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내부 문건에 "정진상 실장이 사실상 구단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두 측근에게 검찰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습니다. 어젯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구속됐습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제 정진상 실장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제(27일) 저희는 정 실장이 사실상 성남FC를 운영했다는 관계자 인터뷰를 전해드렸는데, 오늘은 입수한 내부 문건을 보도하겠습니다.
먼저, 이승환 기자입니다.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정진상 실장은 '정책 실장'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실제 직급은 6급이고 비서실 소속 별정직 공무원입니다.
일정 금액을 넘는 사업은 정 실장 사인을 거쳐야 이 시장에게 올라갔습니다.
당시부터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정 실장이 성남FC를 사실상 운영했고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여러 차례 나왔던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7년 성남FC 한 직원은 구단 내부 문제점을 담은 문서를 작성합니다.
시의회에 건네 공론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문건에는 정 실장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축구단 업무는 모두 정 실장에게 보고한 뒤 지시를 받아 수행했다고 적었습니다.
대표이사에게 보고해도 즉시 정 실장에게 물어보고 결정이 나온다고도 했습니다.
[곽선우/전 성남FC 대표 : 시장님께서 정진상 실장을 실질적인 구단주로 생각하고, 이 사람이랑 상의해서 진행하라니까.]
두산 등 대기업들이 낸 광고금의 10~20%가 정 실장 측근으로 꼽히는 특정 직원들에게 성과금으로 지급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지급 결정 과정이나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도 비슷한 증언을 했습니다.
[곽선우/전 성남FC 대표 : 나중에 안 건데 세전으로 8500만원이었던가, 그런데 그건 본인이 영업해서 유치한 게 아닌데.]
이재명 대표는 "광고비를 받았다고 해도 결국 시민의 이익이 된다"고 해명했습니다.
시민 구단이기 때문에 광고비 유치를 공적 기여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성남FC가 정 실장과 측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기 위한 통로로 이용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 실장은 "사실이 아니라 추측일 뿐이라며 특히 곽 전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 시절 영입 인사로 정치적 이익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문건의 내용처럼 정진상 실장이 사실상의 운영자라면 기업들이 준 광고비를 단순한 후원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용도변경으로 큰 이익을 남겼습니다. 이 인허가에 정 실장이 관여했는지 여부가 수사에서 밝힐 부분입니다.
이가혁 기자입니다.
[기자]
검찰이 주목하는 건 토지 용도 변경 단계에서 정진상 실장의 역할입니다.
두산건설은 1996년 성남 정자동 병원 부지를 사들인 뒤 용도를 바꾸려고 20년 가까이 노력했습니다.
2014년 10월 '사옥을 지으면 성남FC에 후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성남시와 협상이 시작됩니다.
이듬해 7월 14일, 이재명 당시 시장은 용적률을 3배 높여주고, 부지의 10%를 기부채납 받는 조건에 사인합니다.
그런데 2주 뒤, 이 '확약'과 별개로 '협약'이 체결됩니다.
협약서에는 '문화, 예술, 체육 등 공공 부문에 기여한다'는 문구가 갑자기 등장합니다.
당시 협상 실무를 맡았던 담당자는 "확약 내용만 이행할 가능성이 높아서 따로 각서 형태의 협약을 맺었다"고 말했습니다.
현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겁니다.
그리고 석 달 뒤 두산건설은 성남FC와 53억 광고 계약을 맺습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특히 이런 용도변경 협상 과정을 인허가 담당 부서가 아닌 성남시청 정책기획과가 주도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책기획과는 성남시 사업 대부분을 결재하던 정 실장이 장악했던 부서라는 겁니다.
정진상 실장은 "후원금을 유치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성남FC가 정당한 광고비를 집행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관후, 조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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