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마켓워치] 'BTS, 뉴진스' 하이브, CB 조기상환청구...2000억원 넘었다
[파이낸셜뉴스] K팝 최대 기획사 하이브가 발행했던 전환사채(CB)를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적극 행사하고 나섰다. 풋옵션은 일정 기간이 지난후 사채 원금을 조기에 상환받을 수 있는 권리다. 방탄소년단(BTS), 뉴진스를 키워내며 한류 일등 공신이 된 하이브지만, 최근 여러 잡음으로 주가는 3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시세차익을 노리고 하이브 CB를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하이브에 원금 상환 청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 CB 조기상환 청구 2000억원 넘어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지난 2021년 11월 발행한 CB 풋옵션에 대한 행사비율은 20일 기준 56%에 달했다. 투자금액 절반 이상에 대해 원금상환을 요구한 셈이다. 하이브는 원금 4000억원의 56%에 해당하는 약 2243억원을 조기상환일인 11월 5일 투자자에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이 금액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풋옵션을 신청하는 행사기간은 이달 6일부터 다음달 7일로 신청 기간이 아직 보름정도 남았기 때문이다. 해당 CB는 하이브가 지난 2021년 11월 5일 총 4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것으로 표면이율은 0% 수준으로 정해졌다.
하이브의 채권 발행은 당시 두나무 주식을 약 5000억원에 인수하기 위한 자금확보 차원이었다. 풋옵션에 대응해 22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현금상환하기에는 하이브로선 빠듯한 형편이다.
하이브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6월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은 약 3122억원 수준이다. 풋옵션 비율이 100%에 달할 경우 회사가 상환해야 하는 금액(4000억원)은 현금성 자산을 넘어서게 된다.
이에 하이브는 CB 4000억원을 발행해 풋옵션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CB 차환 성공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여러 부정적 이슈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의 음주운전,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가처분 신청 등으로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뉴진스 전속계약 분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주가 반토막에도 리픽싱 못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표면이율 0%로 만기일(2026년 11월 5일)까지 돈을 CB에 묶어둘 요인이 적다. 상당 물량을 투자했던 미래에셋증권의 투자는 현재로선 실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총 CB 발행물량(4000억원) 중 3900억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했는데 이 중 1500억원은 고유자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500억원 하이브에 직접 투자한 것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했으나 하이브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무이자로 2년 10개월째 돈을 빌려주고 있는 상황이 됐다. 이는 다른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이 사들인 3900억원 중 고유투자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2400억원은 리테일 시장에서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했다. 다른 투자자에 매각했다는 의미다. 하이브 계열사 임원인 한성수 플레디스 마스터 프로페셔널(MP)이 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무엇보다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건이 없는 점은 투자자들에 독이 됐다. 통상 CB에는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건이 있어,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진다. 하지만, 하이브가 발행한 해당 CB에는 리픽싱 조건이 없다. 하이브 이사회에서 CB 발행 당시 주가 하락에도 전환가액은 조정하지 않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채권 발행 시점인 2021년 11월 하이브의 주가는 BTS 등 인기에 힘입어 고공행진했다. 이에 하이브에 유리한 조건으로 CB 발행에 나섰다. 투자자인 미래에셋증권도 하이브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리픽싱 조건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하이브 CB의 전환가는 주가 곤두박질에도 발행 당시 결정된 전환가(38만5500원) 그대로다. 하이브의 주가는 이날 기준 16만원이 무너졌다.
투자자들은 CB를 주식으로 전환 시 외려 손해보는 투자가 되는 셈이다. 투자자들은 시세차익은커녕 이자도 '제로금리'여서 어떤 수익도 못챙기는 상황이 됐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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