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더욱 그리운 일본 도고온천
도고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백로가 치유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의 주인공도 이곳에서 작은 위안을 얻었다. 시간대에 따라 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도고온천 일대에서 조용한 안식을 취해본다.
도고온천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소설에서 등 떠밀리듯 시코쿠 학교의 교사가 된 <도련님봇짱·ぼっちゃん> 속 주인공의 탈출구이자 해방이었다. 도쿄에서 작은 시골마을로 갓 떠나와 모든 게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서 도망쳐 나와 즐겼던 온천과 당고. 때문에 학생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마음에 작은 위안을 선물한 것은 맞다.
고대 기록인 <일본서기>에도 등장한 도고온천은 일본에서도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알려진 만큼 약 3000년의 긴 역사가 있다고 한다. 상처를 입은 백로가 치유를 위해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신들의 상처도 치료할 만큼 효험이 깊다는 이야기도 있다. 18개의 원천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를 가열하거나 다른 물을 섞지 않고 사용해 원천 그대로를 즐길 수 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속에 등장한 모습처럼 곳곳에 봇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중요문화재인 도고온천 본관과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츠바키노유椿の湯, 아스카 시대의 건축양식을 사용한 별관 아스카노유飛鳥乃湯泉에 더해 운치 있는 노천탕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족욕탕, 기념품과 디저트를 즐기기 좋은 상점가가 이어진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욕탕이 도고온천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카이도 시내에서 노면전차를 타고 도고온천역에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것은 어디든 있는 커피숍 스타벅스였으나, 그 외관은 익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 언뜻 장난감 집처럼 보이는 도고온천역사는 1911년에 건축된 서양식 역사를 복원한 것이다. 그 옆으로 정박한 채 전시된 증기기관차 ‘봇짱열차ぼっちゃん列車’도 보인다. <도련님> 속에서 ‘성냥갑 같다’고 표현된 이 열차는 정말 작고 아담하다. 나쓰메 소세키는 실제로 마츠야마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 적이 있고, 당시에 열차를 탔던 체험기를 소설 속에 녹여냈다. ‘작고 빽빽한 성냥갑 기차’를 우리나라로 치면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정도 되지 않을까. 오래전 마츠야마 평야를 달리던 이 열차는 2001년 이요철도에서 관광형 노면전차로 주말에는 운행했지만, 2023년 11월 다시 운행을 종료했다.
2019년부터 보존 수리 공사 중인 도고온천 본관은 철대를 두른 이상한 모습이지만 대부분의 입욕탕은 정상 운영 중이다. 1894년 준공된 본관은 1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시대의 건축 기법을 적용해온 복잡한 형태의 3층 건물로, 도고온천의 상징이기도 하다. 보통 보존이라고 하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건드리지 마시오’라 적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목조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온천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경이롭다. 내부에는 신의 탕 카미노유神の湯, 영혼의 탕 타마노유霊の湯, 황실 전용 온천 유신덴又新殿 3가지 종류의 탕이 있다. 본관에서 나와 도고 상점가를 따라 걸으면 상점가가 꺾이는 지점에 츠바키노유가 있다. 이곳은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어둠이 드리우면 일대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주변에 유달리 밝고 높은 건물이 없어 낮과는 다른 풍경이 찾아온다. 본관과 별관은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고, 온천을 끝내고 산책에 나선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도 거리에 멋을 더한다. 시끄러운 소음도 사라진 거리에 이따금 인력거꾼의 호객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역 쪽에 다다르니 봇짱 카라쿠리 시계탑坊っちゃんカラクリ時計 앞에 몰려 있다. 이벤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소설 <도련님> 속 등장인물들이 시계에서 등장하고 노래가 흘러나온다. 뻐꾸기시계나 파로마 광고처럼 툭 튀어나오는 건 줄 알았는데, 꽤 웅장했다. 2단이었던 시계가 아래위 옆으로 트랜스포머처럼 펼쳐지고, 층마다 인형들이 나와 춤을 추듯 움직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평일엔 정각, 주말과 휴일 및 성수기에는 30분마다 춤사위가 이어진다. 이벤트가 끝나고, 밤의 별관을 보기 위해 다시 도고 상점가로 들어간다. 60여 곳의 가게가 있는 도고 상점가는 어떤 관광지의 상점가보다 상품이 다양하다. 길이 약 250m 정도 되는 거리에 기념품, 인형, 각종 귤 제품은 물론이고 이마바리 타월부터 그 유명한 도고 타르트와 봇짱 당고까지. 한번 들어가면 무언가 항상 손에 들려 있다.
도고온천 별관 아스카노유는 오후 다섯시부터 열한시까지 등불이 켜져 밤에 더 빛을 발한다. 아스카시대飛鳥時代의 건축양식을 도입한 분위기 있는 외관에, 붉은빛 조명으로 단장해 어두운 거리에서도 더욱 돋보인다. ‘태고의 도고’를 표현한 별관은 도고온천의 전설과 이야기를 에히메 전통 공예와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표현했다. 대욕장에 도베의 도자기로 만든 거대한 벽화나 노천탕 벽면에 있는 편백나무 판넬, 오색 짜기로 만든 이마바리 타월 장식 등을 포함해 조명 하나까지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흥미로운 작품이 있어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도 모른다.
낮부터 밤까지 이어온 산책에 목이 탄다. 온천 여행의 마무리는 아무래도 시원한 맥주다. 도고온천 본관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는 도고맥주관道後麦酒館을 찾았다. 내부는 소박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본관 앞에 있다는 지리적 장점만으로 이미 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끌어 온천 후에 즐기는 하나의 코스다. 양조장에서 직송하는 신선한 도고맥주를 맛볼 수 있다. 대표 생맥주는 도련님 맥주, 마돈나 맥주, 소세키 맥주, 노호상 맥주 4가지 종류다. 익숙한 이름이 붙은 맥주를 맛보는 일은 재밌다. 지역 특산술인 도고 소주도 판매하고 있다. 에히메현의 명물인 닭 껍질 구이, 우와지마식 도미, 구운 돼지고기 계란밥 등 에히메의 별미를 안주로 즐길 수 있다.
오쿠도고 이치유노모리 호텔 奥道後 壱湯の守
사계절 절경을 선사하는 호텔에서 식사와 온천까지 한 번에 즐겨보자. 도고온천에서 차를 타고 1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으며, 남녀 각각 7개의 노천탕이 준비되어 있고 어디서든 눈앞에 자연 그대로가 펼쳐진다. 호텔 풍경은 이미 명소가 되어 사진 스폿으로도 인기다. 한 번 방문한 사람은 꼭 다시 찾아올 정도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호텔로,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프라이빗한 전세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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