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로 中 최고 부자 된 80년대생...일탈 싫어하는 ‘도덕책’ 스타일
순자산 68조원으로 중국 최고 부자 올라
혁신적·개방적 가정환경, 모범적 생활
바이트댄스 창업 전 실패·성공 여러 번
“창업은 행복하고 외로운 과정, 앞만 봐라”
숏폼(짧은 동영상) 열풍을 불러온 원조 플랫폼,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41)이 중국 최고 부자에 올랐다.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연구소가 지난 29일 공개한 중국 부자 리스트에 따르면, 장이밍은 순자산 3500억위안(약 67조70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최초의 자수성가한 ‘빠링허우(1980년대생)’ 부자이자 2009년 이후 최연소 부자다. 중국 계면신문은 “바이트댄스의 좌절과 성공은 장이밍이 어렸을 때의 사고와 생활 방식에서 일찍이 예고됐다”라고 했다.
장이밍은 1983년 중국 동남부 푸젠성 융딩구의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지방정부 과학기술위원회에서 근무하다 전자제품 공장을 차렸는데, 집에서 과학 연구 프로젝트와 발명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혁신적이고 개방적인 환경에서 자란 만큼 장이밍은 진취적 성향을 갖게 됐다. 그가 대학을 선택할 때 내세운 기준 중 하나가 ‘집과 먼 곳’이였다는 점은 그의 독립심을 잘 드러낸다. 그는 톈진에 있는 난카이대 소프트웨어 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 그는 컴퓨터에 푹 빠져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용돈을 벌기 위해 컴퓨터 수리를 했는데, 실력이 뛰어나 4학년 때는 한 달에 2000~3000위안(약 39만~58만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현재 중국 대졸 신입의 평균 월급이 6000위안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장이밍은 고소득을 올렸던 셈이다. 장이밍은 이 돈으로 당시부터 교제한 지금의 아내에게 선물을 사줬다고 한다.
장이밍은 모범생이었다. 친구들이 데이트와 게임 등으로 인해 수업에 결석할 때도 그는 동참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생활은 책을 읽고, 코드를 짜고, 컴퓨터를 수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그는 자신이 규율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며 ‘도덕 챔피언(狀元郎)’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잠자는 것이 지루하지만 매일 7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지만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수영 등 운동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이밍이 알고리즘 예찬론자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장이밍은 사랑 역시 알고리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는 “세상에 나와 맞는 2만명이 있다면, 그중 한 명만 찾아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으면 된다”라고 했다. 이러한 알고리즘 덕분에 지금의 장이밍이 있다. 틱톡이 성공한 비결은 사용자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적시에 추천하는 알고리즘 덕분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 틱톡 숏폼이 사람들의 마음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장이밍이 ‘세계 최대의 마약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행·SNS·부동산 등 창업 여러번… “창업은 행복하고도 외로운 과정”
하지만 장이밍이 처음부터 바이트댄스를 창업해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그는 2005년 대학을 졸업한 후 막 창업한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인 쿠쉰에 입사, 검색 엔진 연구 및 개발을 담당했다. 1년 만에 회사 내 기술위원회 주석에 올랐고, 회사도 승승장구했지만 2008년 경영진과의 의견 충돌로 퇴사했다. 그는 대기업의 운영 방식을 배우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했지만, 역할의 한계로 인해 반년 만에 떠났다.
이후 지금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의 창업자, 왕싱과 의기투합해 소셜미디어(SNS)인 ‘판토우닷컴’을 창업했다. 판토우닷컴은 현재 중국 최대 SNS이자 중국판 X로 불리는 웨이보와 비슷한 형태로, 웨이보보다 2년 먼저 출시됐다. 하지만 정보 관리 부실로 1년가량 사용 정지를 당했고, 그 사이 웨이보가 치고 올라가면서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2009년엔 투자를 받아 부동산 플랫폼인 ‘지우지우팡’을 개발, 가입자 150만 명으로 부동산 앱 1위를 기록했다. 지금도 지우지우팡은 중국 내 최고의 부동산 플랫폼으로 꼽힌다.
장이밍은 이때 모바일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대규모의 포괄적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에 2012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베이징 중관촌에서 바이트댄스를 설립했다. 바이트댄스가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뉴스 추천 서비스인 ‘진르토우티아오’였다. 사용자가 뉴스를 찾아보던 방식에서 관심 있는 뉴스를 배달해 주는 방식으로 뉴스 소비 방식을 전환한 것이다. 출시 90일만에 수천만명의 사용자를 유치했다. 이에 힘입어 2016년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을 출시했다.
바이트댄스의 글로벌 숏폼 플랫폼인 틱톡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치권의 강제 매각 요구 등 압박 속에서도 Z세대를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30% 급증해 1100억달러(약 152조2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장이밍은 창업에 대해 “행복한 과정이지만, 외롭기도 하다”라고 했다. 실패할 경우에 대해선 “일찍 죽고 일찍 하늘로 가는 것이니, 앞만 보고 가면 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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