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방공망과 통제체계를 무력화하는 데 사용될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총 1조7775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입찰 의사를 밝힌 곳은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 올해 4월의 UH-60헬기 성능개량 사업에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맞붙게 된다.
29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전자전기는 적진 침투 이전에 적 레이더 및 통신망을 무력화하는 특수임무기다. 방위사업청은 이르면 올해 말 체계개발 사업자를 선정하고 2034년까지 총 4대의 완제기를 넘겨받는 일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대한항공은 LIG넥스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대한항공이 무기체계 개발 총괄 및 기체 개조를 맡고 LIG넥스원은 전자전 플랫폼을 공급하는 구조다.
UH-60 수주전 닮은꼴
대한항공과 KAI가 활용할 플랫폼은 캐나다 봄바르디어사 'G6500'으로 항속거리 1만㎞, 최대 체공시간 11시간의 성능을 갖췄다. 고고도에서 장시간 체공이 가능해 전자전기 임무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두 사업자 모두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만큼 이번 입찰전은 기체 제작 능력보다 전자장비 통합 시스템 연동, 생존성 설계, 인증 및 시험 역량이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체 개조의 완성도와 납기 준수 또한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대한항공은 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보잉 에어버스 항공기를 비롯해 △C-130(수송기) △CN-235(수송기) △P-3C(초계기) △RC-12(첩보기) △KC-330(공중급유기) 등 다양한 군용기 정비 및 개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 플랫폼을 자체 개발한 적은 없지만 기체 개조 업그레이드 창정비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경험을 가졌다.
기체를 활용하는 방식은 올 4월 대한항공이 수주한 UH-60헬기 성능개량 사업과 유사하다. 당시 KAI는 기체 개발 경험과 기술 축적을 강조했고 대한항공은 △UH-60 생산 이력 △정비실적 △기체이해도 등을 내세워 수주에 성공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전자전기와 UH-60 사업 모두 기체 개조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구조가 비슷하다"며 "대한항공은 개조·정비 강자, KAI는 체계 개발 선도기업이라는 각사의 강점을 살려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먼저 보고 먼저 끊는 'LIG넥스원' 전자전 기술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컨소시엄 구성 기업들의 기술력이다. 양측 모두 동일한 기체 플랫폼을 사용하는 만큼 전자전 장비의 성능과 체계 통합 기술 수준이 수주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한공과 손잡은 LIG넥스원은 앞선 '백두정찰기 사업'에서 손발을 맞췄던 경험이 있다. 당시 개발한 △고정익 내장형 초광대역 배열 송수신 기술 △실시간 광대역 다중위협 신호환경 모의 기술 △전자주사식 레이더 대응 재밍 기술 등을 실전 배치하거나 개발해놓은 상태다.
이는 적의 통신, 전자전, 계기정보 등을 탐지하는 기술을 갖췄다는 의미다. 전자전기가 파괴해야 할 적의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만큼 이를 역으로 파괴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신형 백두정찰기에 탑재될 전자정보 임무장비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5위 수준의 전자전기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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