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단상]단(斷)하는 대통령이 우리의 바람입니다

우리의 현실이 혼란스러울수록 안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안을 보아야 답을 찾을 수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밖에서 안의 것을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대답은 간단합니다. 현실을 직시할 수 없도록 눈을 가리는 욕심(利)을 내려놓는 것이며 그래야 일의 선후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말이 욕심이지 욕심이 나를 집어삼켜 버렸으니 내가 욕심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욕심이 나를 끌고 가는 것입니다. 욕심이 나의 부모, 형제, 처자식과 집과 그 밖의 것도 볼모로 잡고 있으므로 내가 나라고 하더라도 껍데기뿐이고, 나는 노예이지 주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내가 주인이 되려면 욕심을 절단(切斷)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아브라함이 어떻게 '믿음의 조상'이 되었는지를 보여 주는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네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장차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 12장 1절)라고 했을 때 그는 주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사랑하는 네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땅으로 가거라. 거기에서 내가 일러 주는 산에 올라가 그를 번제물로 나에게 바쳐라'고 했을 때 그는 백세 때 얻은 아들이었지만 순종하고 그 아들을 칼로 내려치려 하자 하나님이 놀라서 그만하라고 할 정도였으니 단(斷)이 그를 믿음의 조상이 되게 한 것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어두워도 길이 없어서 황망한 것이 아니라 길이 있는데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내 안에서 요동치는 욕심을 절단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가 예수님께 '보시다시피 저희는 가정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고 말하자 예수님께서는 '나는 분명히 말한다.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집이나 아내나 형제나 부모나 자녀를 버린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여러 갑절의 상을 받을 것이며 오는 세상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고 말씀하셨는데(눅 18:28-30) 이것은 결국 우리에게 절단하라는 것입니다.

총선 후 정국은 계속 뒷걸음치고 있고, 점점 더 극한 대립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대통령이 뭔가에 고리가 걸려 그것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밖에서 휘두르는 칼질을 멈추고, 안에서부터 칼질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가장 지켜야 하고, 붙잡아야 할 것에 격노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일에 칼을 내리칠 수 있어야 대통령도 살고, 가족도 살고, 이 나라도 살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 나라는 내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이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 모두에게 열려 있는 나라입니다. 백성이 오늘도 자기 자리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자기 욕심을 단하며 착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대통령께서는 더 살벌하게 절단을 해야 나라의 기강이 서고, 백성의 존경을 받게 됩니다. 대통령께서 자기 것을 지키고자 비겁하게 숨어서 거짓말만 하려고 한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리고 감추려는 것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대통령이 도망치듯 국외 순방을 떠났다면 어떻게 정상이라 하겠습니까? 돌아오셔서 백성이 바라는 대로 대통령이 단할 것을 단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생기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모든 비극을 자초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공명탁 하나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