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사이버트럭' 부산항으로 국내 상륙…"국내 출시 가능할까"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트코비나 테슬라 매장에 전시된 전기픽업트럭 ‘사이버트럭’. 류종은 기자

테슬라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마침내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릴레이 전시쇼'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생산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출시는 몇 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22일 부산 세관을 통해 사이버트럭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왔다. 사이버트럭이 국내에 들여온 것은 지난해 11월 공식 출시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사이버트럭은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으로, 테인리스 강판으로 제작된 방탄 차량이다. 123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 완전 충전시 약 515㎞(320마일)까지 주행 가능하다. 최고출력은 845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7초 만에 도달한다. 최대 4990㎏까지 견인할 수 있고, 트림에 따라 6만990~9만9990달러(약 8100만~1억3300만원)에 판매된다.

이번에 입항한 사이버트럭은 중국 또는 일본에서 진행한 전시행사에 투입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21일까지 베이징, 상하이, 선전, 항저우 등 8개 도시에서 사이버트럭 순회 전시를 진행했다. 또 일본 도쿄, 관동, 간사이, 규슈 등에서도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사이버트럭을 전시했다.

중국에서 순회 전시를 하고 있는 테슬라 사이버트럭. 사진=테슬라리티

테슬라코리아는 서울, 부산 등 국내 주요도시에서도 사이버트럭 순회 전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식적인 행사 일정을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3월 초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행사에는 이번에 입항한 사이버트럭 뿐만 아니라, 해외 행사를 마친 차량을 추가적으로 투입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사이버트럭은 오는 4월 6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테슬라 K라이트쇼 2024'에도 함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행사는 테슬라 차량 1000대가 모여 조명을 밝히며 사이버트럭 국내 상륙을 기념하는 자리다. 이에 대해 테슬라코리아는 "회사 공식일정이 아니라서 확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사이버트럭이 이번에 전국 주요도시를 돌며 전시를 하지만, 출시와 연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여전히 사이버트럭의 국내 출시 시점을 결정하지 못했고, 인증 준비도 시작하지 않았다. 이는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현재 생산량이 미국 시장 수요를 감당하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해외 시장에 사이버트럭을 당장 출시하지 못하더라도, 신차 효과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이번 순회 전시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테슬라는 사이버트럭 고객 인도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기가텍사스'는 올해 4만8000대 가량의 사이버트럭을 생산할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사이버트럭의 사전예약 물량은 약 200만대로, 이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접수됐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텍사스2공장', 멕시코 몬테레이의 '기가멕시코' 등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 완공과 양산이 빨라도 내년 하반기로 알려져, 당분간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전망이다.

테슬라 전기차에 장착되는 2170 원통형 배터리와 4680 원통형 배터리. 사진=테슬라

배터리 수급도 문제다. 사이버트럭은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4680'(지름46㎜·높이80㎜)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를 최소 1360개 장착한다.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지름21㎜·높이70㎜) 규격의 원통형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 5배, 출력 6배를 개선했다. 이에 따라 주행거리를 최대 16% 늘리고, 생산비용도 56%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생상공정이 까다로워 수율이 낮다.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이 오는 8월 오창공장에서 4680배터리를 성공적으로 양산할 지에 대해 전세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트럭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여러 걸림돌이 산재한다. 유럽, 중국 등 일부지역에선 안전성과 인증 문제로 출시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는 "사이버트럭이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에게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유럽 도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에서도 현재 사이버트럭의 단단한 차량 구조와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만들어진 외관 때문에 안전성 인증이 어려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시장에서도 사이버트럭의 안전성은 여전히 논란이다. 차량이 지나치게 튼튼하게 제작돼, 부딪히는 상대 차량이나 사람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에이드리언 런드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전 회장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날카로운 형상이 보행자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트코비나 테슬라 매장에 전시된 전기픽업트럭 ‘사이버트럭’. 류종은 기자

국내 시장에서도 사이버트럭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공식적인 출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연간 5만대 미만 판매 수입차 업체가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이 미국 안전기준(FMVSS)을 준수할 경우, 한국 안전기준(KMVSS)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기인증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테슬라의 자체 실험결과를 인정하고 판매를 승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중국산 모델Y를 제외한 모든 차량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만큼, 한미 FTA를 최대한 활용해서 국내 법규와 인증을 잘 피해왔다"며 "사이버트럭도 기가텍사스에서 생산한 모델을 가져올 경우, 별도의 인증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에 생산만 원활해지면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