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진출하는 중국 전기차 BYD..과연 차별적 경쟁력은?
[선전(중국)=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는 중국의 BYD(비야디)가 꼽힌다. 3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전기차(EV) 등 친환경차 시장을 이끄는 실질적인 리더라는 말이 나온다.
BYD는 최근 5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는데, 올해들어 10월까지 순수전기차 325만 532대를 판매했다. 이는 2019년 22만 9506대 대비 무려 1316%가 증가한 수치다. 불과 5년 만에 130배 이상 성장했다는 의미다. 이젠 BYD가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꿈을 펼쳐라!” BYD의 브랜드 명은 “Build Your Dreams”에서 유래한다. 1995년 중국 선전에서 배터리 회사로 시작해, 전자, 자동차, 재생에너지, 모노레일 등 미래 환경을 위한 배출가스 없는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집중한다.
BYD는 설립 당시 전 직원이 20명도 채 안됐지만, 지금은 90만명에 달한다. 이중에서 연구개발(R&D) 인력은 10만명 이상이라는 게 BYD 관계자의 귀띔이다.
BYD 전자 사업 영역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지능형 차량시스템, 신지능형 제품 등으로 구분된다. 정밀금속과 유리, 세라믹,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구조 부품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ODM 솔루션을 갖췄다. 삼성을 비롯해 LG, 화웨이, 애플, 도시바 등에 핵심 부품을 납품한다.
재생에너지 부문에선 태양전지판 기술과 에너지 저장에 집중한다. 배출가스 없는 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청정 에너지 사업을 운영한다. 실리콘 웨이퍼, 태양광 셀, 태양광 모듈과 태양광 시스템 응용, 전원 에너지, 전력망 에너지, 산업·상업적 에너지, 가정용 에너지 등이 포함된다.
철도운송 사업도 돋보인다. BYD는 도시교통 혼잡 문제와 대기 환경 개선을 위해 모노 레일 시스템인 ‘스카이레일(SkyRail)’과 고무 타이어 트램·기차 시스템인 ‘스카이셔틀(SkyShuttle)’ 등 친환경 교통 솔루션을 내놓은 점도 차별적이다. 이 같은 교통 솔루션엔 자율주행시스템과 다기능통합배차시스템, 안면인식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사업 영역인 BYD 자동차 부문은 독자적인 연구개발 기술을 통해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시스템 등 친환경차 산업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수직계열화 구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에는 가솔린차와 디젤차 등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배터리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등 친환경차 생산에만 집중한다. BYD의 친환경 차량은 승용차와 상용차, 지게차로 분류된다.
제품 라인업은 승용차, 택시, 버스, 코치, 도시 물류트럭, 청소차, 건설트럭 등 7개의 전통적인 운송분야의 차량과 창고, 항구, 공항·광산 등 전문 분야를 위한 특수차량들이 생산된다.
BYD는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F3DM’을 내놓은 이후 2021년 5월 들어 친환경차 누적 생산 대수 100만대를 기록했다. 2022년엔 300만대, 2023년엔 600만대를 생산한 뒤, 올해들어 11월 초 1000만대 생산을 돌파하는 기염을 보였다. 참고로 BYD 그룹의 작년 매출액은 6023억 1535만 위안(약 115조 9698억원)에 달한다.
1996년 배터리 부문에서 사업을 시작한 BYD는 2020년 들어 세계 최초로 블레이드 배터리(Blade Battery)를 선보인다. 기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대비 안전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칼날’처럼 길고 편평한 모양으로 만들고 모듈을 없애 배터리팩에 곧바로 담는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NCM(리튬·코발트·망간) 배터리 대비 공간효율성이 높다.
10여cm의 대못으로 NCM 배터리를 관통하면, 순간적으로 열폭발과 함께 화염과 연기가 발생하면서 화재가 발생하지만,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연기나 화재 없이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했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46톤 트럭이 밟고 지나가는 압착테스트, 300도까지 가열하는 발화테스트 등 극한의 테스트에서도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BYD 측의 설명이다. BYD에서 생산하는 모든 전기차에는 블레이드 배터리가 탑재된다.
참고로, 화재 발생이 적고, 전기차가 장거리보다는 도심 주행용으로 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 글로벌 시장서 배터리 업계를 이끌어온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하반기부터 르노 브랜드의 차세대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삼성SDI와 SK온 역시 오는 2026년부터 LFP 배터리를 본격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BYD의 자동차 라인업은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삼는 차량부터 럭셔리카에 이르기까지 제품군이 다양하다는 점도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1000만원대에서 4000만원대가 주류인 대중 브랜드에 속하는 BYD는 왕조시리즈(Dynasty Series)와 해양시리즈(Ocean Series)로 구분된다.
왕조시리즈는 한(Han), 당(Tang), 진(Qin), 송(Song), 유안(Yuan, ATTO 3) 등 중국적 색채가 담겨졌으며, 해양시리즈는 씰(Seal), 돌핀(Dolphin), 시걸(Seagul) 바다의 미학을 컨셉으로 삼아낸 게 특징이다. 고객 맞춤형이 강조된 팡청바오(FangchengBao) 브랜드는 바오5(Bao5), 바오8(Bao8) 등 두 개의 모델 라인업으로 짜여진다.
BYD와 다임러가 합작해 개발한 고급 브랜드인 덴자(Denza)는 D9과 N7, Z9GT 등의 모델 라인업을 갖췄으며,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로 불리는 양왕(Yangwang)은 2억 1177만원짜리 대형 SUV U8과 3억 2220만원에 달하는 스포츠카 U9 등의 모델로 나뉜다.
BYD 그룹은 이 처럼 저가의 대중 브랜드 BYD와 고객 맞춤형 팡청바오 브랜드, 프리미엄·럭셔리를 지향하는 덴자와 양왕 브랜드를 앞세워 두터운 소비자층을 공략한다는 점은 차별적이다.
BYD의 기술력도 글로벌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YD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e-플랫폼 3.0에는 블레이드 배터리가 기본으로 탑재돼 공간성에서 탁월하다는 것. 여기에 전기 파워트레인과 고효율 히트 펍ㅁ프를 주축으로 핵심 부품을 통합한 ‘8-in-1’ 기술도 돋보인다. 파워트레인 부품간 통합으로 차량의 무게는 줄이면서 주행거리는 늘린 점도 포인트다.
셀투바디(CTB, Cell-to-Body)는 고강도 벌집 형태의 알루미늄 패널 구조로 설계됐는데, 블레이드 배터리를 차체와 통합한 기술을 의미한다. 배터리 팩 상단 덮개 트레이가 샌드위치 구조인만큼 비틀림 강성과 주행 중 핸들링에서 강점을 지닌다.
PHEV 모델에 적용하는 ‘슈퍼 듀얼 모드(Super Dual Mode)’ 기술은 고출력 전기모터 구동과 대용량의 전원 배터리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엔진은 보조적 역할을 맡는다. 이 기술은 무려 46.06%의 열효율을 발휘해 100km를 2.9ℓ 연료로 주행할 수 있다. 낮은 연료 소비량으로 주행거리는 2100km를 확보했다는 것.
BYD는 이 밖에 4개의 독립 구동 모터 기술이 적용된 e4 플랫폼은 실시간으로 각 바퀴의 토크와 움직임을 제어하는데, 주행 중 타이어 한 개가 펑크나더라도 안전하게 주행한 뒤 정지할 수 있다.
류쉐량(Liu Xueliang)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CEO)는 최근 한국언론과 만나 “내년 1월부터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다”고 밝혔다. 류 총경리는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최근 2년간 (한국)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왔다”며 “BYD는 최상의 기술력과 제품으로 한국의 전동화 과정에 참여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BYD는 국내 공식 딜러로 6개 업체와도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도이치모터스는 서울과 분당, 일산, 수원 등에 전시장을 오픈하고, 부산과 창원 등 7개 지역에서 BYD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성자동차와 삼천리모터스도 후보 딜러로 물망에 오르내린다.
BYD는 이들 6개 딜러사를 통해 서울에서 수도권,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약 30~40개에 달하는 BYD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오픈해 전국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전략이다. 그야말로 ‘융단폭격’인 셈이다. 이미 한국 소형 전기 트럭·특장차 시장을 독식한 BYD가 한국 승용 전기차 시장에서도 ‘독주(獨走)’를 이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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