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췄던 2NE1, '내일 없이' 뜨겁게 달린 라이브[노컷 리뷰]
'파이어' '아이 돈트 케어' '내가 제일 잘나가' '어글리' 등 히트곡 메들리
카리스마와 흥 모두 잡은 열정적인 공연, 관객 반응도 뜨거워
금토일 사흘 동안 총 1만 2천 관객 동원
앙코르 콘서트 예고
데뷔곡 '파이어'(Fire)부터 대성공을 거뒀고 이후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 '그리워해요' '컴백홈'(Come Back Home) '고 어웨이'(Go Away) '어글리'(UGLY) '론리'(Lonely) '내가 제일 잘 나가' 등 여러 히트곡을 낸 그룹 투애니원(2NE1)의 활동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14년 2월에 낸 두 번째 정규앨범 '크러쉬'(CRUSH)가 사실상 마지막 앨범이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잠시 사라진, 멈춰 있었던"(씨엘) 그룹이었던 2NE1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리더 씨엘(CL)을 시작으로 박봄, 산다라박, 민지까지 넷이 뭉친 2NE1의 단독 콘서트는 무려 10년 6개월 만이다. 멤버들은 "넷이 하고 싶었"(산다라박)다고 운을 뗸 후, 이렇게 다시 모인 무대는 "꿈에서 봤던 장면"(민지)이라며, "너무 그리웠"(박봄)다고 고백했다.
6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24 2NE1 콘서트 '웰컴 백'(WELCOME BACK) 서울 마지막 날 공연이 열렸다. "뿌리로 가져가고 싶었던 건 '클래식한' 2NE1 모습 그 자체"이고, "정말 오리지널한 2NE1의 음악"과 "2NE1 무대의 정수"만을 완벽히 담아냈다고 자부한 씨엘의 말처럼, '웰컴 백'은 '2NE1 무대란 이런 것이다'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공연이었다.
타이틀곡뿐 아니라 수록곡도 좋다(산다라박)고 운을 떼면, "다 히트곡"(민지)이라고 맞장구칠 수 있을 정도로, 2NE1은 보유한 많은 히트곡을 세트 리스트에 넣었다. 2NE1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은, 어마어마한 데뷔곡 '파이어'가 첫 곡이었다. 오래 그룹 활동을 쉬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게, 2NE1의 무대는 여전히 파괴적이었고 라이브는 힘찼다.
'박수쳐' '캔트 노바디'(Can't Nobody)로 불을 지핀 2NE1은 간단한 인사와 무대에 오르기 전 꼭 하는 구호 '놀자!'를 남긴 후 이렇다 할 멘트 없이 무대, 또 무대를 이어갔다. 다만 오랜만에 만난 블랙잭(2NE1 공식 팬덤명)에게 '같이 놀고 즐길 것'을 여러 차례 권했다.
내는 곡마다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그룹이었기에, 세트 리스트는 찬란했다. 그중에서도 '메가 히트곡'이 나올 때 반응은 열화와 같았다. 대표적인 곡이 '아이 돈트 케어'다. 전주만 나왔을 뿐인데 관객의 흥분이 고조됐고, 스탠딩석이 아닌 2층 구역에서도 자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즐기는 관객이 등장했다. 후반부 등장한 '내가 제일 잘 나가' 무대는 정점이었다. 멤버들과 관객들의 에너지가 함께 터졌다.
중반부에는 '그리워해요'를 시작으로 '아파' '살아봤으면 해' '론리'(Lonely)까지 2NE1표 발라드가 나왔다. '나의 젊은 날의 사랑은 이렇게 끝이 나네요'라며 회한의 정서를 담은 이 곡은, 발표 당시보다 지금의 2NE1에게 더 어울리는 옷처럼 보였다. 시간이 흐르며 2NE1은 더 깊은 감성을 더 능숙하게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됐다.
이날 공연은 밴드 세션과 함께해 듣는 재미를 배가했다. 귀에 감기는 중독적인 도입부를 지닌 일렉트로 팝 '아이 러브 유'(I Love You)에서는 드럼 소리가 특히 잘 들렸고, 알앤비(R&B), 레게,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곡이지만 밴드 편곡으로 좀 더 로킹해진 '컴백홈' 역시 드럼 연주가 귀에 꽂혔다.
가장 인상적인 멤버는 예상했던 대로 씨엘이었다. 팀의 리더이자 솔로로도 활동한 그는 '나쁜 기집애'(GZB)와 '멘붕' 두 곡을 포함해 유일하게 솔로 무대를 선보였다. 마치 왕위 즉위식처럼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높은 구조물 위로 올라간 씨엘은 "언니랑 놀 준비됐어요?"라고 외쳐 환호받았다.
현란한 조명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은 '멘붕'은 밴드 연주 덕에 더 신나졌고, 더 근사해졌다. 댄스 브레이크 당시 전광판에 노출되는 장면은 약간 느리게 하는 효과를 넣어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도록 한 연출도 흥미로웠다.
씨엘은 발성, 성량, 발음 어느 것 하나 손색없었고 래핑과 가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도 여간해선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후반부에 살짝 음이 어긋나는 부분이 한두 차례 있었으나, '웰컴 백' 공연을 가장 앞장서서 책임진 것은 씨엘이었다.
팀 내 '메인 댄서'인 민지는 춤 실력만 언급하기 아쉬울 정도로 뛰어난 '올라운더'(다양한 분야를 두루 잘하는)로 활약했다. '파이어' '캔트 노바디'에서 열정적인 춤을 선보인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에서는 무대에 눕는 퍼포먼스로 환호를 끌어냈다. '두 유 러브 미'(DO YOU LOVE ME) '그리워해요' '아파' '어글리' 등 여러 곡 무대에서는 보컬이 돋보였다.
직접 "상큼 보컬"이라고 소개한 산다라박은 조금 더 가볍고 듣기 편한 목소리와 가창으로 확실하게 분위기를 환기했다. 산다라박 목소리 매력이 두드러진 곡으로는 '두 유 러브 미'와 '아이 돈트 케어'를 들고 싶다. '폴링 인 러브'에서의 춤은 기대 이상이었고, '어글리'에서는 "따뜻함이란 없어, 곁엔 블랙잭이 있어"라고 개사해 함성이 커졌다.
'메인 보컬' 박봄은 여러 곡의 핵심 파트를 소화했고, '캔트 노바디' '폴링 인 러브' '너 아님 안돼' 등에선 특유의 매력적인 음색이 돋보였다. 다른 멤버들이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혹은 그보다 나아진 실력으로 감탄을 자아낸 것과 달리 박봄은 라이브 면에서 꽤 아쉬움을 남겼다. 첫 곡 '파이어'부터 다소 막힌 소리를 냈고, '어글리'에선 앞부분을 잠깐 놓쳤으며, '그리워해요'나 '인 더 클럽'(In The Club)에서는 고음 처리에서 버거움이 느껴졌다.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올림픽홀에 다시 돌아온 2NE1은 감회가 남다르다고 고백했다. 박봄은 "저도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멤버들에게 너무 고맙고 정말 뜻깊은 시간이 되었던 거 같다. 무엇보다 이렇게 여러분께 투애니원으로 인사드리게 돼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민지는 "사실 이 모습이, 네 명이 함께 다시 여러분을 찾아뵙는 모습을 꿈에서 봤는데 실제로 이루어진 걸 보면 진짜 꿈은 이뤄지는 거 같다"라며 "항상 이렇게 저희 곁에 머물러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또한 민지는 "10년 만에 콘서트 할 수 있어서, 그리고 언니들 진짜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 진짜 사랑해요"라고 밝혔다. 산다라박이 좋지 못한 민지의 무릎 상태를 걱정하자, 민지는 "오늘 결심했다. '내일은 없다'라고. 서울의 막(마지막)콘이지 않나. 그러니까 제대로 놀아야지!"라고 호쾌하게 답했다.
산다라박은 게스트로 무대를 꾸민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를 언급하며 "예쁘고 너무너무 잘하더라. 그 친구들을 보니까 저희 데뷔 때 생각이 났다. 저희도 빅뱅(BIGBANG) 투어 할 때 게스트로 나갔었다"라며 "우리 멤버들 각자 솔로 활동을 했지만 넷이 하고 싶었다"라며 울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안 보이는 곳에서 애써주신 스태프분들, YG 패밀리 그리고 우리 양현석 사장님 너무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씨엘은 "'15주년인데 그래도 우리 뭔가 기념을 해볼까,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볼까' 이렇게 시작한 다짐이었는데 지금 오늘 여러분한테 서 있다. 저희가 어떻게 보면 4개월 전만 해도 사실 잠시 사라진, 멈춰 있었던 그런 그룹이었는데 여러 과정이 있었지만 지금 결과적으로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꿈만 같다. 저희 네 명에게는 정말 치유가 많이 되는 자리인 거 같다. 이게 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여러분들도 꼭 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조금 무섭고 막막하더라도 도전해 보시라고 저와 2NE1이 말하고 싶다. 오늘 좋은 에너지 주신 만큼 배로 좋은 추억 좋은 기분 갖고 돌아가시길 바라겠다"라며 "저희가 이제 몇 곡 안 남았는데 후회하지 말고 끝까지 달려라"라고 전했다.
15주년을 맞아, 10년여 만에 연 2NE1의 콘서트에는 윤도현, 노홍철, 세븐, 거미, 지드래곤, 대성, 위너(WINNER), 제니, 뉴진스(NewJeans),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등 수많은 이들이 참석해 공연을 즐겼다. YG 소속 후배인 베이비몬스터도 '쉬시'(SHEESH)와 '배러업'(BATTER UP) 무대를 꾸몄고, 2NE1의 곡을 무반주로 라이브 했다. 아이유, 에스파(aespa), 트와이스(TWICE), 지코, 트레저(TREASURE) 등 많은 팀이 콘서트 축하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사흘 동안 4천 명씩 총 1만 2천 관객을 동원한 2NE1은 앙코르 콘서트에 관해서도 귀띔했다. 산다라는 "못 오신 분들이 많다고 한다. 저희 앙코르 콘서트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운을 띄운 후, "이래놓고 안 오시면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씨엘은 "어쨌든 여기보단 큰 곳이어야 할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2NE1은 서울을 시작으로 마닐라·자카르타·고베·홍콩·도쿄·싱가포르·방콕·타이베이 등 총 9개 도시에서 15회에 달하는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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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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