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정말로 천궁 도입하나?... "한국에 천궁 정보 제공 요청"

스위스가 미국제 패트리어트 시스템 납품 지연에 분노하며 새로운 방공 시스템 조달 검토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 후보군에 한국의 L-SAM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방산업계가 들썩이고 있는 것입니다.

스위스 연방 국방조달청이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과 함께 한국에 정보 제공을 요청했는데, 이는 단순한 시장 조사가 아니라 실제 조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영세 중립국 스위스가 어쩌다 미국제 무기를 포기하고 한국제 방공 시스템에 눈을 돌리게 됐는지, 그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패트리어트 납품 지연, 4~5년에서 '최소 8년'으로 악화


스위스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통지는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2026년 2월 스위스에 "패트리어트 시스템 납품이 4~5년 늦어진다"고 통지했지만, 불과 두 달 뒤인 4월에는 "요격 미사일 납품에도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추가로 통보했습니다.

이로 인해 납품 지연 기간은 무려 '최소 8년'으로 악화된 것이죠.

스위스 군 관계자도 "패트리어트 시스템은 일찍 받아도 2034년까지 도착하지 않는다"고 예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1년에 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부터 납품받기로 했던 시스템이 2034년에야 도착한다는 것은 사실상 계약 파기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스위스 입장에서는 자국의 영공을 13년 가까이 무방비 상태로 둬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F-35A와 패키지로 묶였던 패트리어트의 비극


스위스의 방공 근대화 프로그램인 'Air2030'은 차기 전투기와 방공 시스템을 하나의 패키지로 다뤘던 사업입니다.

스위스는 2021년 6월 말 "차기 전투기에 F-35A, 방공 시스템에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선정했다"고 동시 발표했고, "F-35A와 패트리어트 시스템의 조합이 선정됐다", "이 두 가지 선정은 실질적으로 세트"라는 입장을 밝혔던 것이죠.

록히드 마틴과 약 63억 달러, 레이세온과 약 20억 달러의 계약이 체결됐고, 양사는 총 43억 달러 분량의 오프셋이 의무화됐습니다.

문제는 이 '미국제 패키지'가 곳곳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F-35A의 경우 "고정 가격으로 조달한다"는 스위스의 인식과 달리, 미국은 계약 조항 4.4.1을 근거로 추가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피스터 국방상은 2025년 6월 "미국이 고정 가격에 대해 오해가 있다고 주장해 스위스에 6.5억~13억 프랑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던 것입니다.

결국 스위스는 프로그램 비용 상한인 60억 프랑에 맞추기 위해 조달 수량을 삭감해야 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죠.

우크라이나 우선, 그리고 이란 작전으로 인한 탄약 부족


패트리어트 시스템의 납품 지연 배경에는 미국의 복잡한 사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권은 2024년 6월 "우크라이나용 수요를 우선하기 위해 패트리어트 시스템과 요격 미사일의 납품 순위를 변경한다"고 발표했고, 트럼프 정권도 2025년 7월 "스위스가 발주하고 있던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연기해 우크라이나 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에 우선 공급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스위스는 유상군사원조(FMS) 계약의 권리가 행사되어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여기에 미국이 대이란 작전으로 탄약을 대량 소모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미국은 유럽 각국에 "이미 계약을 맺은 미국제 무기조차 제때 납품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통보했고, 더 황당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스위스가 F-35A를 사기 위해 미리 지불한 돈을 미국이 스위스 동의도 없이 패트리어트 시스템 대금으로 빼서 써버린 것이죠.

동맹국에게 이 정도 대접을 한다면, 스위스가 미국제 무기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입니다.

4개국에 정보 제공 요청, 유럽 생산이 핵심 조건


스위스 연방 국방조달청은 결국 추가 방공 시스템 조달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스위스 미디어 Aargauer Zeitung은 11월 2일 "스위스 연방 국방조달청이 추가 방공 시스템 조달을 검토하기 위해 4개국(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한국)에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조달에서 중시되는 조건은 납기, 비용, 성능은 물론 '유럽에서의 생산 혹은 스위스에서의 공동 생산'이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정보 제공을 요청받은 기업으로는 SAMP/T를 제조하는 유로샘, 2029년 IRIS-T SLX의 제조 개시를 예정하고 있는 딜 디펜스, David's Sling를 제조하는 이스라엘 라파엘, L-SAM을 제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그리고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이 제조하는 애로우2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국에 뒤통수를 맞은 스위스가 이번에는 '미국 의존도'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David's Sling에 대해서도 "라파엘과 레이세온의 공동 개발이므로 미국 의존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L-SAM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폴란드 모델


한국의 L-SAM은 이번 평가에서 흥미로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Aargauer Zeitung은 L-SAM에 대해 "최대 사거리는 150km, 요격 고도는 최대 60km라는 경이적인 성능을 자랑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패트리어트 시스템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오히려 일부 영역에서는 능가하는 성능이라고 보입니다.

다만 "실전에서 사용 실적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한국 방공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강점도 함께 거론됐는데, "한국은 이미 유럽 지역 내에서 제조 거점을 구축하고 있으며, 폴란드가 도입한 여러 무기 시스템에서 현지 생산 능력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위스가 가장 중시하는 '유럽 생산 또는 공동 생산' 조건에서 한국은 폴란드라는 강력한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FA-50 등을 폴란드에서 현지 생산하고 있는 한국 방산의 강점이 이번에도 빛을 발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SAMP/T가 가장 유력... 그러나 한국에도 기회는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프랑스-이탈리아 합작의 SAMP/T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David's Sling는 성능이 검증됐지만 미국 의존 문제와 이스라엘제라는 정치적 논쟁 가능성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L-SAM에는 어떤 기회가 있을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SAMP/T

스위스가 강조하는 '유럽 생산'이라는 조건은 단순히 유럽 기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폴란드를 통해 이미 그 능력을 입증한 바 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다양한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죠.

이상적으로는 SAMP/T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조건에 따라서는 다윗의 돌팔매나 L-SAM의 조달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미국에 호되게 당한 스위스가 '신뢰할 수 있는 공급처'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게 분명한 기회입니다.

한국 방산은 그동안 폴란드, 루마니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유럽 시장에서 '약속한 납기를 지키는 파트너'라는 평판을 쌓아왔던 것이죠.

미국이 동맹국의 자금까지 유용해가며 약속을 어기는 사이, 한국은 정반대의 행보로 신뢰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번 스위스의 L-SAM 정보 제공 요청은 그 신뢰가 구체적인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K방산이 또 한 번 유럽에서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