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 향수 자극하는 그 시절 기아 '이 차'.. 국내 도로에서 포착!
현대차와 기아, KGM 등 국산차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모든 부분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지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플랫폼이나 엔진, 그 외 부품 등을 들여와 이를 기반으로 고유 모델을 개발했었고, 아예 협력 중인 브랜드의 모델을 들여와 국내 사정에 맞게 약간의 수정만 거쳐 판매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대형차가 그런 경우가 꽤 많았다.
그 과정에서 꽤나 알아주는 차량을 도입하는 경우가 존재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를 기반으로 명차 소리를 듣는 모델도 존재한다. 오늘 소개할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그중 하나다. 최근 국내의 한 도로에서 포착되며 다시금 화제에 오른 기아 엔터프라이즈. 차량 자체는 잘 만들었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비운의 자동차가 된 대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 포텐샤 상위 모델로
출시했던 기아의 플래그십
1980년대, 기아는 악몽과 같은 자동차공업 합리화 조치로 인해 승용차를 생산할 수 없게 되면서 기술력이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지게 되었다. 특히 많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중대형차 쪽으로는 더욱 그랬다. 이후 자동차공업 합리화 조치는 해제되었지만 그랜저를 통해 잘나가고 있는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사실상 제로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 상황과 다름이 없었다. 이에 기아는 마쓰다와 협업을 통해 루체 세단 모델을 들여와 포텐샤로 내수 시장에 다시 나섰다.
하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된 그랜저의 아성을 꺾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원본 모델인 루체가 각그랜저 시절 나온 오래된 모델이며, 당시 현대차는 뉴 그랜저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즉 한세대 이전 모델인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겸 그랜저보다 확실히 위에 있겠다는 의도로 마쓰다 루체의 후속 모델인 센티아의 2세대 모델을 들여와 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게 된다. 참고로 루체 2세대 모델은 협력 관계인 기아가 공동 개발해 좌핸들 버전은 기아가 생산 권리를 가졌다.
그 당시 국산차 최대 전장과
최대 배기량을 보유했었다
그랜저보다 모든 부분에서 위에 있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내놓은 차인 만큼 크기와 배기량을 출시 기준으로 국산차 최대 수준으로 내놓았다. 전장은 원본인 센티아보다 100mm 더 키운 5,020mm로 국산차 최초 전장 5미터를 돌파했다. 엔진은 2.5리터 V6와 3.0리터 V6와 더불어 국산차 최대 배기량인 3.6 V6 엔진을 추가했다. 원본인 마쓰다 3.0 V6 엔진을 기아가 자체적으로 배기량을 키운 것이다. 최고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2.0kg.m으로 높은 성능 덕분에 최고속도도 230km/h까지 낼 수 있었다.
엔터프라이즈의 한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다면 스포츠카에 주로 적용되는 프레임리스 도어가 적용된 점이다. 지금이야 옛날 그랜저 XG때 유명했던 점과 더불어 현재 그랜저에도 적용되어 많이 익숙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매우 파격적이었다. 그 외에 국산차 최초로 뒷좌석 안마 기능을 추가하고 플래그십이라면 기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는 뒷좌석 모니터 옵션이 존재했다.
차량 자체는 잘 만들었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망했다는 평가
차 자체는 매우 잘 만들었다.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고급스러웠고, 주행 성능도 우수한 편이였다. 하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버렸으니, 바로 IMF로 인해 기아그룹 자체가 부도나버린 것이다. 기아자동차가 청산된 것은 아니다 보니 차는 계속 생산되고 있었지만 망한 브랜드라는 이미지 때문에 판매량이 크게 줄어버렸다. 게다가 이후 현대차에서 에쿠스를 출시하면서 최대 전장과 배기량이라는 타이틀도 넘어갔으며,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쌍용 체어맨은 에쿠스 등장 이후에도 여전히 잘나가고 있었던 지라 엔터프라이즈는 완전히 망해버리게 된다.
그래도 차랭 자체는 너무 잘 만들어 현대차가 인수한 이후에도 단종 없이 유지가 됐다. 정주영 회장이 기아자동차 인수 이후 엔터프라이즈를 시승한 적 있었는데, 평가가 상당히 좋았다고. 오죽하면 이렇게 좋은 차량을 많이 못 판 것에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판매량이 부진했어도 꾸준히 라인업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2003년에 단종되고 후속 모델인 오피러스에 넘겨주게 되었다. 다만 오피러스는 전륜구동 모델인 탓에 진정한 후속 모델은 K9이 가져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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