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유화증권, 고승일 대표 임기 7개월 연장…3세 경영승계 준비도 착착

서울 여의도에 있는 유화증권 전경 /사진 제공=유화증권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는 유화증권이 고승일 대표의 임기를 7개월가량 연장한다. 고 대표는 지난 2010년에도 오너 2세인 윤경립 회장과 함께 유화증권 각자대표에 올랐다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사외이사와 고문을 맡았다.

고 대표가 유화증권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시점은 윤 회장에 대한 통정매매 수사가 시작된 2022년이다. 윤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자 고 대표가 유화증권 구원투수로 재등판한 셈이다. 이와 동시에 윤 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윤승현 상무는 이사회 진입과 함께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며 경영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유화증권은 다음 달 5일 고 대표의 임기를 연장하는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되면 고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늘어나게 된다.

1955년생인 고 대표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유화증권에서는 재경팀장을 지낸 뒤 2005년 말 이사대우로 승진하면서 자금팀과 채권금융팀, 주식운용팀을 총괄했다. 2010년 6월에는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발탁돼 당시에도 윤 회장과 함께 유화증권이 각자대표이사를 맡았다.

2011년 말 개인적 사유로 대표직을 사임한 뒤 3년여가 지나자마자 유화증권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되기도 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제한을 둔 공소시효가 끝난 직후다. 이 법에 따르면 최대주주 법인 및 계열사 상근 임직원은 3년 동안 금융사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고 대표는 2014년 5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지속 연임해 유화증권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활동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른 사외이사 연임 가능 기간이 최장 6년인 점을 고려하면 고 대표도 가능한 재임 기간을 모두 채운 것이다.

사외이사 임기를 모두 마친 후 유화증권 고문으로 있던 고 대표가 유화증권 CEO로 되돌아온 시점은 2022년 9월이다. 당초 임기는 1년이었으나, 지난해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다음 달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는 고 대표의 연임 안건이 처리되는데, 임기는 연간 단위가 아니라 내년 3월까지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유화증권이 대표이사를 다시 선임하려면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주총에서 최종 가결돼야 하기 때문에 정기 주총 일정에 맞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는 오너인 윤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윤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부친이자 유화증권 창업주인 고 윤장섭 성보문화재단 명예이사장이 2016년 작고해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금융위원회가 2022년 6월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윤 회장은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회사 임직원을 동원해 120억원 규모의 아버지 소유 주식 80만주를 통정매매 방식으로 취득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통정매매는 세력끼리 서로 매매하며 주가를 조작하고 매수세를 유인하는 매매기법으로 자본시장법에 위배된다. 윤 회장은 1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또 관할 위반으로 파기돼 1심이 올해 다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화증권을 가장 잘 아는 고 대표를 다시 불러들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화증권 실적은 윤 회장 사법 리스크가 터진 2022년 하반기부터 주저앉았다. 2022년 상반기 47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유화증권은 같은 해 하반기 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4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 73억원의 2배에 달한다. 올해 4월부터 윤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유지한 채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고 대표 단독 체제가 된 상태다.

유화증권의 사업부문별 올 상반기 실적을 보면 리테일 부문에서 5억원가량 순손실을 냈지만 상품운용 부문과 자산운용 부문에서 각각 80억원, 22억원의 세전순이익을 기록했다. 기타 부문은 77억원의 세전순이익을 나타냈다.

이처럼 고 대표는 회사 경영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윤 회장의 장남인 윤 상무가 경영승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분석된다. 1989년생인 윤 상무는 유화증권 영업기획팀장을 거쳐 올해 3월 처음으로 사내이사에 오르면서 이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유화증권 주식을 꾸준히 장내매수하면서 보통주 기준 지분율을 6.03%까지 확대했다.

유화증권 이사회는 "고 대표는 증권업 분야의 전문가로 풍부한 경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활동과 수익창출은 물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기여하는 등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한 기틀을 다져왔다"며 "향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 수립에도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임기 연장 추천 사유를 설명했다.

임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