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아·신세경·보아, 미모 뛰어날 때 잠깐 연기하고 그만둘 생각 아니죠?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4. 2. 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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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몰입을 해치는 배우들, 날 잡아서 한 번 고민해보시라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이번 주 종영한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중반을 넘어선 JTBC <끝내주는 해결사>는 공통점이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주인공의 남편이 불륜이라는 점과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악질 중의 악질이라는 점이다. 그걸 응징하기 위한, 받은 만큼 갚겠다는 여자 주인공의 처절한 복수가 이어지는데 여기에 신데렐라 식 판타지가 더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막장으로 치닫는다. 여기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으니 몰입을 방해하는 인물이 있다는 거.

<끝내주는 해결사>에서는 주인공 이지아. 표정 변화가 통 없어서 마치 삶은 달걀이 동동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말을 하려 치면 붕어 모양으로 입만 뻥긋거리는 통에 입꼬리 올리는 비웃음 같은 건 아예 안 나오지 싶다. SBS 드라마 <재벌×형사>에서 형사 역할의 박지현이 웃는 얼굴 연습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거 보면서 '이지아는 저런 거 못하겠네' 했다. 극중 이혼한 남편이 아이를 숨겨 놓고 안 보여주는 상황이니 엄마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 아닌가. 지난주 드디어 간절히 바라던 아이 사진을 보게 됐다.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폭풍 연기를 선보여야 마땅하거늘 표정이 전혀 없지 뭔가. 같이 나오는 다른 배우들이 김선영, 강기영 등 표정을 많이 쓰는 한 연기하는 배우들인지라 인형처럼 경직된 얼굴이 더 도드라진다.

그리고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경우 보아. 주인공 박민영 얼굴도 부자연스럽기는 한데 보아의 경우 '오유라'라는 인물 자체가 이 극에 필요 없는 존재이고 '오유라'가 등장하면서 이야기 전개가 널을 뛰다 보니 보아가 화살 받이가 될 밖에. 남자에게 집착해 남자네 회사 직원하고 관계를 갖지를 않나 살인을 사주하지를 않나, 도대체 공감이 안 되는 인물이다. 살벌한 캐릭터이기에 이다희라든지 서지혜라든지 서늘한 연기가 가능한 배우가 맡았다면 또 달리 표현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연기 초보 보아에게 맡겼을까? 박민영과 키가 비슷해서? 키가 크면 남자 주인공 나인우와 너무 잘 어울릴 테니까? 어쨌든 그러면서 입술 성형 얘기도 나온다. 그만하면 볼만한 연긴데 왜 괜한 트집이냐는 분들도 계실 터, 그러나 어린 나이도 아니고 '가수가 그 정도면 무난하지 뭐'. 이건 아니지 않나?

tvN <세작 매혹된 자들>의 신세경도 묘하게 표정 변화가 없다. 극중 '몽우'가 차분하니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인물이긴 한데 문제는 신세경이 남장을 하고 나온다는 사실. 아무리 남자 옷을 입었어도 몸집이며 움직이는 태하며, 뽀야니 반질반질 고운 피부에 분홍빛 입술, 딱 봐도 여잔데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게 어이없다. 사람 상대 꽤나 했을 기방 행수(김효진 분)도 모르고, 한 성정하는 대비(장영남 분)도 모르고, 동상궁(박예영 분)을 비롯한 궐내 상궁들도 모르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이 또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그리고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나인우와 <끝내주는 해결사> 오민석. 이 두 사람의 예능 이미지가 워낙 허당이지 않나. 나인우는 KBS <1박 2일>, 오민석은 SBS <미운 우리 새끼> 고정 멤버다. 이번에 드라마를 보면서 이 두 배우 앞으로 예능 활동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맡은 캐릭터들이 워낙 성격이 강하다 보니 역시나 몰입을 방해하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옥, 나문희, 대배우 두 분이 송은이·김숙이 진행하는 심층 토크쇼 형식의 8부작 프로그램 MBN <토크백>에 출연했다. 초대 손님에 따라 기복이 있는 편이어서 어떤 회는 매우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두 분이 나오신 7회는 이보다 좋을 수 없게 너무 좋았다. tvN <유 퀴즈 온더 블록>과 마찬가지로 영화 <소풍> 홍보를 위한 출연이었는데 <유 퀴즈 온더 블록>보다 훨씬 좋았다. 이번에 60년 연기 경력의 나문희 선생님이 연기를 하시는 내내 열등감이 있으셨다는 걸 새로이 알게 됐다. 열등감을 떨쳐 낸 게 영화 2017년 작 <아이 캔 스피크> 이후시라고 한다. 이 영화로 상을 여러 개 타신 후에야, 그러니까 대중에게 잘했다는 인정을 받은 다음에야 열등감에서 해방되셨다고.

'나문희 선생님'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단한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가. 1995년 56세의 나이에 80대 할머니 역할로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비로소 스타 반열에 오르셨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은 두 말할 것도 없고 김영옥 선생님이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로 나오신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가슴 저리게 슬픈 작품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빈 엄마, 재벌가 회장님 역할이셨고 <그들만이 사는 세상>에서도 현빈 엄마셨는데 같은 어머니 역할이라 할지라도 나문희 선생님은 다 다르게 연기를 하신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당연히 빼놓을 수 없고. 현역 여자 배우 중 최고령이신 김영옥 선생님도 KBS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비롯해서 기억나는 작품이 많지 않나. 그럼에도 이 두 분이 '나 연기 잘합네!' 하시는 걸 본 적이 없다. 김혜자 선생님도 마찬가지고. 이렇듯 우리로 하여금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오게 만드는 진짜 어른들이 계셔서, 그분들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어서 참 좋다.

억대 출연료 받으며 활약 중인 젊은 배우들, 미모 뛰어날 때 잠깐 연기하고 그만둘 생각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면 훗날 어떤 배우로 기억될 것인가. 존경심이 우러나는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은지, 아니면 내세울 게 과거 예뻤던 거 밖에 없는 누누누구처럼 기억되고 싶은지, 날 잡아 신중히 고민 한번 해보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부디 얼굴에 손대는 거 적당히 좀 하세요!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JTBC, tvN,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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