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서 사라진 68억, 도둑은 '관리자'…경찰 "돈 출처 수사 검토"(종합)
CCTV 전원 뽑고, 디스크 파손하기도
수십억 현금 다발 출처 조사할 듯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서울시 송파구 잠실역 인근 임대형 창고에서 현금 68억원을 훔친 일당이 검거됐다. 이 범행의 주범은 다름 아닌 창고의 관리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일당의 범행에 대해 집중 수사하는 한편, 창고에 보관됐던 현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야간방실침입절도,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 등을 받는 40대 남성 A씨를 구속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 사건 공범으로 의심되는 30대 여성 B씨와 60대 여성 C씨도 각각 절도 및 장물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2일 오후 7시 4분쯤부터 이튿날인 13일 오전 1시 21분까지 6시간 17분에 걸쳐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에 있는 임대형 창고에서 현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같은 달 27일 69억원 상당의 현금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 측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뒤, 지난 2일 경기 수원시의 한 거리에서 A씨를 체포했다. 이후 다음날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한 건물 화장실에 숨겨놓은 현금 40억 170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은 5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A씨를 구속수사해왔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을 철저히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형 창고를 운영하는 업체의 팀장급으로 근무하던 A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창고 중 2평짜리 개인 창고에 현금이 든 것을 확인하고 범행을 계획했다. A씨는 “우연히 돈이 든 창고를 알게 돼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철저히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현금이 들어있던 캐리어에 피해자를 향해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 하라”는 내용이 담긴 프린트물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A씨는 자신이 쓰는 창고에 돈을 옮기기 위해 캐리어 4개를 따로 준비했다. A씨가 약 6시간에 걸쳐 돈을 자신의 창고로 옮긴 뒤, 차에 보관을 하고 있다가 모친인 C씨의 도움으로 원미구 건물의 화장실로 돈을 숨긴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은폐를 위해 폐쇄회로(CC)TV가 작동하지 않도록 전선을 뽑고, 이후 CCTV 파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파손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B씨는 돈이 사라진 것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이다. 피해자의 지시를 받고 해당 창고를 드나들었던 B씨는 사건 발생 약 보름 후인 지난달 26일에도 피해자의 부탁에 해당 창고를 방문했다가 돈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됐고 신고로 이어졌다. 경찰은 B씨가 이번 범행의 공범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계속해서 최초 도난 신고 금액이었던 68억원 전체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을 부인하다 40억 1700만원을 압수당하자 40억 여원에 대해서만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5000~6000만원은 빚을 갚는 데 쓰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쓰려고 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지인에게 빚을 갚을 목적으로 9200만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또 경찰은 B씨와 C씨의 구체적인 범행 가담 정황이나 공모 계획 정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창고에 보관됐던 현금 다발의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피해자는 본인이 자영업을 하는 사업가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돈이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압수한 현금을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조사를 진행한 뒤 출처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돌려줄 계획이다. 피해자는 지난 2022년 창고를 임대한 후 본인이 직접 현금을 넣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송치한 후 B씨와 C씨의 구체적인 범행 가담 정황, 공모 계획 정황 등도 열어놓고 수사할 계획”이라며 “절도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피해자의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수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윤지 (yun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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