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경의 21세기 미술관] (141)료지 이케다 ‘데이터메틱스’
고은정 기자 2026. 3. 12. 14:09

'데이터'가 '감각'이 되는 순간
료지 이케다(Ryoji Ikeda, 1966~ 일본)는 파리와 교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사운드 아티스트이자 데이터미학의 선구자다. 그는 수학적 정밀함과 디지털 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소리와 빛의 극한을 탐구하며 사운드의 물리적인 속성과 인간 지각의 관계를 밝혀왔다. 전자음악 작곡가로 시작했지만, 소리의 시청각적 몰입을 목표로 하고 데이터가 조형의 재료인 대형 설치예술 프로젝트들은 그를 전방위예술가로 인정받게 했다. 음향과 영상으로 시공간을 장악하는 그의 사운드아트 작품들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런던 테이트 모던, 파리 퐁피두센터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2006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데이터메틱스datamatics' 시리즈는 디지털 데이터를 가시화하여 소리 지각의 구조를 탐색하는 몰입형 시청각 프로젝트로 그가 구축한 사운드-비주얼 아트의 정점에 있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그 중의 한 컷으로 시간 위성 정보, 유전자 염기서열, 바코드, 도서관 서지자료, 수학 함수 등 방대한 데이터 소스를 수집·분석한 뒤, 이를 시청각적으로 변환한 다층적 작업의 결과다. 검은 배경에 흰색과 빨간색의 바코드, 숫자, 텍스트가 정밀한 알고리즘에 따라 추상적인 패턴을 만들어 내며 데이터가 가진 수학적 미학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했다. 실제 전시장에서는 이런 종류의 이미지들이 강렬한 전자음과 결합해 압도적인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