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서 노획한 美·서방 무기 이란에 제공”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3. 1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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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美 재블린·스팅어 미사일
이란이 해체, 유사품 만들 가능성”
재블린 미사일을 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노획한 최신 서방 무기를 이란에 제공, 복제 생산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그동안 러시아에 공격용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부품을 제공해 왔는데, 대표적 반미(反美) 국가인 두 나라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무기를 고리로 한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CNN 방송은 10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 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등을 노획한 것을 미국과 나토가 목격했다”며 “러시아는 이런 무기 상당수를 이란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이란은 러시아에서 받은 무기를 해체·분석해 역설계(逆設計·reverse engineering)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역설계란 완성품을 해체·분석해 적용된 기술을 파악, 복제 혹은 유사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이란이 손잡고 서방 무기 기술을 역이용해 반격 무기를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와 이란은 이미 노획한 미국 무기를 이용해 유사한 무기를 만든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이란이 2013년 개발한 공격·정찰 드론 ‘샤히드-129′는 2011년 12월 이란에 추락한 미군의 무인정찰기 ‘RQ-170 센티넬’을 베껴서 만들었다. 러시아는 1999년 유고 내전 중 세르비아에 추락한 미 공군 F-117 스텔스 폭격기의 잔해를 입수, 자국 스텔스기 기술 개발에 적용했다. CNN과 영국 더타임스 등은 “러시아는 이란에 연구용 서방 무기를 공급하고, 이란은 러시아에 공격 드론을 제공하는 상부상조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재블린과 스팅어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파상공세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무기들이 이란에 의해 복제 생산될 경우,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 북한에까지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유럽 정보 기관들로부터는 “러시아가 이란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한을 아우르는 반(反)미·반서방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과 무기, 탄약, 인력을 거래하고, 부족한 군수품을 대거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막대한 병력과 탄약을 소모한 끝에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일부 장악에 성공했다. 영국 국방부는 11일 “러시아 용병 단체인 와그너 그룹이 바흐무트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바흐무토우카강 동쪽 대부분을 점령했다”며 “우크라이나군과 와그너 그룹이 강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바흐무트 동부가 러시아 손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바흐무트가 함락되면 러시아의 동부 진격에 새로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국방부는 그러나 “러시아가 바흐무트 서쪽까지 마저 점령하려면 앞으로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와그너 용병의 도하를 막으려 주요 교량을 파괴하고, 요새화한 강 서안에서 저격수와 박격포 등을 동원해 계속 공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와그너 용병은 건물 하나를 손에 넣는데도 적잖은 병력 손실을 입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바흐무트에서 23차례 공격을 해왔으나, 221명이 숨지고 314명이 부상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와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승리를 위해 더 많은 무기와 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와그너 그룹은 지난 7개월간의 바흐무트 공방전에서만 수십 억달러어치의 탄약을 소모하고, 2만여 명의 병력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바흐무트 동부의 한 빌딩에 올라 약 1.2㎞ 떨어진 바흐무트 서부의 한 건물을 가리키며 “저곳이 정부 청사가 있는 바흐무트 시 중심가”라며 “바흐무트를 손에 넣으려면 매달 1만t, 5억달러(6600억원)어치의 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또 다른 영상에서는 “와그너가 러시아 42개 도시에서 새 용병 모집을 시작했다”며 러시아 청년의 지원을 독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의 엄청난 저항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확한 모병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정보 당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와그너 그룹 용병이 총 5만명이며, 이 중 4만명은 석방을 조건으로 교도소에서 동원한 죄수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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