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하면서 든 생각- 나는 누군가와 친해질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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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의 매일 달린 것 같다
러닝붐이라 확실히 사람이 많다
옛날에는 흰색 난닝구 입으신 마라톤크럽 고수 할아버지 분들이 자주 보였는데 요즘은 젊은이들 밖에 안 보인다

크루, 가족, 커플 다양한 사람들이 그룹으로 뭉쳐서 뛰고 쉬는 구간에서 대화하거나 음료수를 노나 마시고 있는걸 보면 나는 문득 생각이 든다

'아 저 사람들의 통상적인 외모와 말투, 행동거지를 보니 나는 누구와 친해질 자격이 없는 인간이구나'
라는 복잡 오묘한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

나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일단 많이 못생겼다
오죽하면 10년지기 친구들도 나보고 생긴게 신기하다고 한다
얼마전에도 들었으니 그냥 못생겼다고 본다

게다가 지금은 옛 시절에 비하면 일반인에 가깝지만 비만이기도 하다 130kg >> 91kg

체형도 기형적이다. 어깨는 많이 좁고(헬스하니 조금 나아지기는 하다만 가족 유전적으로 좁다)
골반은 크다
벌룬팬츠를 입어도 진짜 어디 아픈 사람같은 핏을 보여준다

내가 생각해도 내 외모를 사랑해 줄 수가 없을 노릇이다
이러한 영향 때문에 나는 사무적인 일을 제외하고 어떤 대화에서 쉽사리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내가 원치 않는 자리(필참)여도 끼는 순간 민폐였다
늘 그랬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대화하는 인간 관계의 폭이 좁다
실제로 공감하는 법, 적당히 긍정하는 법도 소설에서 배웠다
배울 기회가 일단 나에게는 없었다

사회적 교류가 적으니 행동거지도 남과는 좀 다르다
고집이 강하고 시작한건 끝까지 하는 그런 습관이
뭘 하든 묻어나온다, 이게 남들 눈에는 또 굉장히
안 좋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나를 싫어해도 그 사람 탓을 할 수가 없는게 너무 싫다. 나는 미움 받을만한 인간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객관적 사실을 떨쳐내고 자위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누군가가 나와 친해지고 싶다고 다가오지 않는 이상, 나는 누군가와 친해질 자격이 없었던 것이다

예전부터 늘 해오던 생각이지만 근 3년간 러닝이라는 취미 때문에 좀 약화되었던 것 같다.

바람을 맞고, 비를 맞고, 눈을 맞고, 태양을 쬐고
풀내음을 맡고, 소똥냄새를 맡고, 물때냄새를 맡고
내 다리를 인식하고, 굴리고, 접고, 피고

타인이 아닌 나와외부 요소에 집중할 수 있는 이 러닝이
나에게 있어서 마약성 진통제의 역할을 해주었던 것 같다.

근데 이렇게 유행을 타버려서 사람들과 강제로 접촉이 많아지니 무언가 스멀스멀 안좋은 기억과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타인을 접할 수록 부정적인 경험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인간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러닝붐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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