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스만을 처음 시승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두 가지 특징 중 첫 번째는 바로 정숙성이었다. 픽업트럭하면 대개 투박하고 우당탕거리는 승차감을 연상하게 마련인데, 타스만은 이러한 선입견을 완전히 깨뜨린다.
시승차는 보통 양산 직전 모델이라 센터패시아나 부품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타스만은 이러한 불완전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바디 온 프레임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소음과 진동이 매우 적었다.
시승 중 터널을 통과할 때도 반사음이 심한 환경에서조차 차 안은 매우 조용했다. 이 정도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어도 될 정도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기아는 정숙성 측면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바디 온 프레임 구조는 모노코크 차체와 달리 마치 사다리처럼 생긴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은 구조로, 완성도가 떨어지면 차체가 뒤틀릴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날 수 있다. 그러나 타스만은 마치 3년 차 페이스리프트 모델처럼 완성도가 높았다.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도 충분한 정숙성을 갖추었다는 평가다.
픽업트럭이 주로 오프로드용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대부분의 시간을 온로드에서 보내게 된다. 타스만의 승차감은 예상을 뛰어넘어 부드럽고 세련되었다. 시승자는 "국내 출시된 모든 픽업트럭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차량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직선 도로에서는 마치 대형 SUV인 모하비나 해외 차량으로는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물론 바디 온 프레임 구조의 특성상 과속 방지턱이나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는 차체의 움직임이 느껴지지만, 일반 도로에서는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타스만의 운전자 공간은 다른 기아 차량과 유사하게 12.3인치 듀얼 디스플레이(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와 5인치 공조기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물리적 버튼과 조작계의 크기와 배치다.
온도 조절 버튼이 커서 오프로드에서 두꺼운 장갑을 끼고도 조작할 수 있을 정도다. 위아래로 조작되는 직관적인 토글 버튼과 크고 식별하기 쉬운 물리적 버튼들은 국내 판매 차량 중에서도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한다. 특히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볼륨 버튼도 크고 조작하기 쉽게 설계되었다.
타스만은 픽업트럭 중에서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폭넓게 제공한다. 경쟁 모델인 쉐보레 콜로라도가 제한적인 운전자 보조 기능만 갖춘 것과 달리, 타스만은 최신 승용차 수준의 ADAS를 모두 탑재했다.
차선 유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비상 제동, 후측방 경고 시스템은 물론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까지 제공한다. 큰 차체를 가진 픽업트럭을 쉽게 주차할 수 있게 해주는 이러한 기능들은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다.
2열 공간은 중대형급 차량의 시트 사이즈를 갖추고 있어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185cm 이상의 키가 큰 사람에게는 다소 레그룸이 부족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사용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타스만은 디젤이 아닌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가솔린 엔진은 디젤보다 조용하고 진동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비 면에서는 다소 불리하다. 반면 악셀 반응성이 디젤보다 민감해 오프로드 주행 시 더 세밀한 조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픽업트럭의 특성상 150km/h 이상에서는 속도 제한이 걸려 있어, 고속 주행을 자주 하는 운전자라면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아 타스만은 픽업트럭의 실용성과 현대적인 SUV의 편안함을 결합한 차량으로, 특히 정숙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1세대 모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넓은 공간과 다양한 첨단 기능은 패밀리카로서의 활용도도 높여주지만, 큰 차체와 연비 측면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시승자의 조언처럼, 구매 전 직접 시승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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