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냈다” 글로벌 호황 올라탄 K-제품의 ‘대활약’

출처 : HD현대일렉트릭 제공

‘K 변압기’ 미국 수출 증가
유럽, 전력망 교체 움직임
HD현대·LS일렉트릭 주목

한국산 변압기가 세계 전력기기 시장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산 변압기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과 오래된 전력망 인프라 대체가 맞물리면서 한국의 변압기 기술력과 제품이 글로벌 공급 부족 상황을 메우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으로 향하는 변압기 수출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수출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JP모건은 미국의 대형 변압기 수요가 2024년 1,400기에서 2028년 1,800기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 : 셔터스톡

현지 생산 능력 증대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완전히 충족하지 못해 부족분은 대부분 수입으로 메워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산 변압기가 최대 수혜를 입고 있다. 지난해 한국산 변압기 수입량은 약 350기로 미국의 최대 공급국이며 대만과 중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전력망 교체 작업은 ‘전력망 슈퍼 사이클’로 불리며 전 세계 전력기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유럽은 전력망 설비의 40%가 40년 이상 노후화돼 대대적인 교체가 불가피하다.

EU는 2050년까지 2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전력망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강화가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변압기 해저케이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수출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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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산 변압기의 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한국산 변압기가 높은 품질과 안정성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증설하며 현지 공급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에 부합하는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유럽 시장은 기술 장벽이 높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품질과 맞춤형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국산 변압기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한국 업체들이 스코틀랜드 독일 등지에서 초고압 변압기 수주에 성공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한편, 전력 인프라 교체와 함께 ESS 등 신기술과 연계된 제품 수출도 확대되고 있다.

출처 : HD현대 제공

실제로 국내 전력기기 제조사들은 이런 유럽 시장의 전력망 개편 수요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현지 전력회사와 400킬로볼트급 초고압 변압기 4대 공급 계약을 맺으며 유럽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회사의 유럽 지역 연간 수주액은 지난해 4억 3,775만 달러에 달하며 2020년 이후 연평균 4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효성중공업 역시 스코틀랜드 송전기업과 850억 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독일 송전업체와도 공급 계약을 맺으며 기술력과 맞춤형 솔루션 전략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SDI는 독일의 상업용 ESS 업체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식에서 미국 내 해상풍력 발전 투자가 제한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중심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이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보수적인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이라며 품질과 기술력으로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연구개발과 고객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유럽 내 입지를 계속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출처 : LS일렉트릭 제공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은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의 주가가 3월 말 이후 각각 58%, 46%, 47% 상승했지만, 여전히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고 평가한다. 관련 제품 가격 상승과 함께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호남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620킬로미터 길이의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JP모건은 변압기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관세 정책과 경기 침체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산 변압기는 세계적인 공급 부족 상황 속에서 신뢰받는 제품으로 인식되며 글로벌 전력망 재편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전력망 투자 확대는 한국의 전력기기 산업에 지속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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