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도&저채도...한국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톤

김희연 / 이미지 컨설턴트, 브랜미 대표

이제 입춘과 경칩도 지나고 맹렬한 추위도 조금은 기세가 꺾인 듯 하다. 이 쯤이면 사람들 마음에도 살랑살랑 뭔가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봄이 임박한 이맘 때쯤이면 자신을 위한 이미지 컨설팅이나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으러 오는 고객들도 많아지곤 한다.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우리나라 사람은 무슨 톤이 많이 나와요"다.

단정적으로 '이 톤이 가장 많다!'라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7000건 가까운 컨설팅과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간 브랜미에는 다양한 고객 데이터가 쌓여 있다. 퍼스널컬러 분야는 ‘컬러 색채학’에 기반하고 있기에 어찌보면 확률적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고 볼 수 있다.

웜톤과 쿨톤으로 나누어지는 4계절과 각 세부톤 명칭도 중요하지만 퍼스널컬러에서는 명도와 채도도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진단 요소라는 것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인에게 확률적으로 잘 어울리는 톤은 다름 아닌, '고명도&저채도'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퍼스널 컬러는 '여쿨라'(쿨톤의 여름라이트톤)라던가 '갈웜딥'(웜톤의 가을딥톤) 같은 톤의 이름으로 정해지기보다는 명도·채도로 판단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채도가 높은 컬러가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봄브라이트와 겨울브라이트톤이 해당하는데 한국 사람이 원색 옷을 입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퍼스널컬러 색채감은 자연과 계절감과 연결되는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봄, 여름 그 중에서 장마철까지의 초여름을 포함하는 따뜻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맑은 날, 은은하고 부드러운 컬러들을 연상해 보자.

웜톤의 봄 , 그 중에서도 '봄 라이트'

고명도, 즉 환한 명도에 저채도인 봄/페일톤과 봄/라이트톤은 브랜미에서는 PCCS 컬러 시스템을 통해 여덟가지 체계로 '봄/라이트'로 구분한다. 하지만 컨설팅에서는 개인에 따라 좀 더 심도있게 체크하면서 중채도에 해당하는 봄/라이트와 페일톤을 구분해서 진단하게 된다.

페일톤은 창백한 기운이 돌 정도로 원래 파스텔 컬러보다도 한두방울씩의 색감을 덜어낸 느낌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봄은 어찌되었든 부드럽지만 뽀얗고 화사하다는 표현이 잘 맞지 않을까?

PCCS 컬러 시스템의 8분류 외에 봄/소프트로 진단받은 사람이라면 봄/라이트 컬러에 회색을 한 방울 더해준 색이기 때문에 가을 뮤트와는 다른 명도로 구분돼야 한다.

눈동자도 너무 짙은 갈색보단 더 밝고 소프트하며 헤어 컬러도 광택이 조금 덜한 사람이 많은 편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웜톤이라고 해도 쨍한 채도나, 노랑과 빨강이 섞인 오렌지, 주황 색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핑크 잘 받는 봄 라이트톤. / 브랜미

우리나라 사람은 핑잘봄(핑크 잘 받는 봄라이트톤)이 많은 편이다. 이 핑크 컬러 역시 쿨톤의 딸기 우유 핑크색과는 다르다. 자신이 애용하는 옷 중에서 가지고 있는 핑크색이 사진과 유사한지 한번 살펴봐도 좋다. 위 두 컬러는 모두 웜톤의 코랄 핑크컬러라고 부른다.

맑은 컬러감, '여름 라이트'

쿨톤의 여름/라이트 또한 고명도 저채도에 맑은 컬러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컬러의 온도감 자체도 청량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파랑이나 보라 등 컬러가 진하게 올라가면 얼굴에 그림자가 많이 지거나, 푸르게 질려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탁하고 진한 푸른색 보다는, 은은하고 가벼우며 투명한 느낌의 여름 컬러들이 잘 어울리는 퍼스널컬러를 가진 사람이 많다.

여름 쿨톤의 퍼스널컬러를 가진 사람의 본래 피부 베이스는 핑크빛이 당연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것이다. 필자는 컨설팅 때마다 고객에게 질문을 한다. 본인의 피부 톤이 하얀지, 노란지, 핑크빛인지 이 중에서 어떻게 느껴왔냐고 물어보면 특이하게도 고객 당사자의 80% 정도 고객이 "노랗다!"라고 답변한다. 그 만큼 스스로에게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때로는 너무 가혹하고 때로는 너무 관대하다.

쿨톤의 이른바 '노란 피부'는 탁한 잿빛이 살짝 돌거나 상아빛 정도의 노란끼가 전체적으로 퍼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웜톤의 컬러 천들은 올렸을 때 노란 기운이 증폭되며 더워 보이고 답답한 기운이 돌면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하게 불평할 필요는 없다. 컬러바를 통한 시감측색평가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베이스 피부가 여름 쿨톤의 사람에 해당된다면 스카이블루, 라벤더 컬러 등 '고명도&저채도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린다.

조선시대 관복. / 브랜미

조선시대 계급이 높은 관리 중에서 '당상관'은 분홍색 관복을 입었다는 걸 혹시 아실지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보고 알고 있는 적색, 청색의 관복들은 계화 1884년에 집행된 의복 개혁 때 새롭게 바뀌어진 컬러라고 한다. 하지만 사료들을 통해 재현된 요즘 새로 연출된 사극의 드라마나 오페라 등을 보면, 조선 시대에도 그 이전에도, 다양한 컬러의 의복과 관복을 입고, 장식들을 했다.

언제부턴가 우린 시커먼 롱패딩으로만 겨울을 보내게 되어 버렸다. 이제는 더 이상 세차를 안해도 된다는 은색 승용차, 중고차 팔 때를 위해 선택한다는 흰색 승용차가 거리를 휩쓸던 시대가 아니다. 어쩔 줄 모르겠다는 남성들도 필자를 찾아와서는 '고명도 저채도' 컬러가 잘 받는 라이트톤으로 진단받고 만족해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인이 제일 사랑하는 컬러, 블루 아니 남색이라고 하자 이렇게 블랙에 가까운 진한 컬러를 상의 의상으로 선택할 때는 자신의 퍼스널컬러를 알고, 그에 맞춰서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대신 남색 바지 쪽으로 선택 범위를 넓혀주면 좋지 않을까?

을사년 새 봄 준비로, 자신의 컬러를 찾고 멋진 변화를 도전해 보겠다는 항목도 추가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