상승 종목에서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뒤늦게 진입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명확한 기준 없이 내릴 때 사고 오를 때 또 사는 구조가 형성돼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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