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블랙먼데이 차단 총력전 … 바이든 "은행 시스템은 안전"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3. 1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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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책 쏟아낸 美 당국 …"제2의 리먼사태 안돼"

◆ SVB 파산 쇼크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시그니처은행의 폐쇄 사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은행 파산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의회에 규제 강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등 파산한 은행에 예치돼 있던 고객의 예금을 전액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추가적인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해 금융 규제를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 10일 이후 주말 동안 미국 내 두개 은행이 파산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월요일 아침 개장 직후 미국 은행 산업이 안전하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13일(현지시간) 월요일 오전 9시부터 약 5분간 짧게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는 투자자들에게 패닉하지 말고, 세금을 통한 구제금융은 없으며, 은행을 파산하게 만든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세 가지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시장 심리가 차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파산한 은행들에 예금이 있었던 모든 고객은 안심할 수 있다. 오늘부터 그들은 예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날 미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가 예금보험 대상에서 제외된 고객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이어 "납세자는 어떤 손실도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돈은 은행들이 예금보험기금(DIF)에 지급하는 수수료로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 전액 보증에 세금을 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아울러 파산한 은행의 주식과 채권 등을 샀던 투자자들은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도입한 금융 규제를 전임 트럼프 도널드 행정부가 완화했다며 금융 규제를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연설에서 "나는 이런 은행 파산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의회와 금융당국에 은행 관련 규제를 강화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미 재무부와 연준, FDI는 공동성명을 통해 예금보험 대상에서 제외된 고객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고, SVB와 같은 위기가 닥칠 수 있는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대책을 발표했다. 예금 전액 보증 조치는 파산한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예금에 일단 적용된다. 또 연준은 은행에 유동성 지원을 위한 새로운 기금(BTFP)을 조성하기로 했다. 은행이 국채, 모기지 담보 채권, 기타 증권을 연준에 담보로 제공하고 최장 1년간 연준에서 현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SVB처럼 미실현 손실이 난 미 국채를 시장에 팔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조치에도 이날 시장은 SVB 파산 여파에 따른 불안감을 드러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이날 장 초반 일제히 하락한 채 출발했다. 유럽 증시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SVB의 영국 자회사가 HSBC에 매각되는 등 위기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으나 이날 유럽 금융주는 장중 폭락세를 보였다. 유럽은행지수(SX7P)는 이날 장중 6% 급락했으며, 특히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이날 장중 12% 폭락해 한때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SVB 파산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사태와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파산 원인, 미 당국의 대처, 금융 시스템 등을 고려할 때 15년 전처럼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우선 은행이 파산에 이르게 된 이유가 크게 다르다. 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이번 SVB 파산은 연준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영향이 컸다. SVB는 막대한 예금을 받아 미국 장기국채라는 초우량 안전자산에 투자했으나 연준의 긴축으로 국채금리가 상승(국채 가격 하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자금 인출이 이어지면서 국채를 강제 매각하는 상황에 몰리며 손실을 떠안게 됐다.

미 정부의 대응도 달랐다. 미 금융당국은 전날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무관하게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엔 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구제금융이나 공적자금 지원은 배제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는 다른 접근법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조성해 월스트리트의 빚을 갚아주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금융 분야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이 높아진 것도 SVB 파산에 따른 위기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권한울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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